초등학교 교사들 여성가족부 간담회
“‘밤에 다니지 말라’ 행동수칙보다
‘남의 몸 함부로 만지면 안돼’ 교육을”
“‘밤에 다니지 말라’ 행동수칙보다
‘남의 몸 함부로 만지면 안돼’ 교육을”
검찰발 ‘#미투’(#MeToo. 성폭력 고발 캠페인)가 사회 전반으로 확산하는 가운데, 학교 ‘성폭력 예방교육’이 피해자의 예방 책임만 지나치게 강조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성가족부는 서울 종로구 세컨드뮤지엄에서 초등성평등연구회 교사 8명과 지난 6일 간담회를 열어 최근 #미투 확산에 대한 학교 현장의 의견을 들었다. 참석한 교사들은 학교의 성폭력 피해자 보호 체계가 여전히 미약하고, ‘성폭력 예방교육’이 가해자 예방보다 피해자의 예방 책임을 강조하고 있어 결과적으로 피해자한테 책임을 돌리는 문화가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김은혜 초등성평등연구회 교사는 “피해를 겪은 학생이 스스로 성폭력 예방수칙을 지키지 못해 벌어진 일이라며 자책하던 사례도 있다”며 “성폭력을 저지른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한테 책임을 돌리게 만드는 교육은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성폭력 예방교육은 ‘성폭력 방지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2010년부터 유치원과 초·중·고교에서 의무화됐다. 주로 현장체험학습이나 수련회 전 안전교육, 방학 전 생활교육 등을 통해 수시로 이뤄지는데, 강사 역량 부족 및 교육 매뉴얼 부실 등의 이유로 성인지적 관점이 부족한 내용으로 꾸려지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교육부는 2015년 만든 성교육 표준안과 그에 따른 교사용 자료에 성폭력 예방법으로 “친구들끼리 여행 가지 않는다”, “이성과 단둘이 있는 상황을 만들지 않는다” 등의 내용을 포함해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에 대해 한국성폭력상담소는 당시 ‘피해자가 미리 조심하면 된다’는 식으로 교육이 이뤄지면, 오히려 성폭력에 대한 잘못된 통념을 강화할 우려가 있다고 짚었다.
서한솔 초등성평등연구회 회장은 “성폭력은 가해자가 일으키는 범죄인데도 학교에서는 ‘성폭력 예방교육’이라며 ‘밤에 다니지 말라’, ‘모르는 사람을 따라가지 말라’, ‘짧은 치마를 입지 말라’ 등의 생활수칙을 학생한테 가르친다. 성폭력 예방교육은 ‘다른 사람의 몸을 함부로 만지면 안 된다’처럼 가해자 중심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미향 기자 aroma@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