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정 교육과혁신연구소 소장. 한겨레 자료사진
“학생들이 그러더군요. 한국에서는 원저자의 책을 읽으면 안 된다고. 발췌본·요약본으로 여러 권 빨리 읽어 학생부(학교생활기록부)에 올라가는 게 중요하다고. 이 시험(인터내셔널 바칼로레아·IB)을 치러 본 학생들은 고득점을 받으려면 원저자 책을 읽어야겠다고 답했습니다.”
이혜정 교육과혁신연구소 소장(사진)은 “시험이 바뀌면 학생들의 지식습득·독서 방법도 바뀐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현행 한국식 시험으로는 융합독서를 할 수가 없고 필요성도 느끼지 못한다. 시험 방법이 바뀌면 공부 방법, 독서 방법이 바뀌어야 한다는 걸 학생들 스스로 깨닫는다”고 강조했다.
이 소장은 “지난해 6월 아이비를 본 고교생들은 이런 시험에서 높은 점수를 받으려면 다른 견해들을 알고 종합해야 하고, 친구들과 토론하는 게 중요하다고 답했다”며 “아이비는 출제자 입맛에 맞는 답을 썼느냐가 아니라 논리와 근거가 있다면 점수를 줄 수 있게 돼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시험 방법과 함께 어떤 내용의 답안에 고득점을 줄 것인지 등 패러다임이 바뀌면 독서 형태도 바뀔 수밖에 없다”며 “우리와 비슷한 상황인 일본도 시범 도입을 했다. 그러면 교사들의 수업 방식도 바뀔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동북고 권영부 교사는 당장 융합교육을 하는 방법 가운데 하나로 한 과목이라도 내용에 따라 윤리·경제·과학·철학·수학 교사 등이 수업에 참여하는 방식을 주장했다. 그는 “수능만 보더라도 비문학 지문이 어려운데 이걸 국어교사 혼자 감당해야 할 것처럼 돼 있다”며 “이런 식으로는 큰 효과도 없고 국어교사 혼자 감당할 수도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근본적으로는 시험 방법이 바뀌어야 한다.
일부 교육청에서 관심 갖고 있는 인터내셔널 바칼로레아 등을 도입해야 한다”며 “객관식 시험은 아이들이 스마트폰을 쥐는 순간 답이 손안에 들어 있다. 자기 생각을 논리적
·창의적으로 펼치는 교육이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자세의 박문호 박사는 “융합지식, 통섭을 내세우며 책을 펴내는 저자의 상당수가 자연과학자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 공식, 리스만 도표(두뇌 정보 흐름 경로를 보여주는 도표), 디엔에이(DNA) 구조 등 이걸 모르면 아예 자연과학에 접근하기 힘들다. 이게 자연과학의 알파벳”이라며 “인문학은 주로 논리적 추론에 의지하는데 자연과학의 알파벳을 함께 배워야 통섭을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태경 <함께하는교육>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