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안고 선생님의 고교플래닝
유난히 추웠던 겨울이 가고 있습니다. 학생들은 새학기 준비로 분주한 시간을 보내고 있을 줄로 압니다. 새학기를 준비하는 모든 학생에게 시간관리에 효과적인 도구인 ‘플래너’를 추천하고 싶습니다.
새학기 준비로 공부 계획과 비교과 활동 등 여러 계획을 세우는 것도 필요합니다. 그러나 그보다 앞서 이 모든 활동을 수행하기 위한 ‘시간’을 잘 관리하는 방법을 찾는 게 중요합니다. 특히 학교급이 한 단계씩 올라가는 친구들은 늘어난 공부량과 활동을 소화하기 위해 시간관리 도구가 필수입니다. 세계적인 명문 하버드대 관련 책들을 읽어보면 수재들한테는 ‘시간관리 능력’이 뛰어났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실제로 대부분 선진국이 플래너 교육을 정규 교육과정으로 편성하고 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도 많은 학교가 플래너 교육을 시도하지만 비용 대비 효과성 때문에 중도 포기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압니다. 많이 부족하지만 제가 다니는 경안고의 플래닝 교육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주간 단위 시간관리법을 중심으로 간단히 소개하고자 합니다.
전에 경안고 학생들의 ‘연간 계획 세우기’에 대한 정보를 나눈 적이 있습니다. 결국 이 계획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손에 잡히는 주간 단위로 계획을 세분해야 합니다. 주간 단위 시간관리법은 크게 세 부분(시간의 견적 내기, 계획 세우기, 실행하고 피드백하기)으로 나뉩니다. ‘시간의 견적 내기’ 단계에서는 한 주간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나 되는지를 자기주도학습 시간 체크표를 활용해 파악하는 것부터 시작합니다. 학교수업, 학원시간 등을 빼고 내가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이 매일 몇시간쯤 되는지를 확인합니다. 그러면 그 시간에 맞게 적절한 공부량을 배치할 수 있습니다. 이 표는 ‘시간일기’로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한 주간 모든 활동을 표시해보면 시간이 어떻게 사용됐는지 한눈에 볼 수 있습니다. 그러면 어디서 시간이 낭비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고, 시간관리의 동기가 부여됩니다.
‘계획 세우기’ 단계에서는 앞 단계에서 확인한 가용시간 범위 안에서 한 주간의 공부계획을 세웁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과목을, 어떤 교재로, 어느 정도 분량으로 공부할지를 계획합니다. 공부계획뿐 아니라 독서, 동아리, 봉사활동 등 다양한 비교과 활동을 위한 계획도 함께 세우면 됩니다. 여유 시간과 자투리 시간에 무슨 활동을 할지도 계획하면 더 좋습니다. 이렇게 작성한 주간 단위의 계획을 매일 하루가 시작되기 전에 일일 단위 ‘투 두 리스트’(실행항목)에 옮겨 적고 한 가지씩 실천해 나갑니다. 그리고 계획 실행 과정에서 예상했던 시간과 실제로 걸린 시간을 비교할 수 있도록 시간 사용량을 화살표로 표시합니다. 이렇게 시간을 표시하면 다음에 비슷한 일을 계획할 때 실천할 수 있는 계획을 수립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 단계에서는 계획했던 일들을 얼마나 잘 실행했는지 되돌아보는 피드백 활동을 합니다. 일일 단위와 주간 단위 피드백이 있습니다. 피드백의 내용은 잘한 것과 잘못한 것을 적어보고 잘못한 것에 대한 원인 분석과 대안을 고민해 봅니다. 이렇게 함으로써 다음주에 더 좋은 계획을 세울 수 있게 됩니다.
플래너 교육이 많은 학교에서 실패하는 이유는 효과적인 관리체계와 모범사례가 부재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플래너 사용은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혼자 사용하다 보면 중간에 포기하기 쉽습니다. 경안고에서 토요 방과후 프로그램인 ‘LSP토요학교’를 통해 한 명의 선배 멘토가 4명의 후배 멘티에게 플래너를 지도하는 체계를 만든 이유입니다. 여러분도 가까운 친구들과 함께 플래너를 사용하면서 상호 멘토링을 하거나 주변에 잘 사용하는 친구나 선생님의 도움을 받으면 좋겠습니다. 새로운 학기 시간관리 도구를 들고 멋지게 질주하시기를 응원합니다.
최원(안산 경안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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