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짬] 밀양 송진초 박순걸 교감
박순걸(47) 경남 밀양 송진초등학교 교감은 1994년 교단에 첫발을 디뎠다. 22년 만인 2016년 교감이 됐다. 교대 동기들에 견줘 빠른 승진이었다. 평교사 때 전교조 조합원이었다. 관리자인 교감이 되면서 자동탈퇴 처리가 됐단다. 교장·교감이 눈엣가시처럼 여기는 전교조 소속임에도 이른 승진을 할 수 있었던 것은 관리자가 되려는 열망이 그만큼 컸기 때문일 것이다. 그는 좋은 근무평정 점수를 받기 위해 학교 업무 처리에 헌신적이었고 관리자의 눈 밖에 나는 일은 피했다고 한다. 그가 최근 <학교 내부자들―민주적인 학교를 위하여>라는 책을 냈다. 교감 3년 차인 내부자 시선으로 관리자나 교육 당국의 문제를 고발했다. 그는 지난 23일 전화 인터뷰에서 승진에 힘을 쏟았던 것도 사실 이 책을 내기 위해서라고 했다.
“선생님을 학생 곁으로 돌려보내기 위해 책을 썼어요. 평교사 때 책을 썼다면 주목을 받지 못했겠죠.” 그는 책에서 지금의 교사 승진 제도를 문제 삼았다. 학교장이 주는 좋은 근무평정을 받기 위해 교사들은 학생이 아니라 관리자만 쳐다본다고 했다. 교감은 교장 눈치를 살피고, 교사들은 당장 표가 나지 않는 수업 대신 관리자가 지금 관심을 갖는 행정업무 처리에 더 신경을 쓴다. “지금의 승진제는 학교 교육과 큰 관련이 없어요. 업무 잘하고 계획서 잘 꾸미고 교장에게 잘 보이는 교사가 승진해요. 잘 가르치고 학생 지도를 잘하는 것은 먼 미래에 나타나는 결과여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아요.” 이런 상황에서 민주시민 교육도 제대로 될 리 없다. “교장의 독재적 학교 운영에 순응하는 교사들은 학생 앞에선 왕이 되려고 해요.”
‘교감은 남자의 젖꼭지’라는 말이 있단다. “교감은 교장 지시만 수행하는 쓸모없는 존재라는 말이죠.” 교감 평가권은 교장과 지역교육청이 50%씩 갖고 있다. 교감도 위만 쳐다봐야 한다는 얘기다. 이러니 재미는 없고 신경만 쓰이는 수학여행 인솔은 대부분 교감 몫이다. 교장이나 교감단 협의회 자료도 관리자가 직접 만들지 않고 수업을 맡은 교사들에게 떠넘긴다. 학부모 대상 교육과정 설명도 교장이 직접 하지 않고 연구부장에게 맡긴다. “북유럽을 가보니 교장이 외부 손님 안내부터 교육과정 설명과 질의응답까지 홀로 2시간을 다 책임지더군요. 한국과는 너무 달랐어요.”
교직 22년만인 2016년 승진
교감 3년차 내부자 시선으로
동료 관리직 고발 책 펴내 “승진 때 수업보다 업무 우대로
교사와 학생들 사이 멀어져
교장은 임명 대신 선출제로” 그는 학교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수업이고 또 수업하는 교사의 일이 가장 힘들다는 점을 강조했다. 관리자나 교육청이 교사가 수업을 잘하도록 돕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하는 이유다. 그는 교감이 된 뒤 ‘방과후 학교’와 교무, 보건위생, 교원평가, 학부모회 업무를 직접 맡아 처리하고 회의록 작성도 한단다. 학교 행사 때도 교사들과 같은 비중으로 업무에 참여한다. 6학급 소규모 학교라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지원형 교감’에 대한 소신이 없었다면 쉽지 않은 일이다. 또 비담임 교사로 행정업무전담팀을 구성해 담임 교사들을 업무에서 해방시켰다. 이런 시스템을 갖추는 데는 민주적 학교문화 조성이 매주 중요하단다. “학교 중요사항을 결정하는 전체 회의 규칙을 만들었어요. 1차 때 전원합의가 원칙이고 이게 안 되면 설득 기간을 주고 2차 회의를 열어 다수결로 정합니다.” 송진초에선 교사가 모두 동등한 1표의 권리를 누리는 것이다. 지금 승진제에서는 교감이 되기 어렵지 교감이 되면 교장 승진은 어렵지 않다. 교감과 교장이 수적으로 1대1 비율이어서다. 관리자들 목소리가 큰 교총이 교장 자격증이 없는 평교사에게 교장이 되는 길을 열어준 공모제에 반발하는 이유다.
그는 교장은 임명이 아니라 선출직이 되어야 한다고 했다. “교육감이나 대학 총장도 자격에 의해 임명하지 않잖아요. 교장도 교육주체들이 교사들 중에서 능력과 실력을 따져 선출하고 임기 뒤엔 평교사로 돌아가야죠.” 왜? “선출제를 해야 교사의 사회적 지위도 올라가고 존경도 받아요. 교장은 학교를 위해 봉사하고 언제든 평교사로 돌아가야거든요. 우리를 위해 봉사할 사람을 우리가 뽑아야죠. 그게 민주주의죠.”
관리자에 대한 평가권도 교사·학부모에게 50% 정도 나눠주는 게 좋다고 했다. 현재 교장의 중임은 전적으로 교육청이 한다. “교사도 동료 교사와 학부모 평가를 받잖아요. 교장도 이렇게 하면 독재를 못 하겠죠.”
그는 승진을 위해 애면글면했던 지난 시간을 이렇게 기억했다. “근평 점수 받는 게 힘들었어요. 다른 점수는 내 능력으로 모을 수 있지만 근평은 안 됩니다. (승진 점수가 큰) 벽지학교에 가고 싶어도 근평이 좋아야 해요. 관리자한테 잘 보이려고 노력할 수밖에 없죠.” 이런 말도 했다. “승진하려고 점수를 모으면서 저 때문에 피해를 보거나 상처를 받았던 동료 교사들에게 용서도 구하고 싶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후회되는 일이 많아요.”
교단에서 마지막 모습은 평교사일 것이라는 박 교감에서 바람직한 관리자상을 물었다. “교사가 자발성을 가지고 교육을 하도록 업무에서 해방해야 합니다. 또 업무로 교사를 평가하는 시스템도 바꿔야지요. 당장 교감 주도로 회의를 열어 필요 없는 행정업무를 솎아내야 합니다. 교육혁신 바람이 불 때마다 업무 절대량이 늘었죠. 또 교사들이 스스로 회의를 하도록 해 결정을 하면 따라줘야 합니다.”
강성만 선임기자 sungman@hani.co.kr, 사진 박순걸 교감 제공
박순걸 밀양 송진초 교감.
교감 3년차 내부자 시선으로
동료 관리직 고발 책 펴내 “승진 때 수업보다 업무 우대로
교사와 학생들 사이 멀어져
교장은 임명 대신 선출제로” 그는 학교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수업이고 또 수업하는 교사의 일이 가장 힘들다는 점을 강조했다. 관리자나 교육청이 교사가 수업을 잘하도록 돕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하는 이유다. 그는 교감이 된 뒤 ‘방과후 학교’와 교무, 보건위생, 교원평가, 학부모회 업무를 직접 맡아 처리하고 회의록 작성도 한단다. 학교 행사 때도 교사들과 같은 비중으로 업무에 참여한다. 6학급 소규모 학교라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지원형 교감’에 대한 소신이 없었다면 쉽지 않은 일이다. 또 비담임 교사로 행정업무전담팀을 구성해 담임 교사들을 업무에서 해방시켰다. 이런 시스템을 갖추는 데는 민주적 학교문화 조성이 매주 중요하단다. “학교 중요사항을 결정하는 전체 회의 규칙을 만들었어요. 1차 때 전원합의가 원칙이고 이게 안 되면 설득 기간을 주고 2차 회의를 열어 다수결로 정합니다.” 송진초에선 교사가 모두 동등한 1표의 권리를 누리는 것이다. 지금 승진제에서는 교감이 되기 어렵지 교감이 되면 교장 승진은 어렵지 않다. 교감과 교장이 수적으로 1대1 비율이어서다. 관리자들 목소리가 큰 교총이 교장 자격증이 없는 평교사에게 교장이 되는 길을 열어준 공모제에 반발하는 이유다.
<학교 내부자들-민주적인 학교를 위하여> 표지.
연재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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