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현재 중학교 3학년이 대학 시험을 치르는 2022학년도부터 대학입시 제도의 뼈대를 손보기로 한 가운데, 돌연 주요 대학에 ‘정시 확대’ ‘수시 최저등급 폐지’ 등을 내년부터 적용해달라고 주문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 지나치게 확대된 수시모집 비중을 낮추고, 학생들의 부담을 줄여주자는 취지지만, 여론 수렴 절차나 사전 예고 없이 진행돼 교육 현장에 혼란을 일으키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2일 교육부는 “수시모집의 비중이 지나치게 확대되고 대학수학능력시험 중심의 정시모집 비중이 과도하게 축소되는 것에 대한 우려가 커 몇몇 대학에 (현재 고교 2년이 치르게 될) 내년 대입에서 정시 비중을 늘려달라고 주문했다”고 밝혔다. 실제 박춘란 교육부 차관은 지난 3월28~30일 경희대, 중앙대, 이화여대,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등 서울 주요 6개 대학에 직접 전화를 걸거나 면담해 “정시모집 비율을 확대해달라”고 요청했다. 각 대학들이 2020학년도 대입 세부 전형과 정원을 정해야 하는 시기에 지난 10여년간 이어온 ‘수시모집 확대’ 기조와 반대되는 방침을 갑자기 제시한 것이다. 교육부는 앞서 3월9일 ‘고교교육 기여대학 사업 설명회’에서 각 대학들에 “수시모집의 수능 최저등급을 폐지하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교육부는 ‘급증하는 수시’(올해 76.2%)에 제동을 걸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송근현 교육부 대입제도과장은 “그동안 수시가 확대되고 정시가 축소되는 것에 대한 공정성 문제가 불거져 나와 조정해야 한다는 판단이 있었다”고 말했다. 사교육이 좌우하는 수시 확대를 그냥 두고 볼 수 없어 단기 조처가 불가피했다는 것이다.
교육부는 오는 8월 국가교육회의를 통해 2022학년도 대입 종합개편안을 발표할 예정이고, 학교생활기록부 신뢰도 제고 방안에 대해서도 정책숙려제라는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쳐 정책을 결정하겠다고 밝혀왔다. 이에 따라 박 차관이 따로 대학을 만나며 달라진 정책을 제시한 것은 절차와 시점상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성룡 1318대학진학연구소 소장은 “고2 학생들은 이미 내신이 어느 정도 정해진데다, 내년 수시와 정시 지원전략도 상당 부분 정해졌다. 그런데 지금 와서 갑자기 정시 확대, 수시 수능 최저등급 폐지를 정부가 주문하면 수험생들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시 확대나 수시 수능 최저등급 폐지 등이 꼭 필요하다면 오는 8월 ‘2022학년도 대입종합개편안’과 함께 조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찬승 교육을바꾸는사람들 대표는 “대입종합개편안에서 수능 절대평가, 내신 성취평가제 적용, 학생부종합전형 개선안 등과 함께 정시 확대 여부, 수시 수능 최저등급 폐지 등을 결정해야 완성도 높은 대입종합개편안을 마련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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