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트렌드컬러소재연구소 박귀동 소장이 내년에 유행할 컬러 시판을 들어보이며 설명하고 있다.
직업인에게 듣는 나의 전공
컬러 코디네이터 박귀동씨 다음트렌드컬러소재연구소 박귀동(49) 소장은 하루의 대부분을 색과 같이 보낸다. 출근할 때, 책을 볼 때, 사람을 만날 때, 출장을 갈 때 그는 온통 색에 집중한다. 저런 색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안료에 뭐가 들어갔을까, 색깔 뒤에 숨은 소재는 무엇일까라며 매일같이 어린애같은 호기심을 키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그는 색으로 먹고 산다. 국민 1인당 1대씩은 가지고 있는 휴대폰의 색깔을 만들어내고, MP3, DMB폰 등의 색깔도 그의 손을 통해 태어난다. 자동차 신차에 유행할 색상을 결정하고 만들어내는 일도 15년간 해왔다. 그는 색채에 대한 전문 지식을 가지고 물건과 환경의 여러 가지 용도와 목적에 맞는 색채 설계를 하는 ‘컬러 코디네이터’ 1세대다. “디자인은 많이 알고 있지만 컬러 디자인이라고 하면 낯설게 느낍니다. 하지만 색을 빼면 디자인의 80%는 빈껍데기로 남을만큼 컬러 디자인의 중요성은 커졌습니다. 그런 만큼 컬러 코디네이터도 새롭게 떠오르는 직종이라고 할 수 있죠.” 가령 오래 전부터 컬러 디자인 작업을 많이 해온 기성복이나 승용차나 가전제품 등의 전통 제조업에서뿐만 아니라 백화점, 양판점, 소매점 등 유통업계에서도 상품 기획단계에서부터 컬러 코디네이터를 활용하고 있다. 또 공원이나 전시관, 박물관 등을 설계할 때도 초기 단계에서부터 컬러 코디네이터가 합류하며, 개인을 컬러를 조언해주는 컬러 컨설팅의 일도 컬러 코디네이터의 업무로 분류된다. 요즘은 상품의 종류가 많아지면서 소재에 따른 컬러 코디네이터들의 활약이 더 필요해지고 있다. 철이나 PET 같은 흔한 소재 외에도 강화 플라스틱이나, 각종 신종 합금, 금속과 플라스틱의 중간적 성질을 갖는 새로운 물질, 인공 섬유 등이 계속해서 나오면서 색을 입혀야 하는 소재에 따라 컬러 디자인 작업이 달라져야 하기 때문이다. 컬러 코디네이터 작업은 수요는 지속적으로 늘고 있지만 생각보다 고도의 전문성을 요구한다는 점에서 실력을 갖춰야 인정을 받는다. 박 소장의 경우 기아자동차 컬러 디자인팀에서 일했는데, 일단 작업을 시작하면 2~3년간 쉼없이 매달려야 했고, 과정도 수십 가지를 거쳐야 했다. 우선 소비자의 취향을 분석하고 국내외의 정보를 수집해 신차가 나올 시점의 유행 컬러를 미리 예측해야 한다. 이어 벽에 200가지 정도 컬러를 뿌려본 뒤 몇번의 심사를 거쳐 10가지로 줄인 뒤, 이를 가지고 접착력이나 햇빛노출시 변색도 등 물성 테스트를 1년간 진행한다. 물성 테스트를 통과하면 내외장재 색깔간의 조화와 ‘전착도장-> 하도 도장-> 중도 도장-> 상도 도장-> 코팅’ 복잡한 도장 공정상 문제가 없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컬러가 좋아서 물건이 잘 팔리는 것은 아니지만, 컬러가 나쁘면 물건이 안팔린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런 만큼 끊임없이 연구하고 시도하고 수정하는 작업을 반복하면서 노하우를 쌓아가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는 직업입니다.” 그럼에도 컬러 코디네이터의 매력은 충분히 많다고 박 소장은 귀뜸했다. 사람들의 트렌드를 미리 알고자 하는 노력 속에서 한발 앞선 삶을 살아갈 수 있고, 자신이 독자적으로 개발해낸 색이 소비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을 때는 세상의 주인공이 된 듯한 느낌을 가질 수 있다고 했다. 무엇보다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 수 있는 특권을 컬러 코디네이터는 가지고 있다고 박 소장은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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