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대 학습능력개발연구실이 올초 수도권 지역 중학생 400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해보니, 일주일 총 168시간 중 평균 100시간을 수면, 수업, 식사, 통학 등 기본적 활동에 쓰고 있었습니다. 그럼 나머지 68시간은 ‘나만의 시간’일텐데, 그나마 학원가기와 개인 과외 시간 등을 빼면 자기 마음대로 쓸 수 있는 시간은 거의 나오지 않더랍니다. 결국 주어진 시간을 최대한 효과적으로 사용해야 한다는 말씀인데, 어떤게 좋은 방법일까요?
중학생 자기시간 턱없이 부족
먼저 할 일, 나중에 할 일 나눠야
시간표 너무 빡빡하지 않게
미하일 엔데의 소설 <모모>를 보면 다른 사람들의 시간을 훔쳐 자신의 것으로 쓰는 ‘시간 도둑’이 나온다. 대한민국의 많은 학생들이 이 ‘시간 도둑’과 끊임없는 싸움을 하고 있다. 하지만 번번이 지기만 하는 게 현실이기도 하다.
학생들의 일상이 어떻게 흘러가는지를 보면 이들이 시간 도둑과의 싸움에서 질 수밖에 없는 이유가 분명해진다. 아주대 학습능력개발연구실이 올초 수도권 지역 중학생 4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청소년들은 일주일의 3분의 2를 기본적인 활동이나 수업과 같은 이미 짜여 있는 일정 속에서 보내고 있다. 168시간을 기준으로 봤을 때 수면, 수업, 식사, 통학 등 기본적 활동에 100시간을 사용한다. 나머지 68시간이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시간인데, 하루 서너 시간씩 듣는 학원 강의와 개인 과외를 빼면 실제로 자기 마음대로 쓸 수 있는 시간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렇게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는 틀 속에서 청소년들이 자기 주도적인 생활과 공부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어른들의 헛된 바람일 경우가 많다. 서울 삼성고 유미현 교사(화학)는 “자기 스스로 이용할 수 있는 시간이 주당 10시간도 안되는 현실에서 대부분의 학생들이 복습도 안하고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안타까와했다.
인생의 어느 시기나 마찬가지이지만, 청소년들이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을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가장 좋은 방법은 목표를 세우는 것이다. 똑같은 시간을 보내더라도 자신이 잘하고 원하는 것을 아는 청소년과 그렇지 않은 청소년은 차이가 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원하는 것을 아는 청소년은 목표가 뚜렷하고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시간에 충실하며 투자한 시간에 비해 효과도 높아진다.
영국 옥스퍼드대 정미령 교수(교육학)는 “청소년기는 호기심이 무르익고 자발적인 목표설정을 할 수 있는 시기여서 학업 성취도를 최대로 끌어올리는 데 최적의 타이밍이기 때문에, 이 시기에 청소년들이 자신이 원하는 목표를 세우고 스스로의 ‘시간 재산’을 투자하는 중요성을 깨닫도록 부모가 돋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목표와 자신의 바람이 있으면 일의 중요성을 가늠할 수 있는 능력도 자연스레 길러진다. 항상 먼저 해야 할 일과 나중에 해야 할 일을 가려 중요도에 따라 우선순위를 매겨 실천하는 습관이 생긴다.
<시간관리와 자아실현>의 저자 유성은(안산1대학 교양학부 강사)씨는 “끝내야 할 시점과 우선순위를 머릿속에서만 두지 말고 구체적으로 적고, 그 일정표에 따라 자기가 정한 시간에 할 일을 해낼 수 있도록 스스로 시간 약속을 만들어볼 것”을 권했다. 중구난방으로 일을 처리하는 학생이라면 체크 리스트를 하루동안 들고 다니면서 활동한 내용과 시간을 꼼꼼하게 적어보면 좋다고 유씨는 덧붙였다.
효율성 또한 시간을 자기 것으로 만들 때 꼭 고려해야 할 부분이다. 일반적으로 성적이나 결과는 투자한 시간에 비례한다고 생각하지만 그보다는 일정한 시간동안 얼마나 효율적이고 집중적으로 했는지가 더 크게 작용한다.
따라서 효율적인 시간 관리를 위해서는 우선은 최대한 집중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가령 약간 긴장된 상태에서 공부를 하면 훨씬 집중력이 높아질 수 있다. 또 공부 계획을 세울 때 몇시 몇분까지 하겠다는 마감시간을 정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도 효율적인 공부를 할 수 있는 방법이다.
효율성과 관련해 아주대 학습능력개발연구실 박동혁(34) 실장은 “신체 리듬이나 컨디션이 달라지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집중해서 해야 할 일과 그렇지 않아도 해결할 수 있는 일을 나눠서 처리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예컨대, 오후 9시~11시 무렵에 컨디션이 좋은 학생이라면 이 시간에 가장 어려워하는 과목이나 생각을 많이 해야 하는 과목을 공부하고, 공부가 잘 안되는 시간에는 이미 공부했던 것을 가볍게 복습하는 식이다.
하지만 의욕만 지나쳐 지나치게 빡빡한 시간 계획을 짜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시간표는 자신의 삶을 좀 더 여유롭게 계획적으로 살기 위한 것이지, 삶을 착취하거나 쥐어짜기 위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상인천중 윤현문 교사는 “시간표를 짠 뒤 생활에 여유를 느낄 수 없다면 다시 짜는 게 좋다”고 충고했다.
시간에 대한 자기 통제를 잘 하는 사람일수록 자신의 수행에 대해 더 크게 평가하고 일과 인생에 대한 만족감이 크다는 것은 여러 연구를 통해 이미 밝혀졌다. 청소년들의 건강한 삶과 높은 학업 성취 역시, 일정하게 고정된 틀 속에서 억지로 따라가는 방식이 아니라 자신의 생각과 목표 아래 자신이 스스로 통제할 수 있을 때 제대로 일궈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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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표 작은 실천이 즐겁다…일상생활과 ‘할 일’ 균형있게
시간표를 짤 때는 우선 기본 시간표에 수면, 식사, 수업, 통학 등 기본적으로 해야 될 일들을 적어 넣는다. 그리고 나머지 비는 시간(일주일에 대략 50~80시간)을 자기가 계획해서 쓸 수 있는 가용시간을 잡고, 이 시간에 맞게 주간계획과 일일계획을 세워나간다.
일주일간의 목표를 중요도에 따라 계획표에 집어넣었으면 이것을 하루에 할 수 있는 분량으로 나눈다. 하루 계획은 3가지 이하로 잡는 것이 좋다. 공부 계획이라면 가용시간의 50% 이내로 잡아야 지킬 수 있다.
시간표는 한달 정도 실천을 해본 뒤 무리가 없다면 계속 지켜나가면 된다. 시간표를 잘 지키는 방법으로 3가지 정도를 생각해볼 수 있다. 먼저 성취도 그래프를 그리는 것이다. 자신이 목표로 한 항목의 수를 실제 이뤄낸 항목의 수로 나누면 % 단위의 성취도를 구할 수 있다. 이 그래프는 일주일간의 자신의 시간관리 행동에 대한 피드백을 제공한다. 공부 시간표라면 성취도를 80% 정도 유지해야만 성적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
두 번째로 스스로 자신의 행동에 대해 보상을 하는 것이다. 가령 자신이 목표로 한 성취도를 달성했다면 주말 한나절 정도를 통째로 비워놓고 느긋하게 즐기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목표 달성에 실패했을 경우 대처요령을 잘 세워야 한다. 시간 관리 훈련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작은 분량이라도 계획을 성취하는 경험을 하는 것이다. 따라서 목표를 이루지 못했다면 무리하게 억지로 하려고 하지 말고, 목료량을 절반이나 2/3 정도로 줄여주는 것이 좋다. 일단 계획을 실천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기면 그 때부터는 분량을 서서히 늘려나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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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섭 기자
coo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