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내내 줄서…’, ‘추첨 되지 않아…’
안철수 바른미래당 서울시장 후보
보육정책 담은 선거 공보물에 비판 쏟아져
서울시 2009년부터 보육포털 서비스 운영
지난해 보건복지부와 통합한 ‘아이사랑’
국공립어린이집 입소 지원 온라인으로 가능
시민들 “보육 분야 무관심함 보여주는 문구” 비판
안철수 바른미래당 서울시장 후보
보육정책 담은 선거 공보물에 비판 쏟아져
서울시 2009년부터 보육포털 서비스 운영
지난해 보건복지부와 통합한 ‘아이사랑’
국공립어린이집 입소 지원 온라인으로 가능
시민들 “보육 분야 무관심함 보여주는 문구” 비판
“우리 작은 아이의 이름은 철수입니다. 국공립어린이집에 보내기 위해 새벽 내내 줄을 섰습니다. 긴 기다림 끝에, 우리 첫째가 뽑았는데 둘째 철수는... 그만 추첨되지 않았습니다.”
다가오는 6.13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 후보로 출마한 안철수 바른미래당 후보가 공식 선거 공보물에 소개한 내용입니다. 이를 두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온라인 맘 카페 등에서 어이없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습니다. 무슨 이유로 이런 반응이 나오는 걸까요?
한 누리꾼은 “대체 누가 아이를 국공립어린이집 보내자고 새벽에 줄을 서고 추첨을 합니까? 요즘 유치원도 <처음학교로> 서비스에 신청해서 보내는데, 서울시 보육 포털 서비스도 모르면서 안철수 후보가 서울시장에 출마한 게 실화인가요”라며 “안 후보는 지난 대선 때도 보육 문제 공약으로 논란을 겪어놓고 이번에도…. 안 후보와 그 정당이 보육 분야에 얼마나 무관심한지를 보여주는 문구”라고 지적했습니다. <한겨레>가 이 누리꾼의 말을 다시 한 번 확인해봤습니다.
일단, 안철수 후보의 공보물과 달리 부모들이 아이를 국공립어린이집에 보내기 위해서 굳이 새벽 내내 줄을 서지 않아도 됩니다.
서울시는 2009년부터 보육 포털 서비스(iseoul.seoul.go.kr) 누리집을 통해 국공립어린이집 입소대기 신청을 받아 왔습니다. 국공립어린이집에 직접 방문해서 신청을 해도 되지만, 직접 방문 신청을 하나 보육 포털 서비스를 통해 신청하나 아무런 차이가 없습니다.
서울시가 운영하던 ‘국공립어린이집 입소대기 신청’은 지난해 12월 28일 보건복지부가 운영하는 임신·육아 종합포털 아이사랑(www.childcare.go.kr·이하 아이사랑)으로 통합됐습니다. 따라서 올해부터 서울시에 있는 어린이집 신규 입소대기도 다른 지역과 동일하게 ‘아이사랑’ 누리집을 통해 이뤄지고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최소 2009년부터 서울에 사는 부모들이 국공립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내기 위해 직접 줄을 서는 일은 없었던 겁니다.
“긴 기다림 끝에, 우리 첫째가 뽑았는데 둘째 철수는… 그만 추첨되지 않았습니다.”
앞서 확인한 안철수 후보의 공보물 문구에는 ‘둘째 철수는… 그만 ‘추첨’되지 않았다’는 표현이 있습니다. 그런데, 국공립어린이집 입소는 ‘추첨제’가 아닙니다.
학부모가 국공립어린이집 입소대기 신청을 하면, 영유아보육법(제28조 취약보육의 종류) 시행규칙에서 정한 우선순위에 따라 선발 대상 아동이 정해집니다.
국공립어린이집 입소 아동 1순위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따른 기초 생활 수급자를 비롯해 한부모가족 지원법 규정에 의한 보호대상자의 자녀, 장애인 부모의 자녀, 다문화 가족의 영유아, 부모가 모두 취업 중이거나 취업을 준비 중인 영유아 등이 해당됩니다. 2순위는 한부모·조손 가족, 입양된 영유아, 어린이집 재원 중인 아동의 형제·자매가 있는 아동입니다. 3순위는 1, 2순위에 해당하지 않는 일반 영유아입니다.
<한겨레>가 아이사랑 쪽에 문의해보니 “국공립어린이집은 입소 신청한 어린이집에서 아동의 선발 대상 순위를 살펴보고, 신청 일자 등을 고려해 선정한다”며 “해당 어린이집에서 부모나 보호자에게 연락해준다. 추첨을 통해 입소 순서가 정해지는 건 아니다”라고 했습니다. 그러니 안철수 후보의 공보물에서 ‘둘째 철수는… 그만 추첨되지 않았다’는 표현은 현실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인 겁니다.
그렇다면 만약, 안철수 후보가 국공립어린이집이 아니라 ‘유치원’이라고 착각했다면 해당 문구는 맞는 내용일까요?
정부는 지난해 ‘처음학교로’ 누리집을 개설했는데요. 처음학교로는 유치원 입학을 원하는 학부모가 시간과 장소 제한 없이 온라인으로 유치원 정보를 검색·신청하고, 유치원은 공정하게 선발된 결과를 알려주는 ‘입학지원 시스템’입니다. 이 시스템 도입으로 유치원 입학 경쟁이 완화할 것으로 평가받아 왔습니다.
처음학교로 시스템 이용 방법은 편리합니다. 누리집에서 회원가입을 한 뒤 자녀 정보를 입력하고 유치원 검색을 통해 ‘접수’ 버튼만 누르면 유치원 신청이 완료됩니다. 지역 검색을 하면 존재조차 알지 못했던 유치원 목록이 나오고, 보육비용 등의 구체적인 정보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시스템을 이용하면 국공립어린이집처럼 국공립유치원도 아이를 보내기 위해서 새벽 내내 줄을 설 필요도, 추첨 결과를 기다릴 필요도 없다는 이야깁니다.
다만, 이런 문제는 있습니다. 사립유치원들의 처음학교로 참여율이 저조해 부모들 사이에서 아쉬움이 크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실제로 지난해 교육부 자료를 보면, 국·공립유치원은 100%이 시스템에 참여하고 있지만 사립유치원의 참여율은 3%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전국의 사립유치원 4282곳 가운데 120곳(2.8%)만 참여했습니다. 서울의 경우는 더욱 심각합니다. 서울은 사립유치원(2017년 9월 기준 663곳)이 공립유치원(211곳)보다 3배 이상 많지만, 이 시스템에 참여한 유치원은 32곳에 불과합니다.
이 때문에 학부모들은 처음학교로 시스템을 통해 이뤄지는 국공립유치원 모집일정을 챙기고, 사립유치원 모집일정은 별도로 챙겨야 하는 번거로움을 떠맡게 됐습니다.
그렇다면 사립유치원들은 왜 이 시스템에 참여하지 않고 있는 걸까요? 최대 사립유치원 연합체인 한국유치원총연합회는 사립과 공립의 교육비 출발선이 달라 사립이 공립과 경쟁이 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그렇다보니, 사립유치원의 경우 원아 모집 기간에 학부모들이 개별적으로 입소 신청을 하고 추첨을 통해 유치원 배정이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교육부 관계자는 “올해 사립유치원의 처음학교로 시스템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서 직접 만나 설득하고 있고, 다양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러니 안 후보가 유치원이나 어린이집 문제에 대해 학부모에게 호소하려 했다면, 이런 문제를 개선할 방법을 내놨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안 후보 캠프는 이런 지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요? 안 후보 캠프 관계자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선거 공보물에 들어간 해당 카피는 (국공립어린이집 신청이) 인터넷 신청으로 바뀌기 전, 입소 신청을 위해 밤새워 하염없이 기다렸던 상황과 (국공립어린이집) 신청 뒤에도 자리가 많지 않아 하염없이 기다려야 하는 부모들의 심정과 상황을 묘사한 표현”이라고 답했습니다. 해당 문구를 작성한 관계자에게 직접 문의하고 싶다고 하니 “누군지 모르겠다”는 답변이 돌아옵니다.
서울시민들의 시선은 곱지 않습니다. 5살 자녀를 둔 황아무개(34)씨는 “안철수 후보는 지난 대선 때도 ‘대형 단설유치원 설립을 자제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워 보육정책에 무지함을 드러난 바 있는데, 다시 서울시장을 하겠다고 나오면서도 보육정책을 잘 모르고 있다”며 “안 후보가 한국에서 아이를 안 키워서 봐서 그런지 현실을 너무 모른다. 과연 학부모들이 안 후보가 내놓은 공약을 믿을 수 있을까. 무슨 근거로 국공립어린이집 확대를 이야기하는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습니다.
박수진 송경화 기자 jjinpd@hani.co.kr
임신·육아 종합포털 아이사랑 누리집 화면 갈무리
온라인 유치원 입학 시스템 ‘처음학교로’ 누리집 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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