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29일치에 소개한 ‘본깨적’(책을 읽은 뒤 본 것, 깨달은 것, 적용할 것을 찾아서 정리하는 독서법)에 대해 많은 분들이 관심을 보여주셨습니다. 특히 학교 안에서 책을 읽는 문화를 만드는 방법에 대해 많이들 궁금해하시더군요. 이번 주에는 현재 경안고등학교에서 운영하고 있는 ‘경안나비’(나비: ‘나로부터 비롯된다’는 줄임말) 독서모임을 소개해드리고자 합니다.
경안나비는 매주 금요일 아침 7시부터 8시30분까지 진행합니다. 이른 아침부터 꾸려가지만 평균 120여명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경안고 모든 학생에게 열려 있는 모임으로, 독서를 통해 생활?학습 면에서 변화?발전하고자 하는 학생이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습니다.
경안나비는 학생들이 당면한 삶의 문제를 책을 통해 해결하고, 자신을 성장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두고 있습니다. 따라서 독서나눔 시간에 함께 읽는 책들도, 흔히 말하는 ‘필독서 100권’ 등에서 고르지 않습니다. 아이들이 본인 삶에 실제 영향을 받았다고 생각하는 책 위주로 선정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5월26일 학생들이 경안고 전자도서관에서 ‘경안나비’ 독서모임에 참여하고 있다. 한 학생이 책을 보고 깨달은 점, 자신의 삶에 적용해 변화된 모습을 발표하고 있다.
경안나비에 참여하려면 매주 책 한 권을 본깨적 방법으로 읽은 뒤, 모임 시간에 책 내용을 함께 공유해야 합니다. 모인 학생들은 보통 한 테이블에 6~8명 정도 앉아 하나의 모둠을 꾸립니다. 해당 테이블에서 읽은 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전체 학생들 앞에서 발표하는 방식으로 운영합니다.
‘테이블 리더’를 맡은 학생의 사회에 따라 책에서 인상 깊었던 내용, 자신의 삶에 적용하고 얻은 아이디어를 친구들과 공유합니다. 그 뒤 모둠에서 발표를 희망하는 학생 가운데 5~6명을 선정해 전체 발표를 진행합니다.
전체 발표가 끝난 뒤에는 담당 교사들이 책의 핵심을 정리해주는 ‘원 포인트 레슨’을 이어갑니다. 책의 핵심을 한 가지로 정리하여, 아이들 삶에 적용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제공해주는 것이지요.
경안나비에서 나누었던 <성과를 지배하는 바인더의 힘>, <실행이 답이다>, <베이스캠프-지식세대를 위한 서재 컨설팅> 등은 제가 교사로서 성장하는 데 도움을 받았던 책들이었습니다. 학생들에게도 제가 적용했던 사례를 제시해서 독서 및 플래닝 그리고 건강관리 습관 등을 형성할 수 있도록 조언을 해주었습니다.
경안나비에서는 한 학기에 한 번, 함께 읽은 책의 지은이를 초청해 특강도 엽니다. 입시 교육이 최우선일 것만 같은 고등학교에서, 아침 7시에 ‘저자 특강’을 진행한다는 사실에 다들 놀라워합니다. 여기 참여한 지은이들은 이른 시간에 학생들이 독서 나눔을 하기 위해 모인다는 것에 또 한번 놀라고, 아이들이 자발적으로 ‘지적?심리적 성장에 대한 갈급함’을 느끼며 꾸린 모임이라는 점에 감동합니다.
책을 통해 변화한 학생들은 자신의 친구들을 모임에 데리고 옵니다. 친구를 따라 경안나비에 왔던 2학년 박수민양은 “중학교 때까지 독서가 너무 싫었는데, 경안나비를 통해 꾸준히 책을 읽게 되면서 삶이 크게 변화될 수 있었습니다. 모임을 통해 작년 한 해 동안 86권의 책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라며 소감을 말했습니다. 지금은 엘에스피 토요학교(진로, 플래닝, 기업가정신교육과 선·후배 멘토링 문화를 통해 학생들의 미래역량을 키워주는 경안고 특성화 프로그램, 5월8일치 기사 참조)와 경안나비 모임 멘토로 활동하며 후배들의 성장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학교 혁신의 가장 중요한 주체는 학생이라고 생각합니다. 경안고에서는 많은 학생들이 경안나비와 엘에스피 토요학교를 통해 멘토 선배들과 만나고 있습니다. 선배들을 통해 변화한 학생들은, 학급에 가서 친구들에게 자신이 배운 플래닝과 독서방법 등을 알려주며 함께 성장하는 학교 문화를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갈피를 잡지 못하는 입시 정책으로 많은 학생들이 힘들어합니다. 이런 때일수록 중요한 것은 아이들의 ‘자기 경영’ 역량을 길러주는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그 역할은 ‘책 읽는 학교 문화’를 통해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읽고, 나누고, 서로 공감하고 격려해주는 학교 분위기 속에서 아이들은 ‘진짜 성장’을 경험할 것입니다.
글·사진 곽충훈(안산 경안고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