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18일 서울여대 특수치료전문대학원(특전대) 재학생과 졸업생들이 서울 노원구 서울여대에서 특전대 폐지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서울여대특전대폐지반대TF제공.
서울여자대학교가 국내에 하나밖에 없는 심리치료 전문대학원인 특수치료전문대학원(이하 특전대)을 폐지하겠다는 방침을 교수들에게 일방적으로 통보해 파장이 일고 있다. 2001년 개원한 특전대는 매년 아동 심리치료와 미술 심리치료 등을 전공하는 석·박사를 배출해왔다.
서울여대의 특전대 폐지 결정은 특전대 전임 교수 4명 가운데 2명이 올해 은퇴하는 것에 맞춰 진행됐다. 19일 대학 쪽이 공개한 자료를 보면, 대학 교무위원회는 지난해 4월부터 은퇴 예정 교원의 충원 시기를 검토하기 시작했고 올해 4월까지 재논의를 거듭해왔다. 그러다 5월2일 대학 쪽은 돌연 ‘특전대 폐지’를 결정하고 이를 담당 교수진에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학교 쪽은 폐지 사유에 대해 “사립대 등록금 동결의 여파로 대학의 재정 상황이 악화됐다”며 “전문대학원은 독립적으로 전담 인력을 운영해야 하는 고비용 구조”라고 밝혔다.
이에 특전대 교수진들은 지난달 10일 긴급회의를 열어 특전대 폐지 반대 입장을 결정하고 학교 쪽에 ‘한시적 폐지 유보’를 요청했다. 하지만 학교 쪽은 ’폐쇄 안건 재상정이 불가’하다고 답해왔다. 이에 교수진은 이번에는 전혜정 서울여대 총장 면담을 요청했다. 그러나 학교 쪽은 이마저도 거절했다. 교수진은 학교 쪽의 요구에 맞춰 재정적 흑자 방안까지 마련했지만 학교 쪽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교수진은 학생들에게 이를 공개적으로 알리기로 결정했고, 지난 15일 특전대 폐지 소식을 재학생 및 졸업생에게 알렸다. 김선희 특전대 학과장은 “교수들은 논의 과정에서 특전대의 발전 방안에 대한 준비만 해왔고 (폐지를 통보할 때까지) 학교 쪽은 전혀 (폐지를) 얘기하지 않았다”며 “명확하게 얼마의 재정이 부족한지는 얘기하지 않고 폐지 결정부터 한 것이다. 추후에 알음알음으로 연간 7200만원 정도의 적자가 난다는 얘기만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서울여대 특전대에서는 학문적 토대와 임상에 대한 현장 경험을 동시에 갖출 수 있는 등 다른 학교와 차별화되어 있기 때문에 입학을 원하는 이들이 굉장히 많다”며 “중요한 교육기관을 재정을 이유로 갑자기 접어버린다는 것이 너무 참담하다”고 말했다.
학생들도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특전대는 올해에도 신입생(석사 38명, 박사 6명)을 뽑았다. 더구나 학교 쪽은 특전대 폐지를 결정한 이후에도 오는 9월부터 입학하는 후기 입학생 2명 선발을 최근 마친 상태다. 2명을 뽑는 후기 면접에만 모두 29명이 응시할 정도로 입학 경쟁이 치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학교 쪽이 이 신입생들까지는 졸업하게 해준다고 밝히고 있지만, 정작 당사자들은 반발하고 있다.
지난 3월 석사 과정 신입생으로 입학한 김가연(23)씨는 19일 <한겨레>와 통화에서 “입학할 때 아무것도 몰랐다. 전임 교수님들이 정년 퇴임한다는 얘기만 들었고 당연히 충원이 될 줄 알았다”며 “그런데 나흘 전에 폐지 소식을 갑자기 들었다. 같이 입학한 분들 가운데는 회사를 그만 두고 온 사람도 많다. 경제적 부담이 있지만 이쪽 전공으로는 이곳이 가장 좋은 전문대학원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온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사기당한 것 같은 기분”이라고 전했다.
올해 3월 박사 과정으로 입학한 최연희(45)씨는 다른 대학에서 석사를 전공하고 10년 넘게 현장 경험을 쌓다가 ‘고르고 골라’ 제대로 공부하려고 들어온 학교라고 말했다. 그는 “너무 어이없고 화가 나서 병이 났다. 신입생 설명회에서는 전문대학원의 위상에 대해서만 얘기했다. 대학 쪽의 장삿속에 감쪽같이 속은 느낌”이라며 “대학 쪽은 2028년까지 졸업은 할 수 있도록 해준다고 하지만 교수 충원 없이 수업의 질이 보장될 수는 없다. 박사 학위를 받는다고 해도 학교가 버린 카드의 학위장이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하루아침에 폐지 소식을 접한 특전대 재학생들과 졸업생들은 그날로 즉시 ‘서울여대특전대폐지반대TF’를 결성해 학교 쪽의 일방적인 폐지 결정에 반발하고 나섰다. 이들은 “폐지 논의 과정에서 학교 주체인 학생이 배제됐다”며 학교 쪽에 △폐지 논의 백지화 △학교 재정 지표 공개 등을 요구했다. 하지만 전혜정 총장은 17일 학생들을 만나 “나는 가정학과를 졸업하고 그 다음에 어느 날 갑자기 의류학과가 됐다”며 “나도 밖에 있을 때 의류학과인 걸 알고 가정학과를 졸업했지만 그냥 의류학과가 됐나 보다...(라고 여겼다)”고 말했다.
18일 총장을 비롯한 교무처장, 대학원장, 학과장, 학생 대표 등이 면담한 자리에서 학교 쪽은 재정 상황에 대한 상세 정보 공개를 거부한 채 학생들의 폐지 결정 철회 요구에 답을 내놓지 않았다. 대학 관계자는 19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이미 교무위원회에서 (폐지가) 결정된 것으로 알고 있다. 재논의나 후속 절차는 통보받은 바 없다”고 말했다.
서울여대는 지난해 12월에도 학과 통폐합 등 학사구조 개편을 위해 각 학과에 실적 보고서를 제출하라는 공문을 보냈다가 학생들이 행정관 점거 시위를 벌이며 반발하자 계획을 철회한 바 있다.
송채경화 기자
khso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