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집 위로 떨어지는 코피…. 고3 수험생을 떠올릴 때 빠지지 않는 장면입니다. 학창시절, 특히 고3 수험생 때는 누구나 체력적, 정신적으로 힘이 듭니다. ‘체력도 수능 전략 가운데 하나’라는 말이 왜 나왔을까요. 실제로 체력은 공부에도 영향을 줍니다. 공부를 하거나 좋아하는 분야에 대해 몰입할 때 체력은 꼭 뒷받침돼야 하는 중요한 기본 요소입니다.
중고교 때 저는 운동을 그리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어른들이 수험생이 되기 전 체력을 길러야 한다고 말씀하시는 걸 흘려들었습니다. 그러나 학년이 올라갈수록 공부량이 많아지고 공부 외에 동아리 활동, 연구 활동 등 여러 일들을 하다 보니 체력관리 할 여유가 없어졌습니다. 할 일은 많은데 하루는 24시간밖에 안 되니 자연스럽게 잠자는 시간을 줄였습니다. 처음에는 학교생활과 공부에 큰 지장이 없었습니다. 한데 시간이 지날수록 아침에 일어나 등교하는 것이 너무 힘들어졌습니다. 수업시간에 졸거나 집중이 안 되는 상황이 반복해 발생했습니다. 학교생활에서도 뭔가 늘 답답한 느낌, 공부에 치이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억지로 잠을 잤지만 단순히 수면 시간만이 문제는 아니었습니다. 하루는 공부를 하다 어지러움을 호소하며 쓰러져서 병원에 입원하기도 했습니다.
문제는 체력이었습니다. 체력의 중요성을 알았을 때는 이미 고3을 앞둔 겨울방학이었습니다. 체력을 기를 시간적, 정신적 여유가 없었기에 현실적인 방법들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먼저 점심·저녁 시간 등을 이용해 간단한 운동을 했습니다. 친구들과 운동장에서 농구를 자주 했습니다. 여건이 안 될 때는 줄넘기나 스쿼트, 팔굽혀펴기 등 간단한 맨몸운동을 했습니다. 운동을 좋아하지 않았던 터라 작심삼일로 끝낼 걸 알았기에 친구들과 먼저 포기한 사람이 벌금을 내는 등의 내기도 했습니다.
밥을 거르지 않으려는 노력도 했습니다. 스트레스가 점점 심해질수록 밥맛이 없어지기 시작했지만 억지로라도 먹으려고 했고, 비타민 등도 함께 챙겨 먹었습니다.
수면 시간은 현실적으로 늘릴 수 없었기에 최대한 늦게 안 자려고 노력했습니다. 대신 쉬는 시간 틈틈이 낮잠을 잤습니다. 이런 노력을 하자 체력은 점점 좋아졌고, 고3 여름방학 이후 원서를 쓰거나 수능을 준비하며 스트레스가 가장 높아졌을 때도 체력적인 어려움 없이 버틸 수 있었습니다. 일상 속 운동과 식생활 습관 및 수면습관 조절 등은 제가 공부뿐 아니라 동아리 활동 등에 몰입하고 저만의 성과를 내는 데 큰 힘이 됐습니다.
고교 시절 체력의 중요성을 느끼고 가장 후회했던 건 그동안 즐길 줄 아는 운동 하나 없이 지냈다는 겁니다. 좋아하는 운동을 정해서 꾸준히 해왔더라면 일부러 노력하지 않아도 자연스레 체력이 생겼을 텐데 말이죠. 후회를 반복하지 않으려고 대학에 입학해서는 바로 운동 동아리에 들어갔습니다. 인기 스포츠는 아니지만 체력적으로 많이 성장할 수 있단 생각에 미식축구부에 들어갔고, 올해는 대한민국 미식축구 국가대표팀 주장을 맡으며 새로운 성취와 배움을 경험하는 중입니다.
중고교생 후배들에게 좋아하는 운동 종목 하나쯤 만드는 것을 적극적으로 추천합니다. 학교에 있는 운동 동아리나 시청, 구청 등에서 운영하는 청소년 동호회를 적극적으로 찾아보면 다양한 선택지가 보일 겁니다. 처음에는 공부 아닌 것에 시간이나 관심을 너무 많이 쓰는 게 아닌가 걱정할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좋아하는 운동을 하며 길러둔 체력은 시험을 앞두고 있거나 실제 시험을 치를 때 나도 모르는 집중력으로 발휘됩니다.
월드컵 시즌, 경기를 보는 것만 하지 말고 축구를 비롯해 여러 운동을 경험해보고 자신에게 잘 맞는 걸 하나 골라보는 건 어떨까요?
이세영(연세대학교 문헌정보학 전공, 한국청소년학술대회 KSCY 조직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