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탐방, 직업탐색…. 교육 현장에서 참 많이 쓰는 말입니다. 오늘은 이 용어들을 교실에서 적용해보는 방법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경안고등학교에서는 여름방학에 직업탐방 및 직업 로드맵 작성 등의 활동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직업탐방이라고 해서 교사가 지정한 기관이나 직업인을 만나고 오는 수동적인 활동이 아닙니다. 직업탐방 준비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인터뷰 질문을 구체적으로 만드는 것입니다. 그래서 직업 로드맵 그리기의 첫 단계로 ‘인터뷰 질문지 만들기’ 활동을 합니다.
이 활동을 통해서 학생들은 직업 카드와 인터넷에 올라온 피상적인 정보로는 질문지를 제대로 작성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직업인을 만나 구체적으로 질문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게 됩니다. 다음은 학생들이 만든 질문 예시입니다. “취업의 길도 있는데, 창업을 선택하신 계기가 궁금합니다”, “연구 아이디어를 지속적으로 만들어 나가는 교수님만의 특별한 방법이 있으신가요?”
질문지를 만든 뒤에는 만날 직업인을 찾는 과정을 교육합니다. 지인들을 통해 소개받는 것부터 소셜네트워크서비스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직업인을 찾는 방법을 알려줍니다. 특히 인터넷을 통해 직업인을 찾게 되는 경우는 해당 직업인이 집필한 책, 강연 등을 참고합니다. 추가 인터뷰 질문을 만들어 인터뷰 대상자에게 미리 전자우편으로 보내게 합니다.
지난 7월11일 경안고 학생들이 직업탐방 활동 가운데 하나인 '직업 로드맵-질문지 만들기' 활동을 하고 있다.
지난해 경안고 1학년 학생들 가운데 박건우군은 김현회 스포츠 칼럼니스트, 류호진군은 이주현 해설위원, 김대원군은 최재철 한국외대 교수, 지서향양은 우종필 세종대 교수, 김예원양은 컴패션 박연경 팀장 등 전자우편으로 직업인을 직접 섭외해 만나고 왔습니다. 이렇게 체계적으로 탐방을 준비하고 다녀온 학생들은 직업탐방을 통해 자신감과 성취감을 느끼고 돌아옵니다.
직업인 섭외를 할 때 중요한 활동 가운데 하나가 바로 ‘전자우편 쓰기’입니다. 전자우편은 총 세 부분으로 나눠서 작성하도록 지도합니다.
도입 부분에는 ‘자기소개 및 메일을 보내는 이유’를 구체적으로 씁니다. 본론에는 전공 관련 열정을 담을 수 있도록 지도합니다. 섭외하고자 하는 직업인이 펴낸 책 및 강의를 사전에 본 뒤 전자우편에 그를 만나고자 하는 이유를 쓰도록 해서 특정 직업인이 경안고 직업탐방 활동에 긍정적인 생각을 갖도록 하고 있습니다. 마무리에는 학생이 직업인에게 직접 제안을 하도록 합니다. ‘탐방 기간이 언제이고, 가능한 날짜를 알려주시면 직접 찾아뵙겠습니다’ 등으로 끝맺음을 하는 것이지요. 특히 이때, ‘인터뷰 질문지’를 함께 첨부해 보냅니다. 학생들 입장에서는 직업탐방의 목적을 보다 분명히 할 수 있고, 인터뷰에 응해주는 직업인들 입장에서는 ‘이 만남이 헛되지 않겠구나’라는 것을 알려드리는 것이지요.
탐방 뒤에는 탐방 보고서를 반드시 작성합니다. 탐방 보고서는 크게 네 부분으로 나뉩니다. 첫째는 ‘탐방 동기’입니다. 해당 직업인을 만나게 된 동기를 작성하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인터뷰 정리’입니다. 인터뷰 때 작성한 메모를 바탕으로 중요한 질문과 답변을 정리하는 활동입니다. 세 번째는 자신이 깨달은 점을 구체적으로 작성하는 것입니다. 인터뷰를 통해 새로 알게 된 것, 생각이 바뀌었거나 강화된 내용 등을 작성하도록 합니다. 마지막으로 학교생활을 통해 적용할 수 있는 내용을 적습니다. 직업인들이 추천한 책이나 영화 그리고 해보고 싶은 비교과 활동 등을 적게 합니다. 많은 학생들이 이 과정을 통해 진로와 직업에 대한 생각을 단단히 하고, 때에 따라서는 자율 동아리를 개척해나가기도 합니다.
마지막으로, ‘질문지 만들기’로 시작한 직업 로드맵을
완성하도록 합니다. ‘직업 로드맵’은 고교 및 대학 졸업 뒤 자신이 어떤 직업을 갖게 될지 상상해보고, 그 과정에서 필요한 목록들을 적어보는 활동입니다. ‘직업 입문과정’과 ‘직업 성장 과정’ 등의 칸에는 학생들 각자 ‘예상되는 어려움, 필요한 역량, 궁극적으로 하고 싶은 것, 대학 때 배우게 될 전공 과목’ 등을 쓰게 합니다.
직업탐방을 마치고 직업 로드맵까지 완성해본 학생들은, 자신감이 남다릅니다. 목표와 꿈을 머리로만 생각한 학생들과 ‘눈에 보이는 결과물’로 온전히 만들어본 학생들은 진로는 물론이고 학습면에서도 성취감을 크게 느낍니다.
글·사진 곽충훈(경안고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