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짬】 제주 귀일중·오현고 김홍탁 강영아 부부교사
“공감은 책임감이나 정의감, 그리고 문제를 함께 해결하기 위해 행동하는 출발점이죠. 공감의 힘은 타인이나 사회적 약자의 아픔을 외면하지 않는 것입니다. 교사와 교사 간, 교사와 학생 간에도 공감이 필요해요. 인지적 배움이 없는 공감은 실체 없이 태도와 감정만을 강요하게 될 수 있고, 정의적 배움이 없는 공감은 학생들이 지식만을 이해하게 돼 잠재적 실천력이 생기지 않게 됩니다. 학생들이 교실 수업에서 시민적 자존감과 실천력을 내재한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배움을 구성해야 합니다.“
최근 자신들의 수업과 교수학습법 등 사례를 담은 <공감수업>(맘에드림)을 펴낸 김홍탁(37)·강영아(38) 부부 교사의 얘기다. 여기엔 교사 연구모임 ‘전문적 학습공동체’를 통해 좋은 수업과 교사의 전문성 신장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한 지난 시간의 흔적이 녹아있다.
“넓은 의미에서 학교가 담당해야 할 교육은 민주주의 교육이자 민주시민 교육이라는 점에서 혁신교육은 교육이 해야 할 몫을 온전하게 하는 것입니다. 좁은 의미에서는 교육의 본질은 수업입니다. 수업에서 삶을 배워야 합니다. 그 연결고리를 ‘공감’에서 찾았습니다.” 지난 17일 만난 둘은 “왜 공감이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두 사람은 올해로 12년 차인 사회과 교사다. 남편인 김 교사는 제주시 귀일중에서, 아내 강 교사는 제주시 오현고에서 가르치고 있다. 부부는 “우리 스스로 성찰하고, 우리들의 학습방법과 고민을 공유하기 위해 책을 쓰게 됐다”며 웃었다. 두 교사는 7살짜리 쌍둥이 자녀들이 잠든 오후 10시께부터 수업을 위해 다양한 사회과학·인문학 도서는 물론 학자들이 쓴 논문을 찾아 읽고, 수업을 준비한다.
“가르침만 있고 배움이 없는 수업만 한다면, 앞으로 긴긴 교직 생활에서 보람을 얻을 자신이 없기 때문에 계속 성장하는 교사가 되고 싶다.”(2015년 10월2일, ‘성찰일기’ 중에서) 김 교사는 책에서 “자신을 성찰할 수 있는 교사가 성장할 수 있다”며 이렇게 적고 있다. 그는 교직 생활 내내 ‘성찰일기’를 쓰고 있다.
올해 12년차 사회 담당 교사
교수학습 경험 담아 ‘공감수업’ 펴내
쌍둥이 잠든 밤 10시부터 수업준비 “삶을 위한 교육의 핵심은 공감
성장하는 교사 되려 매일 성찰일기
공감 수업엔 학교 민주주의 필수”
그의 성찰은 수업에서도 나타난다. 4부로 구성된 이 책의 2부 주제는 ‘주제가 살아 있는 공감수업’이다. ‘박정희 시대는 살아 있는 과거이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재협상 수업’, ‘정치 참여 수업’ 등으로 구성된 주제가 눈길을 끈다. 그는 ‘박정희 18년사’를 가르치기 위해 진보와 보수학자의 연구서적을 두루 읽는다고 한다. 한일청구권 협정(1965)과 일본군 ‘위안부’문제 합의(2015) 관련 수업 때는 관련 내용을 질문지에 제시하고 주장과 공통점을 찾도록 한다.
학교 교육은 집단기억을 형성하고 전달하는 주요한 통로다. 둘은 “세월호 사고는 우리 사회가 기억을 어떻게 집단으로 형성하고, 어떻게 정의로운 방향으로 나갈 것인가에 대한 성찰을 제공했다. 세월호 사고의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의미의 노란 리본처럼 ‘소녀상’은 일본이 저지른 만행의 기억을 재생함으로써 과거를 잊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낸다”며 교실 속 수업도 이렇게 진행한다고 말했다.
김 교사는 학교만이 아니라 학교 밖 수업도 중요하게 본다. 평화기행 동아리를 만들어 전세버스나 렌터카를 빌려 학생들과 역사기행에 나서기도 한다. 김 교사가 자주 찾는 곳은 강정마을과 일제 강점기 알뜨르비행장 등이 있는 모슬포 지역이다. 김 교사는 “제주도에서만큼은 학생들과 강정마을을 꼭 가보라고 권유한다. 그곳에서 평화의 메시지를 읽고 확산해야 한다. 해군기지 건설 과정에서 주민들이 겪은 아픔을 헛되지 않게 하는 방법이자 4·3 이후 제주도민들에게 박힌 레드 콤플렉스를 극복하기 위한 적극적인 방법이다”고 말했다.
부인 강 교사는 ‘공감’이라는 가치를 구현하기 위해 감수성 수업으로 접근했다. 강 교사는 “사회시간에 자작시 쓰기 수업을 시도했다. 시를 통해 학생들이 방황하고 흔들리는 모습이 보였다. 교직에 있는 동안 이렇게 많은 학생의 뜨거운 내면을 본 적이 있었을까 할 정도로 큰 울림과 감동이 있었다”고 전했다. 강 교사는 “배움의 주체인 학생과 교사가 사회를 바라보는 안목과 감수성이 필요하다. 교사는 일상에서 학생들과 연결된 학습 주제를 찾고 학생들의 시선을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학생들 앞에 섰을 때 부끄럽지 않기 위해 늘 고민한다”는 이들 부부는 공감수업을 위해서는 ‘학교 민주주의’ 정착이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학교 민주주의는 시대정신입니다. 학교라는 공간이 민주적인 시민을 키워내는 공간이 되려면 의사소통의 수평적 관계가 이뤄져야 해요. 학교운영위 운영방식, 일하는 방식, 학교 문화 등을 개선하는 일이지요. 학교 민주주의는 학교 혁신을 통해 교육의 본질에 다가서기 위해 필요합니다.”
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
김홍탁(왼쪽) 제주 귀일중 교사와 강영아(오른쪽) 제주 오현고 교사. 부부 사이인 둘은 12년차 사회담당 교사 경험을 담아 교수학습법 책을 함께 펴냈다. 사진 허호준 기자
교수학습 경험 담아 ‘공감수업’ 펴내
쌍둥이 잠든 밤 10시부터 수업준비 “삶을 위한 교육의 핵심은 공감
성장하는 교사 되려 매일 성찰일기
공감 수업엔 학교 민주주의 필수”
김홍탁 강영아 교사 부부. 허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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