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성 이렇게 말해 보세요
“난 요즘 너무 슬프다. 다른 아이들보다 키도 작고 가슴도 정말 작은데…. 아무 생각없이 남자애들은 놀려댄다. 아스팔트에 붙은 껌딱지라느니, 명품(완전평면)이라느니…. 나도 다른 아이들처럼 가슴이 빵빵한 글래머 였으면 좋겠다 ㅠ.ㅠ 도대체 남자들은 왜 이런 문제로 가뜩이나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여자들에게 은근히 더 많은 스트레스를 주면서 괴롭히는 걸까? 내가 화를 내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사과도 하지 않는다. 장난으로 그런건데 뭘 그러냐면서 자기네들끼리 낄낄댄다.”(한 중2 여학생의 글 중에서)
하루가 다르게 몸의 변화를 겪는 사춘기 청소년들은 남자나 여자나 할 것 없이 몸에 관심이 많다. 특히 여자의 가슴, 남자의 성기 크기에 대해 민감하다. 남자 아이들은 가끔 “도대체 성기 크기가 몇 센티미터나 되어야 평균이냐”고, “아무래도 나는 너무 작은 것 같아서 고민”이라고 하소연을 한다. 아이들의 고민은 대체로 친구들과 목욕탕이나 화장실에서 얼핏 비교하거나 포르노 같은 영상물을 보면서 시작된다. 특히 포르노에 많이 노출된 아이일수록 ‘무조건 커야만 한다’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그러다 보니 아이들은 이분법적으로만 생각한다. 크거나 혹은 작거나.
그래서 사람들의 생김이 열이면 열, 다 다 다르다는 지극히 평범한 상식과 우리 몸의 각 기관들은 저마다 소중한 기능을 갖고 있다는 점을 잊어버린다. 남자의 성기나 여자의 가슴을 오로지 성적 상징물로만 보려하니 마음에 들지 않는 자기 몸을 심리적으로나 물리적으로 학대하기도 한다. 남자 아이들 사이에서는 성기를 크게 하기 위해 온갖 방법을 다 동원하다가 급기야 응급실에 실려가는 웃지못할 일도 생긴다.
자기 몸에 대한 이미지가 부정적일수록 문란한 성생활을 한다는 연구 결과들이 꽤 있다. 성교육 과정 중에서 ‘자기 몸에게 말걸기’라는 프로그램이 있는데, 하루에 한번씩 나를 있게 해준 몸의 각 부분과 대화하고 감사를 표현해 보는 것이다. 내 몸 구석구석의 소중함을 알아야 남에게도 장난삼아 돌을 던지지 않는다. 가슴이 작아 고민하던 위의 여중생이 이 프로그램에 참여해 자기 몸에 말을 걸고, 몸에 대한 자존감을 회복한 이야기를 들어보자.
“나는 정말 매력 없고 볼품 없고 너무 작은 내 가슴이 때론 밉기도 하지만, 내껀데 이걸 어쩌리? 다른 사람하고 바꿀 수도 없는일. 나는 그냥 있는 그대로의 내 가슴을 사랑하려고 한다. 나중에 커서 실리콘 같은 것도 안 넣을 것이다. 이런 나의 장한 생각 때문에 내가 너무 너무 자랑스럽다! 가슴아, 난 널 사랑해! 내 사랑을 먹고 무럭 무럭 자라거라!” 이명화/아하!청소년성문화센터 센터장 bright@ymca.or.kr
이명화/ 아하! 청소년성문화센터 센터장 bright@ymc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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