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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아이들과 ‘뉴스 사용 설명서’ 만들어보세요

등록 2018-10-29 19:56수정 2018-10-29 19:58

[함께하는 교육] 아미샘의 ‘미디어가 왜요?’
청소년들과 ‘뉴스 사용 설명서’를 만들며 평소 기사를 어떻게 읽고 있는지, 가짜뉴스는 어떻게 판별할 것인지 등을 토론했다. 김아미 경기도교육연구원 부연구위원 제공

교육자인 기성세대와 학습자인 청소년 세대가 경험하는 뉴스는 매우 다른 모습입니다. 지난해부터 올해 ‘뉴스 이해하기’ 연구를 통해 만난 청소년들의 뉴스 경험 역시, 저와는 조금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연구에 참여한 중·고등학생들은 뉴스를 ‘빠르게 얻을 수 있는 정보, 내 일상과 연관된 정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들은 주로 터치 한 번으로 접속이 가능한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트위터 등 직관적인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뉴스를 공유하고 있었어요. 매일 아침 신문을 펼쳐두고, 사건?사고에 관한 기사를 하나하나 제목부터 읽어봤던 기성세대와는 달랐습니다.

아이들이 직접 신문을 구독하거나 9시 뉴스를 보기 위해 시간을 내는 경우는 드물지요. 하지만 학생들은 자신의 생활과 관련 있는 정보·뉴스를 접하고 공유하며, 그 과정에서 뉴스의 진위를 판단할 수 있는 나름의 기준을 만들어나가고 있었습니다. 아이들이 마냥 수동적으로 정보를 흡수하는 건 아니라는 말입니다.

학생들은 “신문사 누리집에서 팝업·배너 형태로 기사와 함께 노출되는 광고가 많은 경우, 그 기사에 대한 신뢰도가 낮아진다”고 이야기합니다. 광고가 많이 떠서 뉴스를 보는 데 불편함을 느끼는 것 외에도, 광고가 많다는 것은 수익 창출을 주요 목적으로 하는 웹페이지라는 인상을 주어 결과적으로 뉴스 기사에 대한 신뢰도가 낮아진다고 설명했어요. 이는 학생들이 언론사나 정보 제공자의 ‘경제적 맥락’에 대해 알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아이들의 경험을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에 적용한다면 뉴스의 생산 및 유통, 수익구조에 대한 심층 조사나 토의·토론하는 방법을 생각해볼 수 있겠지요.

연구에 참여한 청소년들은 기사를 공유한 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댓글 내용을 참조한다고 이야기했습니다. 물론 학생들이 모든 댓글을 곧이곧대로 믿거나, 무조건 사실 판단의 근거로 사용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댓글에 달린 다른 사람의 의견을 참조하고, 가능한 경우 댓글 작성자의 블로그나 운영하는 누리집 등에 찾아가 본다고 하더군요. 그 과정을 거친 뒤 해당 댓글의 작성자가 표현한 의견이 믿을 만한지 판단한다고 이야기했습니다.

또한 학생들은 뉴스 가치를 판단할 때 ‘베스트 댓글’을 가장 신뢰할 만한 근거로 삼기도 하지만, 반대로 가장 이상한 댓글을 ‘베스트 댓글’로 만들어 공개적인 망신을 주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어요. 학생들이 댓글 자체를 뉴스의 일부로 인식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뉴스를 만드는 사람, 그리고 그 뉴스를 보는 사람들과 소통하고 의견을 주고받는 환경에 익숙해지고 있다는 것이지요. 청소년들에게 뉴스는 더는 ‘내게 일방적으로 주어진 정보’가 아닙니다. ‘기사를 사용하는(읽는) 나’도 해당 이슈에 목소리를 보태는 적극적인 참여자, 뉴스 생산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연구에 참여했던 학생들과 함께 ‘뉴스 사용 설명서’를 만들어보았습니다.(사진) 그 과정에서 자신의 뉴스 사용 경험에 대해 공유하고 서로 의견을 나누어 봤어요. 아이들은 설명서를 만들면서 “뉴스에 댓글을 다는 과정이 귀찮을 수 있지만, 다른 사람들이 뉴스를 본 뒤 판단할 수 있는 근거를 제공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댓글을 달고 대화에 참여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댓글 등을 통해 자신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내보이는 것이 ‘가짜 뉴스’ 유통을 막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 하더군요.

이런 생각의 흐름이 바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통해 키우려 하는 ‘디지털 시민성’입니다. 초단위로 쏟아져 나오는 기사들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게 아닌, ‘뉴스와 정보가 주는 메시지를 어떻게 읽어낼 것인가’를 생각해보도록 하는 것이지요. 자신의 미디어 사용 경험을 성찰해보는 것, 보다 나은 미디어 환경 조성을 위해 고민할 수 있도록 계기를 마련하는 교육은, 아이들을 책임감 있는 디지털 시민으로 자라나게 할 것입니다.

글·사진 김아미(경기도교육연구원 부연구위원,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의 이해>(커뮤니케이션북스)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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