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연구를 위해 만난 중학생이 학교에서 ‘스마트폰 이별주간’이 있었다고 말해주더군요. 정들었던 스마트폰과 잠시 이별하는 시간을 가지는 주간. 이별주간이 효과가 있을지는 자신할 수 없지만 학생들이 스마트폰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가 잘 드러난 표현이라 생각했습니다.
학생의 스마트폰 사용을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가는 우리나라만의 고민은 아니더군요. 프랑스에서는 올해부터 3살에서 15살 사이 학생들의 학교 안 스마트폰 사용을 일괄 금지하는 제도를 시행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등교와 동시에 스마트폰은 제출하고 하교하면서 찾아갈 수 있게 하는 학교가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지난해 인권위에서 이러한 규정이 학생의 ‘통신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으므로 학교 구성원 간 토론으로 규율을 합의하도록 권고한 상황이지요. 연구 과정에서 만난 중학생들은 학교 안 스마트폰 규율을 정하려는 대토론회에서 나눈 이야기들을 공유해주었습니다. 학생, 부모, 교사의 의견이 다양했고 학교 안 스마트폰 사용 허용에 대한 찬반이 팽팽히 맞서서 결론을 내리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고 들었어요.
아예 일정 나이가 될 때까지 ‘스마트폰 사용 금지’라고 말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실제로 아이에게 스마트폰을 사주는 나이를 최대한 늦추는 등의 방법을 쓰는 부모님들도 계실 것 같습니다. 하지만 아이의 스마트폰 사용을 전면 금지하는 데 심리적 걸림돌이 있지요. 면담을 통해 만난 학부모들은 두 가지 이야기를 했습니다. 하나는 학생들의 또래문화가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구성되고 있는데, 스마트폰을 아예 사용하지 못하게 했을 경우 친구들과 함께 하는 활동에서 제외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입니다. 두 번째는 스마트폰 사용을 못하게 했을 경우 테크놀로지와 정보에서 뒤처지지 않을까, 그러면 결국 미래 지향의 흐름에서 멀어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두려움이 있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테크놀로지(당시의 새로운 미디어)와 청소년을 보는 이와 같은 양가적인 관점이 완전히 새로운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1990년대 후반 인터넷이 보편화되었을 때도 같은 논의가 있었습니다. 한편에서는 인터넷과 컴퓨터에 둘러싸여 자라난 ‘디지털 세대’가 텔레비전 중심의 기성세대와는 아주 다른 능력을 가지고 있고 다른 방식으로 생활할 것이라며 장밋빛 전망을 하였고, 다른 한편에는 청소년들이 인터넷이라는 위험한 공간에서 채팅으로 모르는 사람을 만나거나 일탈행위를 하고 있으므로 청소년들을 위험으로부터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했어요.
이러한 양가적인 사회담론 안에서 교육이 또는 학교가 학생의 미디어 사용에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가는 해결하기 어려운 난감한 문제가 되어버립니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은 학교 안에서 학생들의 스마트폰이 일단 눈에 띄지 않게 하는 대응 방식은 지금의 상황에 크게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2000년대부터 유럽 여러 국가 어린이·청소년의 온라인 경험을 연구한 소니아 리빙스톤 교수와 동료 연구자들은 청소년들이 온라인에서 위험을 겪기도 하지만 동시에 오프라인이 주지 못했던 기회도 함께 경험하고 있다고 강조합니다. 온라인은 이제 청소년들이 활동하는 주요한 공간이자 환경입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도 점점 모호해지고 있습니다. 온라인은 어린이와 청소년 사용자를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공간이 아닌 경우가 많으므로, 온라인 공간에 아이들을 방치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무조건 “학교 안에서는 스마트폰을 쓰면 안 돼”라고 하기보다는 학생들이 스마트폰을 왜 어떻게 쓰고 있는지, 그들이 다양한 미디어 공간에서 하는 경험에 대해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분은 무엇인지 교사가 학생과 함께 고민할 필요가 있습니다. 학생이 자신의 미디어 경험에 대해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어볼 수 있고, 그러한 경험에 영향을 주는 미디어의 구조에 대해 조사하고 대안을 상상하며, 행동할 수 있는 교육의 기회를 제공할 필요가 있습니다. 학생의 비판적 성찰과 실천적 참여를 중심에 둔, 본격적인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시작되어야 할 시점입니다.
김아미 (경기도교육연구원 부연구위원,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의 이해>(커뮤니케이션북스) 지은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