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리는 생리 그 자체로 세상 모든 여성이 겪는 자연스러운 신체 현상이라는 걸 알려주자. 월경이 성관계를 연상시키는 ‘섹슈얼’(sexual)하거나 부끄럽고 꺼려야 할 일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내 몸’에서, 평생에 걸쳐 일어나는 당연하고 평범한 여러 신체 현상의 하나일 뿐이다. 우리 몸을 유지하기 위해 위와 장, 심장, 폐가 각각 하는 일이 있듯, 자궁 역시 하나의 신체 기관으로 매월 자기 할 일을 열심히 하고 있는 것뿐이다.
오늘은 지난 11월27일, 12월4일치 칼럼에 이어 ‘생리 3부작’ 마지막 이야기입니다. ‘생리를 생리라 말하지 못하고’ 칼럼 내용은 초등젠더교육연구회 ‘아웃박스’ 교사들이 아이들과 실제 교실 안에서 해본 수업이기도 합니다. <교육방송>(EBS) 육아학교 유튜브 계정에 수업 영상으로도 올라와 있습니다. 유튜브 검색창에 ‘나의 첫 월경수다’(이하 월경수다)를 검색하면 바로 볼 수 있습니다.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
생리용품에 생리대만 있는 것은 아니다. 물론 초·중·고·대학을 나와 사회생활을 하고 있는 성인인 나 역시 그 사실을 얼마 전에 알게 됐다. 밑이 가렵고 따가워도 생리대 종류만 주야장천 바꿔가며 내 몸을 대상으로 ‘실험’했다. 세계의 절반인 여성들에게, 부모는 물론 학교에서도 가르쳐준 적 없는 다양한 생리용품들. 그랬기에 탐폰과 생리컵은 그야말로 신세계였다.
월경수다 수업 활동 중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에서는 미스터리 박스에 들어있는 보들보들한 솜방망이 탐폰과 말랑말랑한 생리컵을 만져보며 무엇인지 추측하고, 어떻게 사용하는지 알아봤다. 다큐에서 봤던 생리용품들이 눈앞에 가득 펼쳐졌다. 면생리대, 생리팬티, 탐폰, 생리컵까지. 피를 담고 흡수하기 위한 여러 용품들을 함께 탐색하는 동안 아이들은 ‘막연하고 답답하기만 했던 이 고민이 혼자만의 것은 아니구나’라고 느꼈다. 아이들 마음이 조금은 가벼워지고 각자에게 잘 맞는 생리용품을 선택하길 바랐다.
이 부스는 남자인 ‘테오쌤’이 함께 진행했다. 테오쌤은 이 행사를 준비하며 처음 탐폰을 만져봤다고 했다. 처음에는 어색해하더니 ‘자연스러운 몸의 현상을 설명하는 건데 내가 아이들 앞에서 이러면 안 된다’며 몇 배로 더 공부하고 준비했다. 노력의 결과인지, 자연스럽게 설명하는 모습에 아이들도 ‘남자쌤’이라는 거부감 전혀 없이 재밌게 참여했다.
생리는 생리 그 자체로 세상 모든 여성이 겪는 자연스러운 신체 현상이라는 걸 알려주자. 월경이 성관계를 연상시키는 ‘섹슈얼’(sexual)하거나 부끄럽고 꺼려야 할 일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내 몸’에서, 평생에 걸쳐 일어나는 당연하고 평범한 여러 신체 현상의 하나일 뿐이다. 우리 몸을 유지하기 위해 위와 장, 심장, 폐가 각각 하는 일이 있듯, 자궁 역시 하나의 신체 기관으로 매월 자기 할 일을 열심히 하고 있는 것뿐이다.
당연한 걸, 당당하게
처음에는 어색하게 삐죽대고 “생리를 며칠 동안이나 하는 거예요?” “생리대는 몇 개나 가지고 다녀야 하죠?”라고 묻던 아이들이었다. 3시간 넘게 일상 이야기하듯, 월경에 대한 말과 경험을 나누다보니 아이들 모두 ‘생리, 생리대, 월경’이라는 단어를 아무렇지 않게 사용했다. 이행시와 삼행시로 소감을 받아보니 재치 있고 강렬한 답들이 쏟아졌다.
“생각해보면/리(이)거 진짜 별거 아닌데/대수롭지 않게 지나가고 싶다”
“월경은 부끄러운 게 아니라 우리의/경험이다”
“생리는/리더같은 일이고/대왕 자랑스러운 일이다”
초경을 시작한 아이들에게 다짜고짜 “이제 진짜 여자가 됐구나!, 아이 낳을 준비가 됐구나”와 같은 ‘임신·출산·가족’으로 엮는 말보다는, 생리는 생리 그 자체로 세상 모든 여성이 겪는 자연스러운 신체 현상이라는 걸 알려주자. 월경이 성관계를 연상시키는 ‘섹슈얼’(sexual)하거나 부끄럽고 꺼려야 할 일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내 몸’에서, 평생에 걸쳐 일어나는 당연하고 평범한 여러 신체 현상의 하나일 뿐이다. 우리 몸을 유지하기 위해 위와 장, 심장, 폐가 각각 하는 일이 있듯, 자궁 역시 하나의 신체 기관으로 매월 자기 할 일을 열심히 하고 있는 것뿐이다.
우리 아이들에게만큼은 월경과 생리대가, 그동안의 무지와 혐오에서 벗어나 가방 깊숙이 숨길 필요 없는 당당한 ‘자기 삶’의 일부가 되길 바란다. 월경수다는 이제 시작이지만, 앞으로 모든 교실에서 월경으로 수다 떨 수 있는 그 날을 기대해본다.
글·사진 김수진 초등젠더교육연구회 ‘아웃박스’ 교사, <예민함을 가르칩니다> 공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