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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사회·국어·미술교과 융합해 ‘소녀상’ 의미 알아보기

등록 2018-12-24 20:15수정 2018-12-24 20:25

[함께하는 교육] 초등 교실 속 젠더 이야기
초등 3학년 교실에서 진행한 ‘위안부’와 소녀상 관련 교과융합형 젠더 수업 이야기를 2회에 걸쳐 연재하려고 합니다. 오늘은 계기 수업 이유와 준비과정을 적어보겠습니다.

올해 노벨평화상에는 콩고 내전 희생자들을 돕고, 인권을 위해 힘쓴 의사 드니 무퀘게와 시민운동가 나디아 무라드가 공동 수상자로 선정됐다. 이들은 전쟁 중 성폭력 피해자 치료에 앞장서고 성폭력 근절 운동을 펼쳤다. 노벨위원회는 “전쟁 중 여성의 근본적인 권리와 안전을 인식하고 보호해야 한다”고 수상 이유를 발표했다. 이들에게 노벨평화상을 수여했다는 뉴스를 접한 뒤 다음 성평등 수업 주제로 ‘위안부’ 이슈를 준비했다.

그러나 내가 맡은 초등학교 3학년 아이들과 위안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내가 활동하는 ‘초등젠더교육연구회 아웃박스’ 소속 선생님들과도 수업 방향을 협의해봤다. 현재 6학년 1학기 사회 교과서에 수록된 내용을 어떻게 하면 3학년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을지 고민이 됐다. 아홉 살 친구들이 이해할 수 있는 단어와 내용으로 접근해보자는 결론을 냈다.

위안부에 대한 수업은 사회·국어·미술 교과 내용을 재구성한 뒤 진행했다. 사회에서는 ‘다양한 가족이 살아가는 모습’이라는 단원, 국어는 ‘여러 방법으로 책 소개하기’, ‘다른 사람에게 마음을 전하는 글쓰기’, ‘글을 읽고 인물에 대해 이야기하기’, 미술에서는 ‘관찰하여 찰흙으로 나타내기’ 단원을 선택·적용했다.

이번 수업에서는 역사적 사실에 대한 전달도 중요하지만, 피해를 입은 할머니들의 상처와 인권에 대한 이야기에 초점을 맞췄다. 사회와 국어 단원은 수업에 필요한 서적을 찾다 우연히 발견한 <나비가 된 소녀들>이란 이야기책을 활용했다. 미술은 사회와 국어 단원에서 배운 내용을 바탕으로 한국에 설치된 소녀상의 의미와 모습을 알아본 뒤 찰흙을 활용해 직접 만들어보는 내용으로 구성했다.

특히 다문화 가정에서 자란 주인공 여학생이 학교생활의 어려움을 겪는 내용으로 시작하는 <나비가 된 소녀들>은, 사회 교과와 연결 지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우리 반에 있는 다문화 학생의 인권 존중에 대한 이야기까지도 자연스레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수업 시간, 책을 읽기 전 겉표지를 통해 <나비가 된 소녀들>의 책 제목과 이미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3학년 친구들의 상상력이 맘껏 발휘되었다. “마법에 걸린 소녀들이 밤에는 나비가 되어 돌아다닌다는 이야기가 있을 것 같아요” “저주에 걸렸던 나비가 나중에 사람으로 변해 소녀들을 구해줄 것 같아요”라는 이야기를 나누며 아이들은 웃고 떠들었다. 그때 한 학생이 ‘나비’라는 단어 속에서 ‘평화와 자유로움’이라는 단어를 연상했고, 나는 ‘아, 수업이 잘 진행될 수 있겠다. 내가 괜한 걱정을 했구나’라는 생각을 하며 수업을 이어갔다.

평화와 자유, 두 단어를 통해 예상해볼 수 있는 책 내용의 범위가 확 줄어들고, 교사가 ‘일본’이라는 말을 제시하자, 아이들은 힌트를 통해 ‘소녀상’까지 떠올렸다. 소녀상이 어떻게 생겼는지 잘 아는 친구도 있었고, 전혀 모르는 친구들도 있었다. 이어 교사가 “소녀상을 왜 만들었을까?”, “소녀상의 의미는 무엇일까요?”라는 질문을 던졌는데 30명 가운데 2명의 학생이 “아아, 그, 그, 위…”라며 대답을 마쳤다.

정윤식 초등젠더교육연구회 ‘아웃박스’ 교사, <예민함을 가르칩니다> 공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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