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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학생·교직원 모두가 행복한 대학 함께 만들어요”

등록 2019-01-14 20:35수정 2019-01-14 21:49

강정애 숙명여대 총장 인터뷰
학생·교직원 모두 힘든 시기
개인과 조직의 행복 융화시켜야
3년 된 공과대 날아오를 준비
4차 산업혁명 견인 기대주
학교 평가 꾸준한 상승세
‘숙명’ 브랜드 위상 상승 실감
지난 9일 <한겨레>와 만나 인터뷰 중인 강정애 숙명여대 총장. 사진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지난 9일 <한겨레>와 만나 인터뷰 중인 강정애 숙명여대 총장. 사진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국내의 많은 대학들이 학령인구 감소와 산업계 수요의 부조화 등 여러 가지 대외적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대책을 마련하느라 골머리를 앓고 있다. 여성교육의 리더를 자임해온 숙명여대도 새로운 사회구조와 패러다임 변화에 발맞춰 변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16년 9월 취임한 강정애 총장은 ‘르네상스 숙명’을 슬로건으로 내걸고 혁신을 주도해 왔다. 그는 새해 들어 ‘구성원이 더 많이 행복한 대학’을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지난 9일 총장실에서 만나 그의 구상을 자세히 들어봤다.

-새해 화두로 ‘구성원의 행복’을 내세웠다.

“지금 학생들은 이른바 밀레니엄 세대로 기존 사회 주류가 보였던 삶의 방식이나 가치관에서 벗어나 있다.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어두운 측면도 없지 않다. 2017년 우리 대학 연구를 보면, 대학생의 절반가량이 우울증을 앓고 있거나 앓을 것으로 예측돼 충격을 받았다. 학생들이 정서적으로 지지받고 마음의 근육을 키워 진정으로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또 교수진과 직원들도 힘든 시기를 겪고 있다. 개인과 조직의 행복을 조화롭게 융화시키자는 뜻이다.”

-어떤 방안들을 구상하고 있는가?

“우선 학생생활상담소의 역할을 재점검하고 강화하려 한다. ‘행복’이라는 화두를 꺼내게 된 계기가 학생들의 불안감과 우울함이었듯이 이들을 실질적으로 지원하기 위해서는 상담 기능이 제대로 작동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많은 학생들이 대학에 오면 밝은 미래가 저절로 열릴 줄 알았지만, 막상 저학년 때는 교우관계 등 학교생활 적응이나 학업 수행에 어려움을 겪고, 고학년에 올라가면 진로 문제가 가로막는다. 찾아오는 상담에서 찾아가는 상담으로 그 역할을 능동적으로 확장하고, 일시적인 상담에 그치지 않는 학생들의 통합적인 헬스케어를 담당하도록 하겠다. 이를 위해 서울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 소장으로 많은 활동을 하신 박애선 교수님을 상담소장으로 모셨다. 지난해엔 총장 직속으로 ‘인권센터’를 개소하였고, 성평등상담소와 인권상담소를 두어 운영하고 있다. 모든 구성원을 염두에 두고 인권 침해에 대해 상담과 구제를 담당하고 있다. 학생 맞춤형 학습지원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평생지도교수제와 함께 2년 전 도입한 진로전담교수제를 더욱 활성화할 계획이다.”

“학생의 행복·성장이 전략적 목표”

-어떤 효과를 기대하는가?

“새로운 것은 아니다. 이미 해오던 것을 확대·강화하는 것이다. 그동안 많은 성과를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점은 보완할 참이다. 학생의 행복과 성장을 교육 부문의 전략적 목표로 설정하려고 한다. 학생들로부터 학교의 여러 서비스에 대한 만족도 조사를 수시로 진행해 수렴된 결과를 적극적으로 반영하겠다.”

-이제 4년에 접어든 공과대학은 안착했는가?

“2015년 처음 만들 당시엔 우려가 없지 않았다. 그러나 3년이 지난 현재 숙명 공대라는 브랜드가 수험생들에게 신선하게 받아들여지고 있고, 실제 입시 경쟁률이나 인재들의 수준도 아주 긍정적이다. 현재 신입생 중 공학 계열이 20% 가까이 된다. 인문학과 조화를 이뤄 양 날개로서 균형을 잡아가고 있다는 것도 고무적이다. 전임교원 숫자 등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지만, 5년 정도 더 지나면 연구나 산학협력에서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지난해 12월 서울 용산 전자상가에서 열린 숙명여대 캡스톤 디자인 경진대회에서 심사위원들이 학생들의 작품을 둘러보며 설명을 듣고 있다. 숙명여대 제공
지난해 12월 서울 용산 전자상가에서 열린 숙명여대 캡스톤 디자인 경진대회에서 심사위원들이 학생들의 작품을 둘러보며 설명을 듣고 있다. 숙명여대 제공

-비결이 무엇인가?

“먼저 교육부의 프라임 사업으로 인한 긍정적 효과다. 여자대학 가운데 (프라임 사업 대형 부문에) 유일하게 선정돼 받은 360억원의 재정지원을 토대로 우리 공대만의 미래지향적 교육과정을 만들었다. 또 시설과 기자재와 같은 인프라 구축, 전임교원의 증원, 장학금의 확대 등도 이뤄졌다. 구성원들의 헌신적인 희생도 빼놓을 수 없다. 공대 신설을 위해 기존 학과들이 인력감축에 동의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공학이라는 축을 보유하지 않고 대학이 발전하기 어렵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4차 산업혁명시대에 대한 준비는?

“문제 해결 능력을 갖춘 창의적인 인재가 앞으로 더욱 주목받을 것이다. 교육과정 중에 가장 큰 변화는 ‘캡스톤디자인’ 교과목의 확대다. 전공 지식을 바탕으로 실제 제품 설계, 제작 과정을 통해 현장 실무능력을 기르는 교육 모델이다. 공대와 미대 중심으로 운영했는데 인문사회 계열로 확대하고 있다. 또 교양 교과에서도 소프트웨어를 비롯한 기술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에 대한 단순한 대응이 아니라 4차 산업을 견인한다는 자세로 나아가겠다.”

“3년 새 취업률 60.8%→64%로 상승”

-청년실업이 사회적인 문제인데, 여대라서 영향이 더 크지는 않은가?

“청년실업은 우리 사회의 구조적인 한계 탓이다. 주력산업의 일자리 창출능력 저하와 인력수급의 부조화가 주요 원인이다. 우리 대학은 사회구조와 패러다임 변화에 대처하기 위해 지속해서 노력해 왔고, 이러한 결과로 취업률이 지난 3년간 60.8%에서 64%로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르네상스 숙명’을 슬로건으로 내세웠는데 무슨 의미인가?

“숙명여대는 우리나라의 다른 사립대학들과 구별되는 독특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 1906년 대한제국 황실이 설립한 최초의 민족 여성사학으로 113년의 역사를 이어오고 있다. 고종황제의 비이자 영친왕의 생모인 순헌황귀비(엄비)가 나라와 민족을 지키기 위해서는 여성 교육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교육이념을 가지고 숙명을 설립했다. ‘르네상스 숙명’은 이런 역사를 바탕으로 4차 산업혁명시대를 주도하는 인재를 양성하겠다는 뜻이다.”

-학교 역사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다.

“순헌황귀비의 여성 교육철학은 시대를 앞선 혁신적인 것이었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지난해 용산구와 협의하여 양쪽 캠퍼스 사이를 지나는 청파로 47길에 ‘순헌황귀비길’이라는 명예도로명을 붙였다. 올해 3·1 운동 및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돌을 맞아 우리 대학은 지난해부터 민족독립운동의 성지로 불리는 효창공원·이봉창 생가터·효창공원앞역 등과 숙명역사관을 잇는 ‘독립로드’ 조성사업을 벌이고 있다.”

-임기 반환점을 돌아섰다. 몇 점을 줄 수 있을까?

“아직은 여정의 중간이라 점수를 매길 단계가 아니다. 취임하면서 다짐했던 각오들이 실현된 것도 있지만 어려움에 봉착한 것들도 있다. 다행히 큰 과제들을 여럿 해결하면서 숙명여대의 위상을 한 단계 높인 결과물들이 드러나고 있어 감사할 따름이다.”

“캠퍼스 부지 소송 승소 한숨 돌려”

-가장 큰 성과를 꼽는다면?

“지난해 중반 한국자산관리공사와 6년 동안 끌어온 제1캠퍼스 무단사용 변상금 소송에서 대법원 최종 승소를 확정 지었다. 전체 캠퍼스 4분의 1에 이른다. 대한제국 황실로부터 받은 학교 부지인데 해방 뒤에 국유지로 편입되는 바람에 사용료까지 내야 할 처지에 몰리게 된 것이었다. 80여년 전의 서류들을 모두 보관해온 덕에 승소했다. 무상 이용을 넘어서 땅의 소유권까지 되찾았으면 하는 것이 나의 바람이다. 또 대학의 평가도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언론사에서 실시하는 취업률·학생 만족도 평가 등에서 부문별로 1·2위를 하고, 정부 재정지원 사업에서도 좋은 결과를 얻고 있다. 대내외적으로 숙명이라는 브랜드 위상이 높아졌음을 느낀다.”

글 김학준 선임기자 kimhj@hani.co.kr, 사진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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