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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학부모의 적극적 교육 참여, 새시대 ‘치맛바람’ 어때요?

등록 2019-02-25 20:23수정 2019-03-04 11:30

협동조합이 앞장서 학부모 교육
자격증 얻고 재능기부 일석이조

아빠들도 ‘역할 찾기’ 자발적 모임
자녀와 친밀감 높이고 지역에 공헌
작은 동아리에도 지원 ‘팍팍’
학부모·학생들 참여 크게 늘어

교육부·지자체도 조례 제정 등
학부모 참여 활성화 적극 유도
학부모회가 달라지고 있다

지난해 2월 서울 동작구 국사봉중에서 열린 퍼실리테이션 심화과정에서 학부모들이 박승수 타운미팅커뮤니케이션연구소 대표로부터 교육을 받고 있다. 국사봉중 제공
지난해 2월 서울 동작구 국사봉중에서 열린 퍼실리테이션 심화과정에서 학부모들이 박승수 타운미팅커뮤니케이션연구소 대표로부터 교육을 받고 있다. 국사봉중 제공
아이를 잘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고 한다. 학교와 학부모, 지역이 모두 힘을 합쳐야만 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사실 현대 사회에서는 이것이 녹록지 않다. 요즘은 맞벌이가 거의 일상화됐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학부모들은 자녀를 학교에 보내고 직장에 출근을 하고, 저녁에도 늦게 퇴근하는 날이 잦아 교육은커녕 아이들 얼굴 보기도 어려운 때가 비일비재하다.

서울 동작구에 있는 국사봉중학교는 학부모 교육 활성화 부문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국사봉중이 학부모의 참여를 유도한 데는 학교협동조합이 큰 역할을 했다. 협동조합의 시작은 여느 학교와 다를 바 없었다. 2015년 학생·학부모·교사·마을주민이 함께 모여 결성했고, 이듬해부터 학교 매점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협동조합이 학부모 결집 촉매로

이때 함께 시작한 퍼실리테이터 양성 교육이 학부모 참여 유도의 촉매가 됐다. 우리는 아직도 회의와 토론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어쩌다 토론을 하면 언쟁이 되기 일쑤다. 퍼실리테이터란 회의·워크숍·토론·교육 등에서 진행을 매끄럽게 하면서 원활하게 합의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조정하는 사람을 의미한다. 진행자가 되기도 하고 참가자가 되기도 한다.

퍼실리테이션 교육은 마을조합원으로서 협동조합 감사를 맡고 있는 박승수 타운미팅커뮤니케이션연구소 대표가 맡고 있다. 이 연구소는 원탁토론·타운미팅·집단토론 등 주로 공공기관의 용역을 받아 수행하고 있는데, 박 대표가 학교에 재능기부를 하고 있다.

여기서 25시간 이상 교육에 참여한 학부모 10여명이 2017년 퍼실리테이터 자격증을 얻었고, 서울시와 동작구청에서 여는 시민토론회 등에서 퍼실리테이터로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직접 학생들에게도 퍼실리테이션 교육 재능기부를 하고 있다. 박 대표와 교사, 학부모 퍼실리테이터들이 함께 지도안을 만들어 학생들 수업시간에 활용하고 있는데, 학부모들은 돌아가면 주 강사를 맡거나 모둠별 보조강사로서 수업을 이끌어가고 있다. 지난해에도 20여명의 학부모가 교육에 참여했으며 자격증을 획득하기 위해 학교 수업 보조강사 등으로 실무 경험을 쌓고 있는 중이다. 협동조합원의 재능 기부로 활성화된 퍼실리테이션 교육이 학부모와 지역 주민들의 높은 관심을 끌면서 협동조합·학부모회·학교가 모두 활성화되는 윈윈 전략이 됐다.

학부모들이 이러한 참여 활동을 늘리면서 학생들 이름을 거의 외울 정도가 됐다. 학생 수가 350여명에 불과한 작은 학교이기도 하지만 학부모와 학생들이 1년 내내 친밀한 소통을 이어가기 때문이다. 학부모들의 만족도와 성취감도 당연히 높아질 수밖에 없다. 자녀교육에 직접 참여할 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에 기여하면서 스스로도 성장을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

국사봉중에서는 협동조합은 물론, 학부모회의, 학교의 모든 의사결정을 퍼실리테이션 기법을 통해서 하고 있다. 원탁토론을 거치면서 의견 수렴을 해 구성원들의 다수가 만족할 수 있는 최종 의사결정 과정에 이르게 된다. 학생·교사·학부모가 함께 만든 ‘공동체생활협약’이 대표적이다. 2012년 처음으로 학생·교사·학부모가 각자 지켜야 할 항목에 대해 자율적으로 협약을 맺었으며, 매년 회의를 열어 내용을 추가하거나 수정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협동조합은 지난해 학교 옥상에 햇빛발전소 33㎾를 설치하면서 학생과 학부모에게 협동조합은 물론, 사회적 경제와 생태에너지 교육 효과를 얻고 있다. 또 올해부터는 학부모회와 협동조합 임원들이 학생들에게 학교협동조합 교육도 할 예정이다.

박승수 대표는 “퍼실리테이션은 학생·교사·학부모의 의사소통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며 “학부모들의 퍼실리테이션 교육 참여가 늘어나면서 협동조합 참여를 촉진하고 결국 학교 교육 참여도 활성화시키는 계기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우리 학교엔 아버지회도 있어요

2011년 개교해 이제 7년을 갓 넘긴 서울 양천구 신은초등학교는 아버지회의 활동이 아주 돋보인다. 2014년 ‘친구 같은 아빠가 되어줄게’를 구호로 아버지들의 자발적 모임인 ‘아이 프렌디 유’(I Frendy You)가 결성됐다. 아빠 회원이 250여명에 이를 정도로 왕성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아버지 역할의 중요성을 깨닫고 자녀와의 공감대를 형성해 친밀감을 높이고 학교적응력 향상을 위한 다양한 체험활동을 벌이고 있다. 학교 운동장에서 캠핑을 하고 바비큐 파티를 하는 ‘아빠 어디 가 1박2일 캠프’와 산행 등 매년 다양한 가족체험활동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최근에는 양천구청 공모사업인 마을공동체 사업 예산을 지원받아 지역 주민으로까지 대상을 넓혀 체험활동을 추진함으로써 지역사회가 함께하는 마을공동체 교육을 실천하고 있다.

학부모 동아리 활동도 활발하다. 개교 당시 교사들이 목공·생태·독서 등 재능기부를 해 3개 동아리로 출발했다. 학교에서도 다섯 사람 이상만 모이면 동아리로 인정해주고 학교 예산과 시설을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학교 쪽의 적극적 뒷받침에 힘입어 동아리는 모두 9개로 늘어났고 학부모와 학생 349명이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목공 동아리인 뚝딱이는 매주 동아리 활동을 통해 나무에 대한 지식과 가구 만드는 기술을 익히고 있다. 학부모 회원들은 5, 6학년 아이들의 독서대와 의자 만들기 수업에 보조교사로 참여해 재능기부에도 동참하고 있다. 아이들이 어려워하는 대목이 있으면 바로 옆에서 조언을 해줄 수 있어 수업이 훨씬 수월하게 진행된다. 초록동아리는 자녀들과 함께 인근 지역에 대한 생태탐방을 벌이며 환경보호를 몸소 체험하고 있다.

교육부도 학부모회 지원 팔 걷어

교육부도 지난해 기본계획을 마련하는 등 학부모회 활성화 지원에 나서고 있다. 교육부는 학부모회 법제화가 국회 입법 과정에서 더 이상 진척이 안 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해, 차선책으로 광역자치단체별 조례 제정을 독려하고 있다. 법령보다는 하위 체계이지만 실질적인 차이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현재 학부모회 설치와 관련한 조례를 제정한 곳은 서울을 비롯해 부산·인천·광주·경기·전북·제주 등 7개 교육청이다.

전국 초중고 가운데 95% 이상이 학부모회를 구성했으나 ‘자율 조직’에 그치고 있어 위상과 학교 교육 참여에 일부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교육부가 교사회와 함께 학교 운영의 주체로서 기능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법제화를 추진한 이유다.

교육부 관계자는 “저출생 등 사회 변화, 민주주의 발전에 따라 학부모의 학교 교육에 대한 관심과 학교 운영 참여 요구가 확대되고 있다”며 “교육활동 지원에서 의사결정에 이르기까지 다양화되는 학부모들의 요구를 보장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에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김학준 선임기자 kimh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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