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자랑거리 생기고 자신감
소극적 성격 적극적으로 바뀌고
연예인 된 듯한 인기 실감하기도
어릴 적부터 영화광이었던 교사
아이들과 함께 가슴속 꿈 이뤄
소통 위한 유통 창구로 만들 터
소극적 성격 적극적으로 바뀌고
연예인 된 듯한 인기 실감하기도
어릴 적부터 영화광이었던 교사
아이들과 함께 가슴속 꿈 이뤄
소통 위한 유통 창구로 만들 터
단편영화에 빠진 교사와 아이들
#지민이는 수업 중에 게임을 하다 선생님께 들켜 스마트폰을 뺏기게 된다. 그래서 규제가 없는 학교를 꿈꾸는데, 마침 어떤 사람에게 학칙 없는 세상에 갈 수 있는 키를 받는다. 지민이 간 교실은 제멋대로 떠들고 소리를 크게 틀어놓고 스마트폰 게임을 하는 등 엉망이다. 선생님조차도 같이 게임을 하자고 할 정도. 지민은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어 제지하는 아이들을 뿌리치고 학칙 있는 세상으로 돌아온다. 그는 학급회의에서 규칙을 잘 지키자는 제안을 한다.
유튜브 ‘꼬마티브이(TV)’ 채널에 새로 업로드된 ‘법 없는 녀석들’이란 제목의 콩트 내용이다. 초등학교 5~6학년 아이들이 연기했는데 티브이의 어린이 드라마 뺨칠 정도다. 콩트가 끝난 뒤에는 엔지(NG) 모음이 있고 제작진 소개 자막도 올라간다. 90%를 학생 대본으로 진행했다는 것과 오프닝 영상을 제작하고 자막도 넣었다는 안내도 붙어 있다. 10여분짜리 이 단편은 인천 송천초등학교 박경현 교사와 아이들이 만든 것이다. 영상을 올린 지 사흘 만에 4천여 회의 조회 수를 기록하고 있다.
■ 조회 수 700만회 넘긴 영상도
꼬마티브이에는 60개의 동영상이 올라 있다. 그중 5년 전에 만든 ‘딱지왕’이 조회 수가 가장 많은데 700만회를 넘어섰다. 100만을 넘긴 게 2편이고 50만 이상도 몇편이 있다. 구독자가 4만3천명에 이르는데 이런 주제의 유튜브 영상으로는 ‘대박’인 셈이다.
박경현 교사는 “어렸을 때부터 영화를 좋아했고 영상을 찍는 것에 관심이 많았는데, 교사가 된 뒤 아이들과 같이할 만한 것이 무엇이 있을까 생각하다가 단편영화를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해 시작했다”며 “지난해부터 조회 수가 폭증하기 시작했는데, 이렇게까지 반응이 좋을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꼬마티브이의 반응이 크게 늘면서 이에 따른 수익도 생기기 시작했다. 특히 지난해 제작한 영상들이 호평을 받았기 때문이다. 들어온 수익은 적건 많건 아이들과 나누고 있다. 그가 받은 수익의 상당 부분은 영상을 찍는 데 필요한 소품 등을 마련하고 아이들의 간식을 보태는 데 들어간다. 인기가 높아지는 것을 본 주위 사람들은 “교사를 계속할 거냐”고 농담 삼아 묻는 일이 종종 있었다고 한다. 그는 “수익이 늘든 줄어들든 그것과 상관없이 동영상을 제작하는 일은 계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꼬마티브이는 인천지역 공모전에 출품해 각종 상을 휩쓸고 있다. 교육청은 물론이고 소방서, 유시시(UCC) 공모전에도 나가 단골 입상을 하고 있다. ‘법 없는 녀석들’도 부산국제어린이청소년영화제에 나갈 예정이다. “우리가 처음 인천지역 영상제에 출품해 1위를 한 적이 있는데, 대회의 수준을 높이는 계기가 됐다. 우리 작품의 수준에 지지 않으려 다른 선생님들도 줄거리 구성이라든가 영상 테크닉에 더 신경을 쓰는 계기가 됐다.” 박 교사는 너털웃음을 지었다.
그가 처음 영상 제작에 나선 것은 2007년께다. 반 아이들과 영상을 만들었다. 아이들도 아주 좋아해 서로 돌려보곤 했는데 그것으로 끝이었다. 다른 사람과 공유하는 것은 생각하기 어려웠다. 2013년에는 학교를 옮기고 아이들 동의를 받아 본격적으로 유튜브 업로드를 시작했다. 첫 작품은 추리물이었다. 교실의 컵이 깨져 있었는데 범인을 찾아내는 것이었다.
■ 아이들 얘기로 참여와 공감 이끌어
10분짜리 영상 하나를 만드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다. 찍은 영상 길이만 보통 1시간 반이 된다. 또 준비를 하거나 사후 편집을 하는 데도 각각 두세배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 대본도 처음엔 박 교사가 직접 만들었다. 그러나 곧바로 아이들의 아이디어를 주로 채택하는 등 아이들의 참여를 높였다. 고해상도나 여러 가지 테크닉이 필요한 것은 디에스엘아르(DSLR)로 박 교사가 직접 찍지만 캠코더를 이용한 쉬운 촬영 등은 아이들에게 맡기고 있다. “교사 위주로 이야기를 끌고 나가면 아이들은 공감하지 못하고 자기 작품이라 생각을 안 한다.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기가 어렵다.”
영화에 참여하는 아이들한테 가장 좋은 것은 자존감 형성이다. 제작에 참여하면서 자랑할 것이 생기고 자신감도 생기는 것이다. 소심한 아이들도 연기를 하다 보면 큰소리를 질러야 하고 성격이 점차 적극적으로 변해간다. 친구도 당연히 많이 생기게 된다. 말썽꾸러기들의 경우 친구들과 사이좋게 지내는 성격으로 바뀌기도 한다.
영상 제작에 참여하는 아이들은 주로 박 교사 반 아이들이다. 아이들이 학년을 올라가 반이 달라지면 동아리를 만들어서 계속하기도 한다. 참여하는 아이와 불참하는 아이로 나뉘는데, 하지 않는 아이들에게도 언제나 참여할 수 있도록 문을 열어놓고 있다. 그는 “요즘 영상 속에 나오는 아이들은 알아보는 사람들이 많아 연예인처럼 느끼는 경우도 있다”며 “한 아이는 연극인이 꿈이었는데 사생활이 노출되는 등 문제가 되자 연예인 꿈을 접기도 하더라”고 귀띔했다.
■ 품질보다 아이들 채널 느낌에 주력
영상을 보면 분장도 없고 소품도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박 교사와 아이들은 그런 부분은 신경 쓰지 않는다. 피가 나는 장면이 있을 경우 빨간 물감을 발라 피가 아니라는 것을 누구나 눈치챌 정도다. 왕따 영상을 찍을 때도 전혀 왕따 당할 것 같지 않은 아이를 뽑고, 왕따 당하는 장면 등은 찍지 않고 상황 설명으로 넘어간다. 박 교사를 비롯해 어른은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어린이의 영화이기 때문이다. 품질보다도 아이들의 채널이란 느낌을 주려고 한다. 이것이 성공 요인인지도 모른다.
박 교사는 이제 방송사로부터 콘텐츠를 만들어 방송하자는 제안을 받을 정도로 인정을 받고 있다. 아직 방송국에서 제작하는 드라마 등의 수준에는 못 미치지만 콘텐츠 내용이 어린이들의 관심을 끌기엔 충분하기 때문이다.
그는 단편영화 제작과 관련해 하고 싶은 일이 있다. 꼬마티브이를 동영상 유통 창구로 활용하는 일이다. 동영상을 만들어도 유통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또 동영상을 찍고 싶지만 여건이 안 되는 아이들을 위해 영상을 찍어주는 모임을 만드는 것이다. 인천에 ‘시네마공작소’란 교사 모임이 이런 일을 하고 있는데, 동영상에 관심이 있는 교사들을 여럿 모아 좀 더 활성화하는 게 그의 소망이다.
“유튜브는 어린이·교사들이 소통하고 공감하는 채널로 제격이다. 작으나마 꼬마티브이의 성과를 함께 나누고 싶다.”
김학준 선임기자 kimhj@hani.co.kr
학생들과 단편영화를 만들며 소통하는 인천 송천초등학교 박경현 교사. 김학준 선임기자
꼬마티브이(TV) ‘법 없는 녀석들’ 갈무리.
인천 송천초 아이들이 유튜브용 동영상을 찍는 모습. 박경현 교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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