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렵고 딱딱한 수업시간
그림·만화로 쉽게 풀어
아이들 집중하고 이해 쉬워
전국 교사들 모여 공동작업
현장 담은 교재 무료 배포
초등 교과서 편찬도 준비
그림·만화로 쉽게 풀어
아이들 집중하고 이해 쉬워
전국 교사들 모여 공동작업
현장 담은 교재 무료 배포
초등 교과서 편찬도 준비
‘비주얼씽킹’ 전도사 참쌤 이야기
“얘들아, 선생님 뭐 그리나 보자. 왕관, 그래 이게 고려야. 여기저기 상처투성이로 망하기 직전이었어. 북에서는 빨간 두건을 두른 홍건적이 쳐들어왔고, 남쪽에서는 단골인 왜구가 골치였어. 고려는 갈수록 기울어졌어. 여기서 영웅이 하나 나왔어. 뾰족뾰족하게 생긴 성게, 바로 이성계야. 당연히 백성들은 좋아했지….”
‘참쌤’으로 널리 알려진 김차명 교사(시흥 배곧초교·경기교육청 파견)를 지난달 20일 만나 ‘비주얼 싱킹’(시각적 사고)을 응용한 역사 수업 모습을 자세히 들어봤다. 칠판에 조선의 건국 과정을 그림으로 그려가면서 흐름을 아이들에게 설명해준다. 아이들의 집중도가 높아졌고, 만화 같은 설명에 이해하기도 쉬웠다. 그림이 기억 속에 차곡차곡 저장된다고 할 수 있겠다.
김 교사는 2015년에 역사 수업을 하면서 아이들이 쉽게 이해하도록 하기 위해 처음 시도했다. 고조선부터 대한민국까지 거의 60편의 그림을 그렸다. 글씨만 가득 썼을 때보다 아이들의 호응도 좋았다. 미술을 전문적으로 배우지는 않았으나 이전에도 만화 그리는 선생님으로 잘 알려질 정도로 만화 그리는 것을 좋아했는데, 본격적으로 수업에 적용한 것이다.
“어렸을 적부터 공부할 때 그림을 그리면서 하는 것을 좋아했다. 교과서 빈 곳에 내용을 알기 쉽게 만화로 그려 넣었다. 나중에 비주얼 싱킹이란 용어를 접했을 때 ‘내가 여태까지 해온 게 바로 비주얼 싱킹이로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 조금만 연습하면 누구나 가능
비주얼 싱킹(visual thinking)은 글과 그림 등을 이용해 자기 생각을 정리하고 소통하는 능력을 키우는 것을 의미한다. 이 말은 기업에서 먼저 쓰였는데, 교육에 들어오면서 확산이 빨라졌다. 특히 초등학교에서는 대세라 할 수 있다. 이것은 특히 인터넷의 흐름과도 관련이 된다. 글로 정보를 전하던 트위터에서 페이스북으로, 이젠 다시 인스타그램과 유튜브로 변화됐듯이 교육에서도 텍스트에서 이미지·영상으로 넘어갔다. 인스타나 유튜브에는 텍스트가 거의 없거나 있어도 한줄 정도가 보통이다. 교통 정체구간을 알려주던 교통표지판도 예전엔 문자로 돼 있었으나 요즘은 도로지도에 빨간색, 파란색, 노란색으로 표시하는 것으로 바뀐 것도 같은 맥락이다. 아이들의 변화도 눈에 보인다. 활화산·휴화산·사화산을 그림으로 설명해주자 금방 디지털 기기에서 사용하는 재생·일시정지·멈춤 이미지를 따와 요즘 아이들 방식으로 만들어낸다. 아이들 평가를 해보면 효과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수업시간에 한 내용을 자신의 그림과 구도로 거의 비슷하게 재현해낸다. 수업시간에 집중해서 들었는지 안 들었는지 알 수 있고 얼마나 이해했는지를 한눈에 알 수 있다. 2015년 <교사동감>이란 책을 처음으로 냈다. 학교에서 일어나는 애환 등을 그려 블로그에 올렸던 것을 출판한 것이다. 아이들과 씨름하면서 그 사이에서 느끼는 교사로서의 행복감이 묻어난다. 지난해엔 <참쌤의 비주얼 씽킹 끝판왕>이란 책도 냈다. 제목에서 묻어나듯 자신감을 담은 비주얼 싱킹의 교과서다. “많은 사람들이 그림이나 만화를 못 그리면 비주얼 싱킹이 어렵다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다. 그림보다는 내용을 어떻게 구성하느냐가 중요하다. 그리고 잘 그리기보다는 상징성이 더 중요한데, 누구나 조금만 연습을 하면 잘할 수 있다.” 김 교사는 비주얼 싱킹 전도사 구실을 하고 있다. ‘참쌤스쿨’ 블로그와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국내는 물론 국외까지 가서 교사나 학부모 등을 대상으로 강연이나 강의를 하고 있다. 참쌤스쿨에는 전국에서 주로 20대인 초등 교사 90여명이 참여하고 있으며, 콘텐츠에 따라 13개의 소모임으로 나뉘어 다양한 학습자료를 만들고 있다. 3~6학년 교과서를 분석해 이해하기 쉽도록 만든 사회·과학 학습교재가 대표적이다. 전 차시를 동영상과 그림, 그리고 짧은 설명을 곁들여 교사와 학생이 사용하기 쉽도록 했다. 더욱이 누구나 로그인하지 않고 무료로 내려받을 수 있다. 교사는 재구성하여 수업시간에 교재로 사용할 수 있다. 또 미술 활동 교재는 피피티(PPT)와 동영상으로 단원별로 수업에 필요한 만들기 등 수업지도안을 자세히 설명해준다. 미세먼지가 오면 때맞춰 수업에 필요한 자료와 마스크 만들기 등을 제작해 올려준다. 역사팀이 만들어 유튜브에 올린 ‘교과서 밖 한국사’도 인기가 많다. 열하일기, 오페르트 도굴사건, 시인 윤동주, 독도를 지킨 어부 안용복 등 우리가 잘 몰랐던 역사 속의 이야기 12편이 올라 있는데, 야사는 철저히 배제하고 사서를 확인하는 등 학계의 고증을 받은 내용만을 엄선했다. ■ 다양한 콘텐츠 갖춘 브랜드로 성장
교사가 직접 만드니 현장에 가장 적합한 교재를 만들 수 있고, 어디에 종속돼 있지 않고 재정적 지원도 받지 않으니, 맘대로 만들 수 있다. 지금까지 나온 것과 달리 다양성을 추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참쌤스쿨이 교사들에게 인기가 높을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만드는 교사들은 힘들고 보수는 없지만 성취감에 만족하고, 받는 교사들은 좋은 자료에 고마움을 느낀다. 수업자료는 다운로드 횟수가 7만에 이를 정도다. 한 교사는 “복직한 뒤 여러가지 학급 업무가 많아 부담이 컸는데 좋은 자료를 올려줘 수업 부담을 덜었다”고 말했다. 다른 교사는 “만드느라 엄청 고생한 훌륭한 자료를 공짜로 퍼주시다니 정말 감사하고 잘 사용하겠다”고 적었다. 김 교사는 이제 초등학교 교과서를 만드는 일에 뛰어들었다. 교육부가 2023년부터 수학, 사회, 과학 세 과목을 검정으로 전환함에 따라 지난 4년간 학습서를 만든 경험을 살려 교사가 쓸 교재를 직접 만들겠다는 것. 그는 현장에서 가르쳐본 경험이 많은 초등학교 교사들이 현장에 필요한 교재를 가장 잘 알고 있고 잘 만들 수 있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우리나라 교육에 있어서 교사가 최고의 콘텐츠라고 생각한다. 교사들이 자발적으로 힘을 합쳐 만든 전문성 있는 교육 콘텐츠는 우리 아이들에게 가장 행복한 경험을 줄 것이다.” 김학준 선임기자 kimhj@hani.co.kr
김차명 교사가 역사 수업 시간에 칠판에 그림을 그려가며 설명을 하고 있다. 김차명 교사 제공
비주얼 싱킹(visual thinking)은 글과 그림 등을 이용해 자기 생각을 정리하고 소통하는 능력을 키우는 것을 의미한다. 이 말은 기업에서 먼저 쓰였는데, 교육에 들어오면서 확산이 빨라졌다. 특히 초등학교에서는 대세라 할 수 있다. 이것은 특히 인터넷의 흐름과도 관련이 된다. 글로 정보를 전하던 트위터에서 페이스북으로, 이젠 다시 인스타그램과 유튜브로 변화됐듯이 교육에서도 텍스트에서 이미지·영상으로 넘어갔다. 인스타나 유튜브에는 텍스트가 거의 없거나 있어도 한줄 정도가 보통이다. 교통 정체구간을 알려주던 교통표지판도 예전엔 문자로 돼 있었으나 요즘은 도로지도에 빨간색, 파란색, 노란색으로 표시하는 것으로 바뀐 것도 같은 맥락이다. 아이들의 변화도 눈에 보인다. 활화산·휴화산·사화산을 그림으로 설명해주자 금방 디지털 기기에서 사용하는 재생·일시정지·멈춤 이미지를 따와 요즘 아이들 방식으로 만들어낸다. 아이들 평가를 해보면 효과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수업시간에 한 내용을 자신의 그림과 구도로 거의 비슷하게 재현해낸다. 수업시간에 집중해서 들었는지 안 들었는지 알 수 있고 얼마나 이해했는지를 한눈에 알 수 있다. 2015년 <교사동감>이란 책을 처음으로 냈다. 학교에서 일어나는 애환 등을 그려 블로그에 올렸던 것을 출판한 것이다. 아이들과 씨름하면서 그 사이에서 느끼는 교사로서의 행복감이 묻어난다. 지난해엔 <참쌤의 비주얼 씽킹 끝판왕>이란 책도 냈다. 제목에서 묻어나듯 자신감을 담은 비주얼 싱킹의 교과서다. “많은 사람들이 그림이나 만화를 못 그리면 비주얼 싱킹이 어렵다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다. 그림보다는 내용을 어떻게 구성하느냐가 중요하다. 그리고 잘 그리기보다는 상징성이 더 중요한데, 누구나 조금만 연습을 하면 잘할 수 있다.” 김 교사는 비주얼 싱킹 전도사 구실을 하고 있다. ‘참쌤스쿨’ 블로그와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국내는 물론 국외까지 가서 교사나 학부모 등을 대상으로 강연이나 강의를 하고 있다. 참쌤스쿨에는 전국에서 주로 20대인 초등 교사 90여명이 참여하고 있으며, 콘텐츠에 따라 13개의 소모임으로 나뉘어 다양한 학습자료를 만들고 있다. 3~6학년 교과서를 분석해 이해하기 쉽도록 만든 사회·과학 학습교재가 대표적이다. 전 차시를 동영상과 그림, 그리고 짧은 설명을 곁들여 교사와 학생이 사용하기 쉽도록 했다. 더욱이 누구나 로그인하지 않고 무료로 내려받을 수 있다. 교사는 재구성하여 수업시간에 교재로 사용할 수 있다. 또 미술 활동 교재는 피피티(PPT)와 동영상으로 단원별로 수업에 필요한 만들기 등 수업지도안을 자세히 설명해준다. 미세먼지가 오면 때맞춰 수업에 필요한 자료와 마스크 만들기 등을 제작해 올려준다. 역사팀이 만들어 유튜브에 올린 ‘교과서 밖 한국사’도 인기가 많다. 열하일기, 오페르트 도굴사건, 시인 윤동주, 독도를 지킨 어부 안용복 등 우리가 잘 몰랐던 역사 속의 이야기 12편이 올라 있는데, 야사는 철저히 배제하고 사서를 확인하는 등 학계의 고증을 받은 내용만을 엄선했다. ■ 다양한 콘텐츠 갖춘 브랜드로 성장
교사가 직접 만드니 현장에 가장 적합한 교재를 만들 수 있고, 어디에 종속돼 있지 않고 재정적 지원도 받지 않으니, 맘대로 만들 수 있다. 지금까지 나온 것과 달리 다양성을 추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참쌤스쿨이 교사들에게 인기가 높을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만드는 교사들은 힘들고 보수는 없지만 성취감에 만족하고, 받는 교사들은 좋은 자료에 고마움을 느낀다. 수업자료는 다운로드 횟수가 7만에 이를 정도다. 한 교사는 “복직한 뒤 여러가지 학급 업무가 많아 부담이 컸는데 좋은 자료를 올려줘 수업 부담을 덜었다”고 말했다. 다른 교사는 “만드느라 엄청 고생한 훌륭한 자료를 공짜로 퍼주시다니 정말 감사하고 잘 사용하겠다”고 적었다. 김 교사는 이제 초등학교 교과서를 만드는 일에 뛰어들었다. 교육부가 2023년부터 수학, 사회, 과학 세 과목을 검정으로 전환함에 따라 지난 4년간 학습서를 만든 경험을 살려 교사가 쓸 교재를 직접 만들겠다는 것. 그는 현장에서 가르쳐본 경험이 많은 초등학교 교사들이 현장에 필요한 교재를 가장 잘 알고 있고 잘 만들 수 있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우리나라 교육에 있어서 교사가 최고의 콘텐츠라고 생각한다. 교사들이 자발적으로 힘을 합쳐 만든 전문성 있는 교육 콘텐츠는 우리 아이들에게 가장 행복한 경험을 줄 것이다.” 김학준 선임기자 kimhj@hani.co.kr
활화산·휴화산·사화산에 대한 교사의 설명(위 사진)과 이를 듣고 학생이 응용해서 그린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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