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김미영 응곡중 교사
“혁신학교 학력 부진이요? 교사들 입장에선 책에 밑줄 긋고 수업 진도만 나가는 게 오히려 쉽습니다.”
경기 시흥시 응곡중학교 김미영 2학년 부장 교사(사진)의 답은 명확했다. 지난 16일 오후 2시, 기자가 김 교사를 만난 뒤 “혁신학교 학력 부진 이야기가 자주 나온다”고 운을 떼자마자 듣게 된 답이다. 김 교사는 교직 생활 21년 가운데 혁신학교 근무 6년 차를 맞이한 베테랑 교사다.
세월호 참사 5주기 계기 수업 취재로 응곡중을 찾은 자리였지만, 혁신학교에서 10년을 바라보며 근무한 현장 교사에게 ‘학력 부진’에 대한 답을 직접 듣고 싶었다. 김 교사는 단호하게 덧붙였다. 소리치며 아이들 조용히 시키고, 수업 진도 차곡차곡 빼면서 오지선다 객관식 시험 문제 낸 뒤 60점, 70점, 100점으로 학생들 줄세우기 하면 교사도 편하다는 이야기다. 마치 마트에서 바코드 찍으면 상품 가격이 0.1초 만에 뜨는 것처럼, 눈에 보이는 숫자로 ‘비싸고 싼 것, 높고 낮은 점수’를 비교하는 게 아이들을 평가하는 가장 쉬운 방식이라는 것이다.
한데 혁신학교는 그런 곳이 아니다. 김 교사는 “혁신학교는 아이들에게 교과 지식은 물론 점수 너머의 배움을 가르치는 곳”이라고 강조했다. 수업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겠다며 포기하는 아이들이 없는 교실. “쌤. 이거 너무 어려워요!”라는 말에 한숨부터 쉬며 타박하는 건 혁신학교가 아니다. “다시 같이해보자”라고 답하는 교사, “이건 이렇게 풀어도 돼”라고 말하는 또래 친구들이 있는 곳이다. 이런 선순환 과정이 충분히 이뤄지는 게 ‘학력 부진’으로 보인다면, 혁신학교 현장에 와본 적 없는 ‘뭘 모르는 사람들’이 크게 오해하고 있는 것이다.
영국 록그룹 ‘핑크 플로이드’의 ‘어나더 브릭 인 더 월’ 뮤직비디오를 보면 엉뚱한 답을 한 학생을 체벌한 뒤 웃는 교사의 모습이 나온다. 이어지는 장면에서는 아이들이 짙은 회색 벽을 따라 아무 표정 없이 걷는다. 검은 책상에 앉자마자 아이들 얼굴은 개성 없이 일그러진다. 영혼 없는 발걸음, 웃음기 사라진 학생들의 표정, 소리치며 감정을 ‘표현해도 되는 사람’은 오직 학사모를 쓴 나이 지긋한 교사뿐이다. 다그치고 윽박지르니 뮤직비디오 속 아이들은 쉽게 통제되고 등수에 맞춰 과락 정하기도 쉽다. 이런 장면의 정확히 반대 지점에 경기 혁신학교의 모습이 있다. 살아 있는 수업, 활기찬 아이들의 표정에서 배움의 기쁨도 느껴진다.
김 교사는 “공교육의 목표는 아이들이 지식을 습득한 뒤 그것을 뿌리로 재구성하고 스스로 결론까지 내볼 수 있는 역량을 기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90점 맞은 아이와 70점 맞은 아이의 ‘인격적 대우’를 다르게 하는 것이 과연 좋은 교육이냐고도 되물었다.
지난해 12월19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발표한 ‘혁신학교 성과분석 보고서’에는 2009년부터 2016년까지 진행한 국가 수준 학업성취도 평가결과 등을 바탕으로 혁신학교와 일반 학교 학생 간 국어·수학·영어 과목 성취도와 수업 참여도, 교우관계, 학교 만족도 차이를 분석한 결과가 담겨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경기·강원·광주·전남·전북 등 6개 지역에서 2012∼14년에 혁신중학교를 다닌 학생과 일반중학교 재학생 간 비교에서도 학업성취도 차이는 나타나지 않았다. 연구진은 “혁신학교가 일반 학교보다 학업성취 면에서 불이익이 존재한다는 통계적 근거는 발견되지 않았다”며 “수업 참여도와 학교 만족도, 교사와의 관계에서는 혁신학교에서 다소 긍정적인 결과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김 교사는 “혁신학교는 학습자인 학생을 중심으로 교육의 본질을 찾아가는 학교”라며 “스스로 설 수 있는 민주시민을 키워내는 게 공교육의 목표다. 학교 울타리 속 아이들의 자발적인 학습과 참여를 참교육의 뿌리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김지윤 기자 kimjy13@hani.co.kr
지난 16일 오후 경기 시흥시 응곡중학교 김미영 교사가 세월호 5주기 계기 수업이 진행된 갯벌생태공원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시흥/김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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