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순탁 서울시립대 총장이 15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서울시립대 총장실에서 인터뷰를 하기에 앞서 교정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뒤로는 서울시립대의 상징인 임전무퇴의 뜻을 지닌 장산곶매 조형물이 보인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전국에서 유일한 공립대학인 서울시립대가 개교 101돌을 맞았다. 암울했던 일제강점기에 탄생해 한 세기의 역사를 써왔고, 이제 새로운 100년을 향해 희망찬 첫발을 내디뎠다. 서울시립대 출신으로서 모교의 첫 총장으로 선출된 서순탁 총장이 새 역사를 이끌어갈 책무를 맡았다. 지난 15일 총장실에서 만난 그는 새로운 100년을 준비하는 두툼한 청사진을 펼쳐 보여줬다.
■ 취임 후 눈코 뜰 새 없이 바삐 보내
― 학생에서 교수로, 교수에서 총장이 되셨는데, 감회가 남다를 것 같다.
▶ “교수·직원·학생 등 모든 대학 구성원들의 투표로 당선됐다는 데 의의를 두고 싶다. 대학을 다니던 시절, 또 교수가 되었을 때의 설렘과 기대, 열정적으로 연구하고 강의를 하던 시간이 주마등처럼 스쳐 갔다. 하지만 개교 101주년을 맞은 오랜 역사를 가진 대학의 총장으로서 명예보다는 새로운 역사를 만들기 위한 도약대를 건설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더 크다. 취임 3개월째인데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를 정도로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 새로운 100년을 향한 비전은 무엇인가?
▶ “요즘 대학이 위기라고 한다. 인구 감소의 여파다. 이 위기를 돌파하는 게 과제다. 교육혁신, 산학 협력, 인프라 확충 등 앞으로 지속해야 할 기본적인 사업 외에 임기 4년 동안 시대정신과 미래 가치를 선도하는 대학을 만드는 일을 추가하려고 한다. 시대정신은 한 시대를 이끌어가는 정신이자 공립대학으로서 우리 사회의 변화를 이끌어가야 할 서울시립대의 정신을 일컫는다. 이를 바탕으로 세계와 지역사회와의 협력과 가치 나눔을 선도하는 대학으로 거듭나는 것이다.”
서순탁 서울시립대 총장이 15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서울시립대 총장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 취임식 때 빅데이터 연구소 설립을 공약했는데.
▶ “우리 사회는 이미 데이터 기반의 디지털 사회로 진화하고 있다. 서울 빅데이터 연구센터를 신설해 서울에서 발생하는 중요한 사회, 경제, 문화, 기술적 빅데이터를 조사·분석하는 데이터 기반 도시과학 연구의 허브가 되고자 한다. 관련 연구기관, 지방자치단체들과 협업할 수 있는 연구 인프라 구축을 진행하고 빅데이터 및 인공지능 관련 전문 인력을 양성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교통·주택·인구 등 도시의 난제들을 해결하려는 것이다.”
― 함께 내세운 글로벌 캠퍼스는 어떤 것인가?
▶ “우리나라에서는 서울시립대가 양적으로 팽창할 기회가 없었다. 그렇지만 국외는 자유스럽지 않은가. 베트남·몽골·인도네시아·인도 등을 우선적으로 생각한다. 이들 국가는 급격한 도시화와 인구 급증 등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1960~70년대 서울을 보는 것 같다. 우리 대학은 도시 특성화 대학으로서 도시 문제 해결에 대해 높은 수준의 경쟁력을 가진다. 건물은 아시아개발은행(ADB)이나 월드뱅크 또는 현지 기업 등에서 제공하고 우리 대학은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한다는 구상이다. 3년은 현지에서 공부하고 1년은 한국에 와서 경험을 쌓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작은 대학이지만 글로벌 대학으로 도약하겠다.”
― 4차 산업혁명시대에 서울시립대의 역할은?
▶ “지금 우리는 4차 산업혁명이라는 급격한 사회변화·기술변화와 마주하고 있다. 새로운 사회적 요구에 부응하기 위한 변화와 혁신이 필요한 시점이다. 우리 대학은 이러한 격변의 시기에 부응하기 위해 도시 문제 해결에 필요한 통섭적 전문성을 강화해 창의적인 인재를 육성해나갈 계획이다.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인성과 배려, 포용력을 겸비한 티(T)자형 인재 양성을 목표로 한다.”
서순탁 서울시립대 총장이 15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서울시립대 총장실에서 인터뷰하기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 반값 등록금으로 학생 만족도 높아져
― 반값 등록금을 가장 먼저 추진한 대학인데, 어떤 성과와 변화가 있는가?
▶ “2012년 반값 등록금을 시행했다. 학생들에게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고 학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 배경이다. 이에 따라 인문계는 한 학기 등록금이 102만원이다. 가장 비싼 예술계열의 학과도 161만원에 불과하다. 70~80%의 학생이 장학금을 받아 부담은 더욱 줄어든다. 학생들의 학자금 대출 규모가 감소하고 아르바이트 시간을 줄여 학업과 자기계발에 시간을 투자하는 등 학생들의 만족도가 크게 증가했다. 또한 반값 등록금 시행 이후 2015년 신입생부터 재학 중 30시간 이상 봉사활동 참여를 졸업 조건으로 내세워, 봉사를 대학 생활에서 꼭 참여해야 하는 활동으로 인식하게 바꿨다.”
― 최근 대학의 평균 취업률이 떨어지고 있는데.
▶ “우리 대학 취업률은 64.2%로 서울 소재 주요 대학 중 12위다. 그러나 취업의 질과 직업의 안정성을 나타내는 지표인 1년간 유지 취업률은 90.5%로 5위에 올랐다. ‘취창업진로지원센터’를 통해 변화하는 취업 트렌드에 맞는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진로 탐색에서부터 일대일로 학생들의 취업을 지원하고 있다. 최근에는 기존의 창업교육센터와 창업보육센터를 창업지원단으로 통합해 창업에도 지원을 늘렸다. 세운상가와 원효전자상가에 ‘현장캠퍼스’를 만들어 재학생을 대상으로 창업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 도시과학 분야가 전통적으로 강점을 가진 분야인데, 새롭게 집중 육성하는 분야가 있는가?
▶ “우리 대학은 1996년 국내 최초로 ‘도시과학대학’을 설립한 뒤 도시와 관련된 다양한 실용적인 전공을 통해 서울시의 발전에 기여해왔다. 앞으로는 자연과학을 기반으로 한 진정한 의미의 도시과학을 위해 자연과학대학과 협동해서 융복합연구를 장려하고 있고, 데이터에 기초해 깊이 있는 연구를 할 수 있는 도시과학 특성화 대학으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준비를 하고 있다. 또한 인문학, 예술·체육 분야, 법학 등 모든 학문이 시민들의 삶의 질과 연관성이 있기 때문에 인접 학문과도 연계하여 통합적으로 교육하고 연구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하고 있다. 첨단 정보통신 매체 기반 학습 환경을 활용한 양방향 교육 형태의 대규모 온라인 교육인 MOOC 강좌 개발 및 활용으로 우리 학생들이 세계적인 우수 강의를 접할 수 있는 기회도 확대했다.”
― 후배가 될, 입학을 원하는 학생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 “젊은이들이 미래를 향해 더 큰 꿈을 꾸고 용기 있게 도전했으면 좋겠다. 서울시립대는 이런 젊은이들을 뒷받침할 만반의 준비가 돼 있다. 의미 있는 삶에 대해 가슴으로 치열하게 고민하고 열정을 갖고 도전을 멈추지 않는다면 원하는 미래를 성공적으로 만들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김학준 선임기자
kimhj@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