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교육위원 지적…학교쪽선 “법적문제 없다”
사립 특수목적고인 서울 명덕외고가 해마다 십수억원의 학교 예산을 쓰지 않고 다음해로 넘겨, 누적 이월금이 53억여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홍렬 서울시 교육위원은 22일 교육위 임시회 시정질의에서 “명덕외고의 2003~2004년 예산서와 결산서를 제출받아 분석해 보니, 지난해 말 현재 누적 이월금이 53억3200만원이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김 위원은 “2003년과 2004년에만 각각 13억여원씩의 예산을 쓰지 않고 다음해로 이월시킨 것으로 드러났다”며 “이는 학생들이 낸 수업료와 학교운영지원비(옛 육성회비)로 학교 재산을 불린 것이나 마찬가지”고 밝혔다.
외국어고의 경우 일반 학교와 달리 수업료를 자유롭게 받을 수 있는 대신 교육청의 재정결함보조금을 지원받지 않기 때문에, 거의 대부분의 예산이 학생들이 낸 수업료와 학교운영지원비로 충당된다. 김 위원은 특히 “명덕외고는 최근 몇 년 사이 100억원을 들여 학교법인 명의의 부동산을 매입했다”며 “만일 적립된 이월금으로 부동산을 매입했다면 학생들의 수업료로 학교법인의 재산을 늘린 셈”이라고 주장했다.
김 위원이 명덕외고의 예·결산서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명덕외고는 교원을 턱없이 부족하게 채용하고 관리운영비를 적게 쓰는 방법으로 예산을 남긴 것으로 드러났다. 명덕외고의 교원 정원은 74명인데, 지난해 결산 시점을 기준으로 이 학교의 정규 교원은 59명밖에 되지 않았다. 기간제교사나 시간강사도 한 명도 없는 것으로 보고됐다. 김 위원은 “교원 정원이 74명인 학교에서 15명의 교사가 결원인 채로 정상적인 학교운영이 가능하느냐”고 지적했다.
명덕외고는 관리운영비도 다른 학교에 비해 턱없이 적게 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학교는 지난해에 2억4300만원을 관리운영비로 썼는데, 이는 비슷한 규모의 대원외고가 지출한 8억7200만원의 4분의 1 수준이다. 명덕외고의 한 교사는 “결국 학생들이 자기가 낸 비용만큼 혜택을 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인데, 이는 매우 부당한 일”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은 “사립학교가 수십원억의 돈을 적립한 것은 ‘사립학교가 잉여금을 적립하려면 사전에 교육청에 적립 및 사용계획을 보고해야 한다’고 규정한 사학기관재무회계규칙에 어긋나는 것”이라며 명덕외고의 예산 파행 운영 의혹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요구했다.
이에 대해 명덕외고 관계자는 “학교 부지용 부동산 매입과 건물 증축에 쓰기 위해 이월금을 적립해 왔다”며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서울시교육청이 적립금 적립을 허용하고 있지 않아서 교육청에 사전 보고는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종규 기자 jk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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