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교육

“낡은 ‘백년대계’, 이젠 프레임 대전환이 필요하다”

등록 2019-07-08 20:13수정 2019-07-08 20:20

인터뷰김진경 대통령직속 국가교육회의 의장

시대·사람·상황은 바뀌었는데
교육 시스템은 예전 방식 그대로
괴리 커지면서 많은 문제 발생

패러다임 바꿀 혁신적 변화 필요
국가교육위법, 국회 논의 시작
10년 이상의 중장기 정책 세운다
김진경 국가교육회의 의장이 2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의장실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김진경 국가교육회의 의장이 2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의장실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 정치적 독립성을 가지고 중장기적 교육 정책을 세울 국가교육위원회(국교위) 설치를 공약했다. 정권 출범 이후 이 과제를 추진하기 위해 자문기구인 국가교육회의를 만들어 국교위의 본격적인 추진에 들어갔다. 당·정·청은 지난 2월 국교위의 구체적인 윤곽을 마련했고, 3월에는 더불어민주당 조승래 의원이 ‘국가교육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을 대표 발의함으로써 국교위 출범을 위한 구체적인 작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이 법안은 여태 국회에서 잠만 자고 있다. 지난 2일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만난 김진경 대통령직속 국가교육회의 의장은 국교위 추진의 의미와 과제 등을 하나하나 설명했다.

― 국가교육위를 추진하는 이유를 설명해 달라.

“교육 부문만이 아니라 전반적인 사회 시스템이 문제다. 산업화 과정에서 서구모델 따라가기인 ‘추격형 경제성장’을 했는데, 교육이 강력한 수단이 됐다. 당시의 교육 정책은 서구 선진국의 이론이나 정책을 받아들여 시행하는 하향식 시스템이었다. 이제 우리나라도 선진국 대열에 진입했고,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 들어서는 등 사회 변화가 굉장히 빨라졌다. 로봇밀도(노동자 1만명당 로봇 수)라는 통계가 있는데, 우리나라가 미국, 일본보다 압도적으로 높다. 더는 예전의 낡은 정책으로는 변화에 대한 대응이 불가능해졌다. 그러나 1995년 5·31 교육개혁 이후 중장기 교육 정책에 대한 비전이나 골격을 만들지 못했다. 산업사회에서 지능정보사회로의 변화에 맞춘 새로운 비전과 정책 수립 기능을 만들지 않으면 계속 혼돈되고 길을 못 찾는다. 어떻게 보면 선택이 아니라 필연적으로 그런 기구를 어떤 형태로든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 온 것이다.”

■ 대전환은 선택이 아니라 필연

― 우리 교육의 어떤 점이 문제인가? 어떻게 해야 할까?

“경제·사회는 굉장히 빠른 속도로 변했는데 교육 시스템은 산업사회의 시스템에 그대로 머물러 있다. 이 괴리가 너무 커 많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우선 가장 높은 단계인, 우리 미래 먹거리와 관련된 연구기술 개발 얘기를 해보자. 선진국들은 첨단기술로 앞서가고 중국은 맹렬히 추격해 오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산업사회 연구기술 개발 시스템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 고교 이과계에서 최고 우수한 학생들이 거의 다 의대를 간다. 바이오는 진짜 필요한 미래 먹거리인데 우수 인력이 빈곤한 상태다. 다들 원천기술 개발을 얘기하는데, 원천기술은 기초과학, 기초학문과 많이 연결된다. 또 이 영역은 세계수준의 시장을 만들지 않으면 안 된다. 지금 정도의 단계에서 원천기술을 갖기 위해 국가가 직접 지원해서 하는 것은 한계가 빤하다. 남북 평화체제가 진전된 뒤, 적어도 유라시아 경제권으로 확대하지 않으면 세계적인 연구기반을 만들 수 없다. 이 정도 변화가 있는데, 지금 연구 수준은 산업화시대 추격형 연구개발 수준에 머물러 있다. 우리 사회 전반의 산업사회형 시스템을 대전환하지 않으면 미래가 없다.”

― 대학 시스템은 어떤가?

“우리 대학 시스템은 일본강점기 때 독일 모델을 받아들였다. 대학에 들어갈 때까지는 엄청 공부하는데, 그 후엔 공부를 안 한다. 1970년대까지는 우리나라 대학 진학률이 10% 정도 됐으니, 이 엘리트 고등교육 시스템이 큰 무리는 없었다. 그런데 80년대 들어서 진학률이 70~80%로 올라갔다. 엄격한 질 관리 체제가 따라와야 하는데, 이게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거의 모든 대학이 획일화되었다. 전문대·일반대·지방대 특성이 사라지고, 한 줄로 선 대학 서열에서 몇 계단 끌어올리는 게 목표가 됐다. 대학 교육과 변화된 산업사회 현실과 불일치하는 부분이 굉장이 커져 있다. 따라서 대학체제의 분화는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특성에 따라 지역밀착형, 산업밀착형, 학문 중심형 등으로 나누는 게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관련된 부처 간 정책 거버넌스도 필요할 것이다. 지역에서는 대학, 지자체, 산업계, 시민사회가 거버넌스를 구축해 지역 고등교육을 재구성할 수 있다. 사립대학의 경우도 학생들이 중요한 거버넌스 주체로 들어와야지만 투명해지고 공공성이 강화된다고 본다.”

― 초중등에서도 많은 문제를 드러냈는데.

“왕따, 학교폭력, 교실붕괴 등 90년대 이전에는 우리 사회에 없던 단어들이 생겼다. 그 시기 아이들이 불과 몇 년 사이에 아주 큰 질적인 변화를 했다. 하지만 학교 시스템은 산업화 세대 의식구조를 그대로 가지고 있다. 당연히 충돌할 수밖에 없다. 이런 괴리가 점점 커지면서 2000년대 초에는 더 심각한 상황으로 번졌다. 이런 문제를 푸는 것은 큰 패러다임의 전환뿐이다. 그래서 국가교육위 같은 중장기 정책을 다루는 기구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단계에 왔다. 국가교육위는 10년 단위 이상의 중장기 정책을 수립한다. 학제 개편도 불가피하다고 본다. 평생교육 개념이 학교 안으로 들어와야 하고, 예를 들어 중학교와 고등학교 사이에 전환 학년을 넣는 방안도 있다.”

― 교육 주체인 청소년, 학부모가 소외됐다는 지적도 많다.

“국가교육위는 큰 권한을 갖는다. 결정하면 법적 구속력을 갖는다. 그런데 위원 구성에 중요한 학생·학부모가 빠져 있어 균형이 안 맞는다. 전국 청년 네트워크 등의 구성을 통해 참여할 수 있을 것이다. 학부모는 개념 변화가 필요한데, 학교 자치의 주권자는 주민이어야 한다고 본다. 주민, 학생, 청년들 대표가 참여해야 큰 변화가 가능할 거라 생각한다.”

― 연내 출범이 목표인데, 국회는 헛돈다.

“연내 출범을 목표로 했으나 국회 공전으로 진행이 늦어지고 있다. 곧 국회에서 논의를 시작할 예정이다. 절차가 시작되면 올해 안에는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지 않을까 싶다. 그러면 늦어도 내년 초면 출범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

■ 미래 교육체제는 청년들의 의제

― 반대도 있는데, 정권이 바뀌어도 지속 가능할까?

“교육 정책이란 게 현안이라면 첨예하게 이해가 부딪히는데 10년 뒤라면 상당히 객관적으로 보게 된다. 갈등이 적어지는 측면이 있다. 주기를 5년에서 10년 이상으로 늘리는 것은 굉장히 본질적이다. 5년의 정책 주기라는 것은 사실상 학습자를 교육공학적 조작의 대상으로 보는 것이다. 주체로 본다면 5년 안에 결과가 나올 수가 없다. 정말 갈등이 심하다면 보조적인 수단을 쓸 수 있다. 예를 들어 공론조사를 한 뒤 위원회에서 마지막 결정을 하게 하는 방식 등이 얼마든지 있다.”

― 국가교육위를 설립해 2030 미래 교육체제를 수립하는 일이 청년들의 의제라고 주장한 바 있는데.

“10년 뒤의 교육 정책은 사실 청년들이 사회를 주도할 때 시행될 정책이다. 그런 점에서 청년 의제다. 어느 정부나 출범 때는 다 미래 얘기를 하는데 조금 지나면 사라진다. 현안에 묻히는 것이다. 직접적인 자기 이해관계자로서 주장하는 쪽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청년들이야말로 미래의 비전과 정책의 직접 이해관계 당사자로서 나서야 된다는 것이다. 그래야만 정부 정책에서 미래에 대한 것이 계속 살아 있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10년, 15년 뒤의 얘기니 2030 청년의제라고 하는 것이다.”

김학준 선임기자 kimhj@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속보] 남영진 전 KBS 이사장, 윤석열 상대 해임취소 소송 승소 1.

[속보] 남영진 전 KBS 이사장, 윤석열 상대 해임취소 소송 승소

‘윤석열 내란 이첩’ 심우정 검찰총장 “절차 논란 빌미 없어야” 2.

‘윤석열 내란 이첩’ 심우정 검찰총장 “절차 논란 빌미 없어야”

계엄 뒤 물고문·성고문…‘사북 사건’ 피해자 14명 진실규명 결정 3.

계엄 뒤 물고문·성고문…‘사북 사건’ 피해자 14명 진실규명 결정

[속보] 법원 “권태선 방문진 이사장 해임 취소” 판결 4.

[속보] 법원 “권태선 방문진 이사장 해임 취소” 판결

내란엔 “소란” 수사엔 “광기”라는 윤석열 변호인단 5.

내란엔 “소란” 수사엔 “광기”라는 윤석열 변호인단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