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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휴가 못 가게 하고 문안인사 강요·… 학교장 ‘갑질’ 백태

등록 2019-07-15 15:50수정 2019-07-15 15:55

전교조 서울지부, 서울 교사 설문조사
2252명 참여해 756건 ‘갑질’ 제보받아
휴가 사용 실태 그래프로 만들어 압박,
학교장에게 아침마다 ‘문안인사’ 강요…
“직장 내 괴롭힘 막는 근본 대책 마련해야”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연말에 교사 개개인의 연가, 조퇴 사용 시간을 그래프로 나타내어 전 교사 앞에서 보여주며 조퇴하지 말 것을 명령했어요.” / “독감 걸린 교사의 병가를 허락해주지 않고 ‘쉬고 싶어 독감에 걸렸냐’는 막말을 했습니다.” / “본인 딸 결혼식에 축의금을 내라고 기간제 선생님과 스포츠 강사 선생님을 불러서 강요한 것을 봤어요.”

오는 16일부터 직장 내 괴롭힘 금지를 명시한 개정 근로기준법(이른바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이 시행된다. 학교 역시 교장·교감 등 ‘관리자’와 평교사 사이의 위계질서가 강한 일터로 꼽힌다. 최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서울지부가 서울 지역 초·중·고 교사들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실시해본 결과, 756건의 ‘갑질’ 사례가 고발되는 등 다양한 ‘학교 관리자 갑질 실태’가 나타났다. 설문조사는 6월5일부터 7월10일 사이 교육청 업무메일 시스템을 이용해 서울지역 초중고 전체에 보냈으며, 이 가운데 2252명이 참여했다.

유형별로 살펴보면, 전체 756건의 ‘갑질’ 사례 가운데 ‘휴가 승인과 관련한 갑질’(229건, 30.3%), ‘독단적 의사결정 및 부당 업무 지시(205건, 27.1%), ‘폭언·막말·뒷담화’(130건, 17.2%) 등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밖에 ‘친목행사 강요’(5.6%), ‘차별 대우’(5.2%), ‘인사, 승진 관련 압박’(4.1%), ‘사적인 심부름 강요’(3.3%), ‘예산 관련 간섭 및 남용’(2.5%), ‘기타’(4.7%) 등의 유형이 있었다.

교사들이 꼽은 가장 많은 갑질 사례는 ‘휴가 승인과 관련한 갑질’이었다. 응답자 가운데 41.6%가 “휴가(연가, 조퇴, 외출, 지참)를 사용하는 데 불편하다”고 대답했는데, 특히 58%가 “휴가 결재 과정에서 대면 또는 구두로 허락하는 절차를 강요받은 적이 있다”고 답했다. 교육부는 교사들의 심리적 압박감을 덜어주기 위해 휴가 결재를 전자결재 시스템으로 처리하도록 권고하고 있는데, 현장에선 이런 취지가 무색한 셈이다. ‘육아시간’ 장부를 만들어 교무실에 비치하고 기록하도록 강요한다거나, 특정 요일에만 ‘육아시간’을 쓰도록 지시하고 전체 교사들의 조퇴 횟수를 통계내어 직원 종례 때 공유하는 등 특히 ‘특별휴가’(육아시간, 모성보호시간, 자녀돌봄휴가, 출산휴가 등) 사용을 불편하게 만드는 사례가 많이 접수되기도 했다.

‘독단적 의사결정 및 부당업무 지시 사례’도 많이 꼽혔다. 학교장에게만 급식판이 아닌 반상기를 내오라고 하는 경우, 교사에게 ‘차렷’, ‘열중쉬어’, ‘앞으로 나란히’를 시키는 경우, 출근시간보다 빨리 출근하도록 강요하고 출근 때 ‘문안인사’를 강요하는 경우, 학교장 지인인 자동차 딜러에게 자동차를 구입하라고 강요하는 경우, 법정공휴일에 등산을 강요하는 경우 등 구체적인 내용들을 살펴보면, 사실상 비위행위에 해당하는 사례들이 다수 제보됐다.

‘폭언·막말·뒷담화’ 사례들도 충격적이다. 학교장이 회식 자리에서 교사에게 술잔을 집어던진 사례, 국외 여행을 떠날 때 ‘돈이 많나봐요? 매번 나가게. 저축해야 하지 않나요?’ 등 선을 넘는 말을 한 사례, 퇴근 시간 5분 전에 교장실로 호출하여 40여분 동안 아무도 없는 학교에서 “야”, “너” 등의 호칭을 써가며 일방적으로 폭언을 한 경우, 커피 먹던 종이컵을 아무 말 없이 손짓으로 부르고 몸짓으로 버리라고 지시한 경우 등등이 있었다. 이밖에 지금 학교에 충성하지 않으면 다른 학교로 보내겠다고 협박한 경우, 커피 심부름을 시키고 복장 상태를 확인한 경우, 행정실 직원들에게 상추를 심어 가꾸게 하고 이를 집으로 가져가는 경우 등도 ‘갑질’ 사례 고발에 포함됐다.

전교조 서울지부는 “이는 비단 일부 몰지각한 학교 관리자의 양심 문제라고 치부할 수 없다. 근본적으로 ‘직장 내 괴롭힘’이 나타나지 않도록 서울시교육청의 적극적인 대책 수립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교육부는 지난해 교육 분야에서 우월한 지위·권한을 남용하여 약자에게 행하는 부당한 요구나 처우 등 갑질·직장 내 괴롭힘에 관하여 제보를 받는 ‘갑질신고센터’를 설치해 운영해오고 있다. 그러나 전교조 서울지부는 “갑질신고센터가 전혀 활성화되어 있지 않다”며, 서울시교육청에 “학교장 갑질 근절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자료 제공 전교조 서울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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