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덕효 세종대학교 총장이 지난 10일 오전 서울 군자동 세종대 교정에서 뒤에 보이는 대양에이아이센터에 대해 설명을 하고 있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항상 앞서 생각하고 미래를 위해 투자한다.”
열흘 뒤면 취임 1주년을 맞는 배덕효 세종대 총장은 세종대의 역사를 이렇게 정리했다. 내년이면 개교 80돌을 맞게 되는데, 고비마다 내린 결정은 항상 ‘미래’를 담았다는 것이다. 10년 전 학교 담장을 헐고 주민들과의 사이에 놓인 장벽을 허문 것도 그런 뜻에서다. 지난 10일 총장실에서 그를 만나 일문일답을 가졌다.
빠른 의사결정 구조 대학 성장 밑바탕
― 학교 이름이 특이한데, ‘세종’을 따온 이유를 설명해 달라.
“우리 대학은 수도여자사범대학으로 시작해서 상대적으로 교육 소외계층인 여성 교육 사업에 주력하다가 1979년에 남녀 공학으로 전환했다. 그때 세종대학으로 개명했는데, 세상에서 필요한 인재를 기르는 데 힘썼던 세종대왕의 뜻을 잇자는 의미에서 정했다. 이후 90년대 들어와 이공계를 본격 육성하기 시작했다. 현재 이공대 비율이 70%가 될 정도로 투자를 많이 했다. 우리나라 경제 성장에 가장 중요한 공학 위주로 눈을 돌린 것이다. 신성장동력 연구와 미래먹거리 개발 등에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 레이던 랭킹 상위권에 오른 이유는 무엇이라 보는가?
“우리 학교는 재학생 1만명 기준으로 분류하는 대형 대학 중에는 규모가 중간 정도이다. 대학이 의사결정을 하는 데는 우리 학교 정도가 좋다. 우리 대학 교수가 600여명인데, 교수가 1000명이 넘어가면 큰 힘을 발휘할 수는 있지만, 의사결정에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 그러나 우리는 규모가 중간 정도였기에 대신 의사결정이 빨랐다. 세종대는 외국 대학의 새로운 연구 흐름이 나타나면 신속하게 의견을 모아 빠르게 결정하고 밀어붙일 수가 있었다. 세종대학은 교수 채용에서 학연과 지연 등과 관계없이 지원교수의 연구실적만 보고 뽑는다. 네덜란드 레이던대학이 대학의 순위를 부여하는 ‘레이던 평가’는 논문의 질과 인용 횟수 등으로 산정된다. 세종대는 2017년과 2018년 국내 대학 중에 연구중심 대학인 유니스트, 포스텍, 카이스트를 제외하면 일반대학 1위를 2년 연속으로 달성했다.”
― 아시아 대학 순위 50대 대학 진입을 공약했는데, 방책은?
“세종대는 최근 아시아 88위 대학까지 올랐다. 평가 기준이 교수 논문 발표, 논문 인용, 교원 확보, 그리고 평판도 등이다. 평판도는 단순한 평가가 아니라, 전 세계 학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것이다. 우리가 실제로 50위권의 지표를 살펴보니 3년 정도 노력하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 인공지능(AI)에도 많은 투자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우리는 국내에서 에이아이 얘기를 별로 하지 않을 때부터 먼저 눈을 돌렸다. 우리는 문과와 이공계를 가리지 않고 전교생에게 파이선을 비롯한 코딩교육을 하고 있다. 이런 노력의 결과로 2015년부터 정부로부터 소프트웨어 중심대학으로 선정되어 지원금을 받고 있다. 대양에이아이센터 3층에는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과 같이 콜라보레이션랩이라고 부르는 협업공간이 있다. 여기에서는 30여개의 기업이 현재 입주해 있으며, 기업과 학생 그리고 지역 주민들이 누구나 3D 프린터 등을 이용하여 기업을 창업할 수 있고, 토론을 할 수 있다. 세종대에는 인공지능-빅데이터 연구소가 입주해 있으며 정부로부터 약 150억원의 연구비를 받아 국내 최고 수준의 인공지능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세종대는 인공지능 연구 분야에서 논문 기준으로 국내 2위에 올랐다.”
― 벤처 창업도 활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고등학생과 대학생이 참여하는 소프트웨어 경진대회 등을 매년 개최하여 학생들의 연구 의욕을 북돋우고 있다. 학생들의 아이디어가 나날이 발전하면서 창업 열기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 2017년엔 서울시와 함께 대학가 창업공간 조성과 활성화를 위해 100억원에 이르는 ‘대학 캠퍼스타운’ 사업을 벌이고 있다. 세종대학교 주변에 창업공간과 주거시설을 함께 만들어 24시간 창업 연구를 지원하는 것이다. 세종공대 출신이 만든 대표적인 벤처기업으로는 번개 장터, 데일리 호텔, 그리고 게임 개발 스타트업인 ‘집 연구소’를 비롯해 수십 개의 창업 기업이 있다.”
― 융복합이 아주 강조되는 시대다.
“우리 졸업생인 황혜민씨가 대표적 사례라고 볼 수 있다. 문과 출신이지만 교차 지원하여 전자정보통신공학과에 입학하여 2년 전 졸업을 했다. 미국 조지아공대에 유학해 석사를 마쳤다. 현재는 미국 아마존 본사에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입사해 클라우드서비스 설계 등을 하고 있다. 예전에는 영문과, 국문과 하면, 문학, 소설, 언어 등에만 관심을 뒀는데, 우리는 정보기술(IT)과 결합시켜 새로운 과정을 만들었다. 국제학부를 만들어 어학에 능력 있는 학생들에게 아이티 교육을 집중적으로 해 융복합 인재를 양성하고 있다. 이를 통하여 인문학과 이공계의 기술이 잘 융합된 미래인재를 키워내고 있다. 유명한 만화가인 이두호·이현세 교수가 재직 중이고, 국내 최고인 세종대가 자랑하는 창의소프트학부 만화애니메이션텍전공도 2년 전 예술체육대에서 현재는 소프트웨어융합대학으로 소속을 공대로 바꿨다. 창의력과 기획력 그리고 아이티 능력이 중요해진 데 따른 것이다.”
세종대에서 AI 전문가 꿈 키우길
― 창의적인 인재 발굴이 관건인데.
“특별한 능력을 갖춘 학생에게는 수능이나 성적이란 틀을 강요하지 않고 문호를 열고 있다. 수능 최저점 없이 창의인재 전형을 실시하고 있는데, 학업능력, 전공 적합성, 창의성, 발전 가능성, 그리고 인성으로 평가한다. 장학금도 많이 주고 마음껏 연구할 수 있도록 한다. 창의인재 전형으로 세종대에 입학한 학생 중에는 고등학교 때부터 발명특허를 따거나 창업을 해본 학생들도 많이 있어 앞으로 우리나라 경제 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 고3 학생들에게 세종대에 와야 할 이유를 든다면?
“세종대는 국내 대학 중에서 가장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대학이다. 고3 학생들은 10, 20년 후에 내가 어떤 직업을 가지고 살아갈까 하는 것을 고민해야 한다. 대학생들한테도 얘기한다. 인생에서 가장 의욕적으로 일할 때가 30, 40대인데, 그때는 대학에서 공부하고 배운 것을 다시 되돌리기가 어렵다. 그러므로 학생들은 첫 번째로 진정 자기가 하고 싶은 일, 평생 해보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세종대에 입학한 학생은 학과에 상관없이 코딩을 배우기에 전공과 상관없이 소프트웨어 엔지니어가 될 수 있다. 1960년대에는 화학, 70년대에는 전자, 최근엔 컴퓨터, 아이티, 에이아이가 세계 경제를 이끌고 있다. 세종대에 입학하여 에이아이 전문가로 거듭나기를 바란다.”
김학준 선임기자
kimhj@hani.co.kr
배덕효 세종대학교 총장이 지난 10일 오전 서울 군자동 세종대학교 총장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