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김지학 한국다양성연구소장
다양성 훈련 캠프는 인천 청소년수련관에서 7월25일부터 2박3일간 열린다. 청소년 대상으로 국내에선 처음으로 열리는 다양성 훈련 캠프. 국외 영어연수, 선행학습, 봉사활동 등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여름방학 때 접해볼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지만 ‘다양성을 훈련한다’는 캠프는 학부모나 아이들에게도 어쩐지 낯설 것이다.
입시 공부, 대학 졸업, 대기업 취직, 결혼과 출산 등 모든 사람의 인생이 획일적이어야 ‘안심’하는 한국 사회에서,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다양성 훈련 캠프는 어떤 의미를 가질까. 아래는 다양성 훈련 캠프를 기획한 김지학 한국다양성연구소 소장과의 일문일답.
―한국다양성연구소는 어떤 일을 하는 곳인가?
“한국다양성연구소(www.diversity.or.kr)는 문화, 제도 규범, 전통 등 모든 사람들이 정답이라고 정해놓은 것들에서 벗어나 자기 자신의 모습 그대로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사회를 꿈꾸는 곳이다. 우리는 사회 구성원인 만큼, 혼자만의 힘으로는 ‘탄탄한 멘털과 정체성’을 갖기 힘들다. 특히 청소년 대상으로 ‘나, 너 그리고 우리’라는 것에 방점을 찍은 뒤 나의 정체성 찾기, 다른 사람에 대한 편견과 고정관념 없애기, 사회적·구조적 차별과 억압 없애기 등에 대한 공부와 활동을 하고 있다.”
―다양성 캠프를 기획하게 된 계기는?
“혐오가 난무하는 사회 속에서 청소년 시기에 ‘나와 너의 인권’을 배우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청소년들이 자신의 권리를 알고, 스스로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해보는 시간을 가져야 타인도 존중할 수 있다.
군 전역 뒤 미국에서 학부와 석사 과정을 마쳤다. 그곳에서 고정관념과 편견에 대해 배우기 시작했고, 점점 차별과 억압으로 관심사가 확장됐다. 학부 때 여성 라티노 교수님을 통해 인종차별과 성차별에 대해서 배웠고, 남성 유대인 교수님을 만나게 되면서 종교차별에 대해 배우게 됐다.
‘인간의 다양성과 사회정의(인권: 사회적 특권과 억압)’를 전공하며 성차별, 장애 차별, 성소수자 차별, 외모 차별 등 다양한 사회정의 이슈들을 심도 있게 공부했다. 석사 과정 2년 동안 미국의 다양성 훈련 기관인 엔시시제이(National Conference for Community and Justice)에서 프로그램 코디네이터로 일했는데, 이때의 경험이 다양성 훈련 캠프를 열게 된 뿌리가 됐다.”
―청소년기에 ‘다양성’을 훈련해야 하는 이유는?
“한국은 이제 다문화 사회다. 민주시민 교육의 관점에서도 ‘단일민족, 정상가족’의 통념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청소년들 주변에 장애인이 없다고 생각하거나, 성소수자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여기거나, 성차별이 없다고 여긴다는 건 인간이 가진 다양성을 이해해보는 경험을 하지 못했다는 이야기다.
십대들이 살아갈 사회는 인종, 젠더, 섹슈얼리티, 빈곤, 노동, 장애, 종교, 평화 등 모든 분야가 어우러진 다양성의 세계다. 캠프를 통해 다양성에 대한 인식의 지평을 넓혀보는 경험은, 아주 좁게 생각해보더라도 아이가 자신의 존재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특히 처음 열리는 이번 다양성 캠프에서는 채식 식단을 도입했다. 짧은 캠프 기간 동안이지만, 평소와는 조금 다른 식생활과 사고방식을 접해보는 게 청소년들의 ‘인권 상상력’이 확장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본다.”
김지윤 기자 kimjy13@hani.co.kr
김지학 소장. 한국다양성연구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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