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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신입생 0명’ 현실로…학교야 바뀌어라

등록 2005-12-25 17:46수정 2005-12-27 18:06

도쿄도 고토구의 한 공립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국어 시간에 발표 수업을 하고 있다.
도쿄도 고토구의 한 공립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국어 시간에 발표 수업을 하고 있다.
지자체 재량껏 ‘학교선택제’ 운영 초등 8.8%, 중등 11.1% 도입 학생에게 외면당하면 교사 줄고 학생 감소 악순환 교사도 자유계약·공모제

나라밖에선/일본 공립학교는 ‘경쟁시대’

일본 도쿄도 분쿄구의 한 중학교. 이 학교 교직원들은 올초 신입생 21명 확보에 ‘성공’하자 마침내 한숨을 돌리는 표정이었다. 이들에게 지난 2004년은 악몽의 한 해였다. 개학 전 구 교육위로부터 신입생이 한 명도 없다는 충격적 통보를 받았던 것이다. 이 학교에 자녀를 보내려던 학부모가 5명 있기는 했지만, 신입생이 너무 적다는 사실을 알게 된 뒤 이들마저 다른 학교로 발길을 돌려버렸다.

이 학교는 이후 학생 확보를 위해 눈물겨운 총력전을 펼쳤다. 졸업생들을 불러 동창회를 열고 주변 지역에 회보를 뿌리게 했다. 학교에 만담가와 밴드 등을 초청해 주민 대상의 강연회와 콘서트도 열었다. 학교 알리기가 열매를 맺어 올해는 겨우 학급을 꾸릴 수 있게 됐다. 그럼에도 2002년 38명, 2003년의 26명에는 못미친다.

학생이 없어 한 학년이 통째로 비어버린 ‘비극’의 발단은 ‘학교선택제’다. 학생들이 원하는 학교를 선택할 수 있게 한 제도다. 공립학교에 경쟁원리를 불어넣는다는 취지에서 6년 전 도쿄도 시나가와구에서 처음 도입했다. 분쿄구에선 2003년부터 실시됐다.

학교선택제 실시 여부는 현재 기초자치단체 교육위의 자율적 판단에 맡겨져 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초등학교의 경우 2576개 지자체 가운데 8.8%인 227곳이 도입했으며, 150곳은 검토하고 있다. 중학교의 경우는 1448개 지자체 가운데 161곳(11.1%)이 도입했고 138곳이 검토 중이다. 이 제도의 최대 장점은 일선 학교가 학부모와 학생들의 요구에 적극 대응해 개성있는 학교 만들기를 위해 노력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학습 위주로 학교가 운영되기 쉽다. 학생수가 한번 줄어들면, 교사수가 줄고 그에 따라 다시 학생수가 감소하는 악순환이 생길 우려도 크다.

교사들을 대상으로 한 경쟁 제도로는 자유계약(FA)제와 공모제가 일부 지역에서 운영 중이다. 자유계약제는 프로 스포츠 선수처럼 일정한 경력을 가진 교사에게 자유계약 선언의 자격을 부여해, 협의를 통해 원하는 학교로 갈 수 있는 인센티브를 주는 것이다. 이들 교사가 담당 과목과 경력 등을 적은 이력서를 교육위에 제출하면 학교장들이 스카웃에 나서게 된다. 교토시에서 지난해 이 제도를 처음 도입해 다른 지역으로 확산 중이다. 교토시에선 지난해 158명, 올해 166명의 교사가 자유계약 선언을 했다. 시 교육위는 정기인사에 따른 전체 이동인원의 10%를 자유계약 쿼터로 운용 중이며, 조금씩 늘려나갈 방침이다. 자유계약 선언에 필요한 조건은 지자체마다 조금씩 다르다.

공모제는 도쿄 스기나미구에서 초중학교를 대상으로 올해 처음 실시했다. ‘산수 학력향상 교사 급구’ 등과 같이 학교장들이 학교 홈페이지를 통해 원하는 교사의 조건과 자신의 교육철학 등을 내걸고 교사를 공개 모집하는 방식이다. 모집광고를 보고 관심있는 교사들이 지원서를 내면 학교장 면담을 통해 근무가 결정된다. 초등학교에서 50명이 지원서를 내 39명, 중학교에서 10명이 내 6명이 이 방식으로 원하는 학교로 옮겼다. 구 교육위 관계자는 지난 7월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 교장의 77%, 교사의 54%가 공모제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고 밝혔다.


이런 제도들은 교사들 사이에 자질 향상이나 개성 함양을 위한 경쟁을 유발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바람직하다고 평가받지만, 교사간 위화감 조성의 우려도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도쿄/글·사진 박중언 특파원 park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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