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교육

’보내지 않는 편지’를 써보세요

등록 2019-08-12 19:49수정 2019-10-08 18:41

【연탄샘의 10대들♡마음 읽기】

소희(가명·18살)는 성격 좋고 명랑해서 친구가 많다. 하지만 친구들로부터 “속마음을 잘 모르겠다. 벽이 느껴진다”는 말을 듣곤 한다. 가까운 친구에게조차 속을 털어놓은 적이 없고, 힘들어도 힘들다는 말을 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소희는 부모님의 이혼 뒤 엄마와 살면서 항상 “아빠 없는 자식이라는 소리 듣지 않게 잘해야 한다”는 말을 들으며 컸다. 안 그래도 혼자서 어렵게 자신을 키우는 엄마에게 힘든 내색을 할 수 없었고, 밝고 씩씩한 모습만 보여주려고 애썼다. 그런데 요즘 혼자 있으면 자신도 모르게 서럽고 외로워서 눈물이 난다.

상담실에 찾아오는 아이들 중에는 소희처럼 자신의 부정적 감정을 표현하는 걸 어려워하고 본인의 감정을 애써 억압하는 아이들이 있다. 감정을 공격적으로 표출하는 것도 문제지만 감정을 억압하는 것도 마찬가지로 문제다.

억울함, 분노, 슬픔 등 부정적 감정을 속으로만 감추고 억제하면 결국 마음의 병이 된다. 소희의 경우도 우울감이 높았다. 아이들이 감정을 억누르고 있다면, 자신의 감정을 알아차리고 표현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그런데 오랫동안 자신의 감정을 가둬왔던 경우에는 감정을 표현한다는 것 자체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 경우 필자가 종종 사용하는 방법이 있다. ‘보내지 않는 편지’다. 아이들에게 부정적 감정을 촉발한 대상에게 편지를 써보게 한다. 말 그대로 정해진 상대방에게 편지를 쓰지만 실제로는 보내지 않는다. 그래서 좀 더 자유롭게 자신의 감정과 속마음을 표현할 수 있다. (어떤 아이는 평소 하지 않는 욕이나 거친 말을 쓰기도 한다.)

그냥 생각나는 대로 상대방에게 하고 싶은 말, 못했던 말을 모두 털어놓으면 된다. 그렇게 함으로써 감정의 정화를 경험하고, 내 감정을 좀 더 명확하게 정리하고 이해할 수 있다. 간혹 보내지 않는 편지를 다시 정제된 언어로 수정해서 실제로 대상에게 보내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은 다 쓴 뒤 편지를 찢어버리거나 폐기하면서 자신의 부정적 감정도 함께 처리하는 의식을 거친다. 이 과정을 거친 뒤 아이들은 실제 행동으로 옮길 때, 상대방에게 오히려 공격적이지 않은 정리된 말로 자신을 표현할 수 있다. 소희는 엄마에게 보내지 않는 편지를 쓴 뒤 “답답한 감정이 많이 해소되었고 엄마에 대한 복잡한 마음도 정리되었다”고 했다.

아이들이 자기 생각과 감정을 표현하는 것은 중요하다. 간혹 양육자 중에는 어려서부터 말대꾸하면 버릇없다거나, 울거나 화내면 안 된다고 혼내는 경우가 있다. 자기 생각이나 감정을 표현하는 습관은 어려서부터 길러줘야 한다. 그렇지 못한 경우, 가정 밖에서 우리 아이들은 제대로 자신을 표현하지 못한 채 억울한 감정만 쌓다가 언젠가 부정적인 방식으로 폭발할 수도 있다. 부정적 감정의 안전한 처리는 건강한 몸과 마음을 위해 꼭 필요한 일이다.

*글에서 소개한 사례는 내담자 보호를 위하여 상담 내용을 재구성했음을 밝힙니다.

이정희 청소년상담사·전문상담사

이정희 청소년상담사·전문상담사
이정희 청소년상담사·전문상담사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