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교육

“대학 채점공개로 ‘깜깜이 학종’ 고치고 균형선발 늘려야”

등록 2019-09-04 07:35수정 2019-09-04 07:59

문 대통령 '재검토' 발언뒤
"대입 공정성 높이자"
각계각층서 다양한 의견
지난7월 21일 오후 서울 강남구 진선여고 대강당에서 열린 ‘종로학원 2020대입수시 대학선택전략 설명회’에서 학부모와 수험생 등 참석자들이 입시 정보를 듣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지난7월 21일 오후 서울 강남구 진선여고 대강당에서 열린 ‘종로학원 2020대입수시 대학선택전략 설명회’에서 학부모와 수험생 등 참석자들이 입시 정보를 듣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지난 1일 문재인 대통령의 ‘대학입시제도 재검토’ 발언 뒤 교육계는 물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 대입제도의 공정성 개선 방안 제안이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의 비교과 부문인 자기소개서(자소서), 수상 경력 기재 등을 폐지하자는 요구부터 지역균형, 사회적 배려 대상 등 고른기회 선발을 늘려야 한다는 다양한 주장이 나온다. ‘국공립대학 네트워크’ 등을 도입해 교육제도 자체를 바꾸자는 제안도 있다.

교육부는 2일 차관 주재 관련 실·국장급 회의를 열어 현 입시제도에서 공정성을 가로막는 요소를 재점검했다. 올해 입법된 ‘대입 4년 예고제’에 해당하는 항목과 그렇지 않은 부분 등을 점검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부 관계자는 “그동안 학령인구 감소 상황과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고등교육 전반 개혁 방향에 대해 논의해왔다”며 “(문 대통령의 지시와 관련해) 단순히 입시제도 손질에 머무르지 않고 더 큰 폭의 논의로 진전될 여지도 있다”고 전했다.

■ “외부 영향 미치는 평가 항목 더 최소화해야”

대입 공정성 문제에서 ‘학종 논란’이 빠지지 않는다. 이 전형에서는 교과목 내신성적 외에도 자소서와 봉사활동, 동아리활동, 진로활동, 수상 경력 등 비교과 부문까지 기록한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를 토대로 학생을 선발한다. 이들 비교과 정성 평가 항목에 부모 등 외부의 힘이 영향을 끼치는 문제가 주로 제기된다. 구본창 사교육걱정없는세상(사걱세) 정책국장은 “부모가 대학교수인 학생의 자소서와 그렇지 않은 경우는 질적으로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자소서는 부모 또는 외부의 첨삭·대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율동아리 활동이나 교내 대회 등도 원래의 교육적 가치와 달리 입시용으로 변질되면서 초래되는 부작용이 크다는 의견이 많다. 사교육기관에서 컨설팅을 받고 학교 내에서 동아리 활동을 만든다거나 교내 대회 수상을 위해 지나친 사교육을 활용하는 현상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교육부가 2017년 교원·학생·학부모·입학사정관 등 17만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 집단 모두 학종에서 사교육을 유발하는 항목으로 ‘수상 경력’을 1순위로 꼽았다. 수상 경력을 쌓을 교내 대회의 지역별 격차도 컸다. 사걱세가 2016년 전국 9개 지역, 91개 학교 교내 대회 운영상황을 조사한 결과, 서울 강남구 일반고는 교내 대회 개최 수가 평균 21.8개인 반면 전북 임실군 일반고는 2.5개에 불과했다.

자소서나 수상 경력 폐지에 대해 다른 견해도 있다. 유성룡 1318대학진학연구소장은 “현행 자소서는 학생부를 토대로 쓰고, 결과가 아닌 과정을 평가하는 의미가 있다”며 “문제가 생길 때마다 다 없애버리면 학종이라는 제도를 도입한 본래 취지를 무색하게 한다”고 지적했다.

■ “전형별 채점 기준, 합격자 정보 더 자세히 공개”

대학입시의 공정성을 높이려면 학생을 선발하는 대학에 더 투명한 정보 공개를 요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특히 학종이 ‘깜깜이 전형’이라고 불리는 이유는 정성 평가가 포함된 시험을 치러 합격한 이는 물론이고 떨어진 학생도 합격·불합격 이유를 잘 모르기 때문이다. 게다가 당락에 당사자가 동의하지 못해도 이의제기를 할 공식 절차가 없는 상태다. 이러한 절차상 결함으로 특수목적고 우대, 고교 등급제, 지역 차별이 여전하다는 불신으로 이어진다. 전경원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참교육연구소 소장은 “대학들이 공교육 과정을 기준으로 전형 설계를 잘하고 평가를 했는지 ‘채점 기준표’를 공개하도록 하고, 이의제기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학들에 전형별로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그것을 지키도록 감독해야 “수시는 복잡하다” “학종은 컨설팅을 받아야 한다”는 편견을 불식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행 입시는 모집 방식에 따라 정시(수능)와 수시로 나뉜다. 수시는 다시 학생부교과전형, 학생부종합전형, 학생부논술전형, 실기전형 등으로 나뉜다. 학생부교과전형은 내신성적 위주로 뽑고, 학생부종합전형은 교과 성적 외에 동아리 활동 등을 포함한 학생부 내용을 종합해 뽑는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딸의 사례에서 보듯, 대학이 입학사정관전형인 ‘세계선도인재전형’을 활용해 외국어고에 유리한 어학특기자를 선발하는 ‘꼼수’로 활용했다. 유성룡 소장은 “내년 입학전형에도 학생부교과전형으로 명시했지만, 자세한 내용은 사실상 학종인 경우가 있다”며 “자소서가 포함되면 무조건 학종전형으로 분류하는 등 전형별 세부 기준을 정부가 명확히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현재 고교 체계가 특목고, 일반고, 직업전문계고 등으로 나뉘어진 상황에서 대학들이 사실상 ‘고교 등급제’를 적용하고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따라서 선발의 투명성을 위해 현재 합격자를 고교 유형별로 좀 더 세분화하고, 지역별·계층별 합격자 데이터를 공개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전경원 소장은 “대학들이 합격자 정보를 공개할 때 민족사관고 등 자사고를 일반고로 분류해 발표하는 등 매우 임의적이며 일관성이 없다”며 “정보 공개와 교육부의 재정 지원을 연계하는 등 더욱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 “계층별·지역별 균형선발전형 더 확대해야”

‘공정성’의 개념을 확대해 사회문화적 배경이 불리한 계층인 사회적 배려 대상자(사배자), 비수도권 지역 인재들에게 더 기회를 늘려줘야 한다는 대안도 제시된다. 구체적 방법으로 학종 중 저소득층·농어촌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고른기회전형, 지역 인재의 지방거점대학 입학 기회 확대를 위한 지역인재전형 등을 현행 5~10% 수준에서 10~20% 수준으로 확대하는 방안 등이다. 사배자에 국한해 정원 외 전형을 늘리는 것도 방법이다. 송경원 정의당 정책위원은 “지역에서 의대·약대·간호대 등을 지원할 때 해당 지역 학생들을 할당하는 법안이 제시됐으나 자유한국당에서 반대해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라며 “지역별 할당제 등을 포함해 다양한 기회 확대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행 입시제도를 일부 손질하는 것만으로는 명문대 중심의 공고한 학벌 시스템의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발생하는 불공정함을 개선하기 힘든 만큼 근본적인 대학 시스템 개선책을 강구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예컨대 서울대를 포함한 국립대학을 하나의 통합네트워크로 묶어 절대평가형 내신과 입학자격시험을 통해 공동으로 학생을 선발하는 ‘국립대 통합네트워크’ 방식 등이다. 이와 함께 채용이나 국가자격 부여 때 학력·출신학교를 이유로 한 차별 행위를 금지하는 ‘출신학교 차별금지법’ 등 학벌 타파에 필요한 전향적인 입법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식사도 못 하신다”…인생의 친구 송대관 잃은 태진아 1.

“식사도 못 하신다”…인생의 친구 송대관 잃은 태진아

‘내란 가담 의혹’ 박현수, 서울경찰청장 발령 2.

‘내란 가담 의혹’ 박현수, 서울경찰청장 발령

송대관의 삶엔 ‘한 구절 한 고비 꺾어 넘을 때’마다 사연이 3.

송대관의 삶엔 ‘한 구절 한 고비 꺾어 넘을 때’마다 사연이

홍장원·곽종근이 탄핵 공작? 윤석열의 ‘망상 광대극’ [논썰] 4.

홍장원·곽종근이 탄핵 공작? 윤석열의 ‘망상 광대극’ [논썰]

서부지법 난동 4명 추가 구속…“도망 염려” 5.

서부지법 난동 4명 추가 구속…“도망 염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