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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디지털 시대, 기술 중요한데…한국은 더 좋은 대학 위해 공부만 강요”

등록 2019-09-26 22:48수정 2019-09-27 11:39

미래 교육학자 마크 프렌스키 방한

“미래 시대는 성공의 길 다양해져
’내가 원하는 것’ 아는 것이 중요
아이들은 부모의 애완견 아냐
좋아하는 것 도전할 기회 줘야”
세계적인 미래 교육학자 마크 프렌스키가 26일 한국을 방한했다. 사진은 프렌스키의 아들이 비행기를 좋아하는데, 컴퓨터를 통해 가상으로 비행 기술을 익히는 모습이다. 프렌스키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묻고, 좋아하는 것을 할수 있도록 돕은 것이 어른이 할 일”이라고 말했다.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세계적인 미래 교육학자 마크 프렌스키가 26일 한국을 방한했다. 사진은 프렌스키의 아들이 비행기를 좋아하는데, 컴퓨터를 통해 가상으로 비행 기술을 익히는 모습이다. 프렌스키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묻고, 좋아하는 것을 할수 있도록 돕은 것이 어른이 할 일”이라고 말했다.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스카이캐슬’을 가라고 합니다. 그러나 드라마처럼 최상위권 대학을 상징하는 ‘스카이캐슬’에는 극소수의 아이들만 갈 수 있죠. 모든 아이들에게 그런 사다리에 올라타라고 하면 아이들은 상처를 받게 됩니다. ‘스카이캐슬’로 가는 길은 굉장히 좁아서 다투고 경쟁해야 하지만, 이제는 기술 발달로 ‘하나의 길’이 아닌 여러 길들이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어른들이 아이들을 믿느냐 여부, 그리고 아이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에 도전할 기회를 주느냐입니다.”

‘디지털 이주민’(Digital immigrant) ‘디지털 원주민’(Digital native)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낸 국제적으로 유명한 미래 교육학자 마크 프렌스키가 26일 한국을 찾았다. 이날 서울 한양대학교 백남학술정보관에서 열린 ‘미래를 여는 시간’ 포럼에 ‘교육 혁신’과 관련한 강연을 하기 위해 방한한 그를 만났다. 이 포럼은 사회적 기업가를 지원하는 비영리 글로벌법인 아쇼카한국과 한양대가 주최했고, 포럼 주제는 ‘스카이캐슬로부터의 자유’였다.

현재 한국에서는 대학 입시 공정성 논란이 한창이지만, 프렌스키는 “세계 교육의 트렌드는 어른들과는 완전히 다른 환경에서 살아야 하는 ‘디지털 네이티브’ 학생들을 어떻게 교육시키느냐”라고 전했다. 프렌스키는 우선 “어른들이 아이들을 바라보는 관점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어른들이 어렸을 땐 그들에게 권력(power)이 없었어요. 학교에서 뭐라도 배워야 세상을 더 낫게 바꿀 수 있었죠. 지금은 완전히 다른 세상입니다. 지금은 기술이 발달했고, 그 기술을 활용한다면 어린 친구들이라도 무엇이든지 할 수 있죠. 웹 사이트에 신문을 만들 수도 있고요. 기술을 활용해 수백만의 사람들과 얘기할 수 있습니다. 이런 시대이기 때문에 교육이란 것이 지금까지처럼 일정한 시기 동안 배우고 나중에 뭔가를 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배우면서 동시에 뭔가를 할 수 있도록 통합적으로 이뤄져야 합니다.”

그는 아이들이 게임을 하고 스마트폰을 활용하면서 “자신이 스스로 힘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습득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그는 전세계 곳곳에서 자신의 주변을 더 나은 곳으로 바꾸기 위해 기술을 활용한 다양한 아이들을 소개했다. 그는 남미의 광산 마을을 예로 들었다. 이 마을은 땅이 너무 거칠고 척박했는데 중고생 아이들이 ‘드론’을 활용해서 곡식을 심자는 제안을 했고, 그 일을 이뤄냈다. 미국 미시간에서는 수돗물에서 철 성분이 발견돼 물을 마실 수 없게 됐는데, 11살 아이가 휴대폰에 철선을 연결시켜서 물에 철분 성분이 있는지 확인할 방법을 발견했다. 또 미국의 한 아이는 자신의 할머니가 치매에 걸려 가족들의 얼굴마저 잊어버려 슬퍼했다. 그런데 이 아이가 얼굴인식기술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치매에 걸린 할머니에게 스마트폰을 손에 쥐어주고 바깥에서 돌아온 가족들이 문을 열면 가족들의 얼굴을 인식해 “당신의 아들이예요. 톰!”이라고 알려주는 앱을 고안했다고 한다. 그는 “지구촌 어딘가에서는 이렇게 아이들이 자신이 당면한 문제를 해결해나가고 있고 그런 교육이 이뤄지고 있으며 그것이 미래교육의 모습과 가깝다”고 했다.

그는 똑똑한 어른이라면 아이들에게 “과학, 수학, 국어를 배워라”라고 말할 것이 아니라 “꿈이 뭐냐? 너가 세상에서 해결하고 싶은 것들은 무엇이냐? 가족간의 문제, 전 세계적 큰 문제일 수도 있다. 그리고 너의 강점이 무엇이냐? 좋아하는 것이 무엇이냐?”를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아이들을 시험 점수에 따라 등급을 매기고, 어떤 대학에 들어가느냐에 따라 평가하는 것은 미래교육 방향이 아니라고 말했다.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꿈을 묻고, 그들이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도와주는 존재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에도 영재고, 과학고, 외고 같은 학교들을 가기 위해 아이들이 공부를 많이 한다고 들었어요. 만약 아이가 정말 과학이나 공부하는 것을 좋아하면 문제가 없어요. 그런데 문제는 아이들에게 강요하는 겁니다. 아이들이 좋아하지 않는데도 그저 높은 등급을 위해, 더 좋은 대학을 위해 공부를 강요하는 것이죠.”

프렌스키는 한국이 오이시디(OECD) 국가 가운데 자살률이 1위인 사실이나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에서 한국 학생들의 성취 수준은 높지만 흥미 등은 저조하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 그는 “제가 전 세계 곳곳에서 만난 아이들은 꿈이 있었어요. 그런 아이들은 스트레스를 받는 게 아니라 행복하죠. 자신이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서 받는 스트레스는 괜찮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자기가 원하는 것이 아닌 부모가 원하는 것이거나 남들이 원하는 것이면 소용이 없는 것이죠.”

그는 디지털 원주민 아이들은 어른들이 사는 세상과 완전히 다른 세상에 살 것이기 때문에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들 스스로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아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아이들이 자신이 정말 좋아하고 원하는 것을 알게 하기 위해 어른들은 어떻게 도와줘야할까?

프렌스키는 이를 위해서 어른들에게는 ‘트릭’(T·R·I·C·K)이 아이들에게는 ‘레고’(L·E·G·O)가 필요하다고 소개했다. 이는 영어 약자를 활용한 것이었는데, 트릭은 Trust(믿음), Repect(존중), Indepedence(독립), Collaboration(협력), Kindness(친절)을 뜻한다. ‘트릭’은 유튜브 최고 경영자 수전 워치스키(Susan Wojcicki)의 어머니 에스더 워지스키(Esther Wojcicki)가 자신들의 자녀를 키우며 중시했던 원칙들이다. 프렌스키는 성공한 사람들을 보면 자신들의 부모나 주변 사람들이 이런 원칙들을 지켰다고 설명했다.

또 레고는 Love(사랑), Empathy(공감), Gratitude(감사하는 마음), Optimism(긍정적인 마음)이다. 그는 “감사할 줄 아는 사람은 자존감이 높아요. 모든 아이들이 ‘레고’가 있다면, 모든 어른들이 ‘트릭’이 있다면 진정한 변화가 시작될 겁니다. 물론 이런 것들은 쉽지 않아요. 단추 하나만 누르면 달라지는 세상은 없어요. 그런데 분명한 사실은 세계가 변하고 있다는 것이지요. 그리고 우리 아이들이 우리가 알지 못하는 그 세상에 살게 될 것이라는 사실이고요.”

프렌스키는 자신 역시 과학과 수학 공부를 열심히 하라는 부모의 압박으로 대학에서 자신이 원하지도 않은 화학 을 전공해야 했다고 고백했다. 그러나 그는 대학에 들어가 자신이 원하는 것은 화학 공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고 불어로 전공을 바꿨다. 불어의 매력에 빠진 그는 프랑스로 건너갔고, 그곳에서 음악이 좋아져서 음악 공부를 했다. 그러던 중 그는 ‘돈을 좀 벌어야겠어’라는 생각이 들어 다시 미국으로 와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에 입학했다. 그런데 경영학 역시 그에게는 흥미롭지는 않았다. 그러다 자신에게 가장 흥미로운 분야가 교육 분야라는 사실을 깨닫고, 교육용 컴퓨터 기술 개발 회사를 만들었다. 그는 현재까지 <미래의 교육을 설계하다> <디지털 네이티브 그들은 어떻게 배우는가> 등 7권의 책을 쓰고 100편이 넘는 논문을 발표했다. 그가 이렇게 다양한 이력을 갖게 된 이유에 대해 그는 “내가 원하지 않는 것이 분명했고, 내가 원하는 것을 발견해가는 과정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물론 그 과정이 쉽지 않았다. 부자 집안의 자녀도 아니었기 때문에 그가 하고 싶은 것을 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했다. 그는 “내가 원하는 것을 하고자 할 때 아버지는 항상 지지자(서포터)였지만, 어머니는 반대가 심해 갈등이 심했다”고 말했다. 그래서 현재 자신은 전 세계 아이들이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을 하고, 또 부모들에게 왜 아이들이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도록 협력해야 하는지 강연을 하며 다닌다고 설명했다.

“아이들은 애완견이 아닙니다. 저리로 가! 앉아! 가르쳐준 것을 시험하는 존재가 아닙니다. 아이를 믿고 존중해야 합니다. 그렇게 했을 때 아이들은 정말 많은 것들을 할 수 있고, 또 실제로 세상을 더 낫게 만들 수 있어요. 옛날 안경을 쓰고 아이들을 바라볼 것이 아니라 새로운 안경을 써야 해요.”

글·사진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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