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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기업·관공서 등 현장 찾아가 직업·노동의 가치 배워요”

등록 2019-09-30 20:03수정 2019-10-01 10:02

사전 준비하면서 직업 간접체험
현장 방문해 이해도 넓히고
정리하면서 진로 설계 도와줘

중학생 직업체험 도우려 시작
5년 만에 400여 기업으로 확장
매년 3000여명에게 소중한 기회
‘청바지 프로젝트’ 중학생들에게 인기

지난 26일 경기 성남 태평중 1학년 학생들이 판교에 있는 엔에이치엔을 방문해 회사 관계자의 설명을 듣고 있다.
지난 26일 경기 성남 태평중 1학년 학생들이 판교에 있는 엔에이치엔을 방문해 회사 관계자의 설명을 듣고 있다.
“건물이 넓고 깨끗한데….” “이 회사에서 개발한 모바일 게임이 아주 인기가 높대.” “난 나중에 이런 회사에 취직해 게임을 개발할 거야.”

지난 26일 오전 11시. 경기도 성남시 판교에 있는 엔에이치엔(NHN) 사옥 로비에 모인 성남 태평중 1학년 학생 10명은 소풍을 나온 듯 재잘재잘 친구들과 수다를 떠느라 여념이 없었다. 이 학생들은 주로 게임을 하거나 개발하는 데 취미가 있는 학생들 중심으로 게임 개발회사로 출발한 이 회사로 직업체험을 나온 참이다. 김상진 학생은 “초등학교 때부터 게임을 직접 개발하는 등 게임에 관심이 많아 이 회사를 견학 대상으로 선택했다”며 “기회가 되면 게임 회사에 취직하고 싶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회사 관계자의 안내로 건물 이곳저곳을 둘러보았다. 보안을 우려해 직원들이 직접 근무하는 작업 공간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지원센터나 여성휴게실 등 복지 공간, 은행, 보험회사, 옥상의 직원 가족 캠핑용 텐트까지 회사가 어떻게 구성됐고 돌아가는지 살펴볼 기회가 주어졌다. 학생들은 질문하고 사진을 찍는 등 진지한 모습을 보였다.

회사 곳곳을 둘러본 뒤 강당에 모여 회사의 현황 등 자세한 설명을 들었다. 게임 회사로 출발해 네이버와 합쳤다가 다시 분리됐고, 이제는 게임뿐 아니라 결제·여행·교육 등의 사업까지 영역을 넓혔다고 하자 놀라는 모습이다. 질의응답 시간이 되자 학생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연봉은 얼마냐’ ‘이 회사에 들어오려면 무슨 준비를 해야 하느냐’ ‘이 회사의 전망을 어떻게 보느냐’ 등에 이르기까지 이들의 호기심은 끝이 없었다. 회사에서 준 햄버거 등으로 점심을 먹고 학교로 돌아가는 학생들은 더 많이 보고 경험하고 싶은 생각에 2시간이 짧아 아쉬움을 느끼는 모습이었다.

지난 27일 경기 성남 태평중 1학년 학생들이 교실에서 전날 다녀온 직업체험 관련 발표 자료를 만들어 학생들에게 설명을 하고 있다.
지난 27일 경기 성남 태평중 1학년 학생들이 교실에서 전날 다녀온 직업체험 관련 발표 자료를 만들어 학생들에게 설명을 하고 있다.

직접 체험하면서 궁금증 해결

이 학생들은 성남시 청소년재단 진로·직업체험지원센터에서 마련한 ‘청바지 프로젝트’에 참여해 직업체험을 다녀오는 길이다. 청바지는 청소년의 바른 꿈을 지원하는 프로젝트의 준말로 성남 지역의 일터를 찾아 현장 업무를 체험하면서 직업과 노동의 가치를 이해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만들었다.

청바지 프로젝트에는 현재 성남 지역의 기업 400여곳이 참여하고 있으며, 매년 네차례로 나눠 약 20개 중학교 3000여명에게 직업체험 활동을 제공한다. 성남에는 44개 중학교 1학년이 9000여명에 이르는데, 약 3분의 1 정도가 매년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셈이다. 학교 차원에서 신청하면 추첨을 해서 뽑는데, 학생들의 만족도가 높아 경쟁률도 치열하다. 많은 학교에 혜택이 돌아가도록 한번 체험을 한 학교는 다음해에는 신청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청바지 프로젝트의 대상 기업은 엔에이치엔이나 엔씨(NC)소프트를 비롯해 경찰, 세무서, 백화점, 홈쇼핑, 제과점, 사회복지관, 야구학교, 법무법인 등 관공서에서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까지 없는 게 없을 정도로 다양하게 이뤄졌다. 거의 처음으로 직업이나 진로를 고민하는 중학생들에게 많은 체험 기회를 주자는 의도다. 일부 기업에서는 짧은 시간이지만 업무를 직접 체험할 기회를 학생들에게 주기도 한다. 2015년 처음 시작한 해에는 기업 40여곳에 학생 300명을 보내는 정도였는데 5년 만에 참여 기업·학생이 10배로 늘었다. 청바지 프로젝트를 기획해 진행하고 있는 김천희 센터장은 “처음에 이 프로젝트에 기업들을 참여하도록 설득하는 데 정말 힘이 들었다”며 “지금은 기업들이 더 적극적으로 나설 정도로 반응이 좋아졌고 학생들이 가장 참여하고 싶은 진로 프로그램으로 인기가 높아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지난 27일 경기 성남 태평중 1학년 학생들이 학교 한 교실에 엎드려서 전날 다녀온 회사 관계자들에게 고맙다는 편지를 쓰고 있다.
지난 27일 경기 성남 태평중 1학년 학생들이 학교 한 교실에 엎드려서 전날 다녀온 회사 관계자들에게 고맙다는 편지를 쓰고 있다.
지원센터에서는 이 프로젝트를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학생들이 가지고 다니며 활동 내용을 적을 수 있는 매뉴얼을 만들었다. 그리고 6~10명으로 구성된 아이들을 지도하고 인솔할 체험 지도자도 200여명 양성했다. 인솔 지도자는 주로 전직 교사나 경력단절 여성들로 구성했다.

청바지 프로젝트는 3일간의 과정으로 이뤄졌다. 먼저 첫째 날은 ‘상상마당’으로, 교내 수업으로 이뤄진다. 학생들은 모둠을 지어 일터와 직업에 대해 자료를 찾아보고, 교사·인솔 지도자와 토론을 하는 등 서로의 생각을 공유한다. 각자 자신이 생각하는 장래의 직업에 관해 얘기를 하고, 좋은 직장의 조건을 놓고 토론을 벌인다. 다음날 방문할 기업의 사전조사를 하고 방문해서 할 일에 대해서도 준비를 하는 것으로 첫날 활동을 마무리한다.

둘째 날 ‘느낌마당’은 인솔 지도자와 함께 학생들이 일터를 직접 방문하는 일정이다. 직업과 노동의 가치를 직접 느껴볼 수 있는 시간이다. 학생들은 자신이 선택한 기업에서 멘토를 만나 전날 사전준비를 하면서 해결하지 못한 궁금증을 해결한다. 다양한 현장 업무를 견학함으로써 해당 직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진다. 단순히 현장 체험으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세부 관찰 일지를 쓰고 일터에서의 활동 기록, 멘토 인터뷰를 하는 등 적극적으로 활동하도록 한다.

“참여 기회 더 늘었으면 좋겠어요”

마지막날인 셋째 날 ‘나눔마당’은 다시 교실로 돌아와 각자 체험한 일터와 직업을 공유하고 소통하는 시간이다. 모둠별로 강당이나 교실 등에 모여 일터 체험 보고서를 작성하고 발표를 통해 생각을 정리한다. 일터체험과 관련해 궁금한 점을 학생들끼리 서로 질문하고 자유롭게 토론하면서 직업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또 개인적으로는 앞으로 어떤 직업을 선택할 것인지 진로 설계를 하도록 유도한다. 다녀온 기업에 감사의 편지를 쓰는 시간도 있다. 학생들은 기업을 방문해서 새롭게 알게 된 게 많았다며 체험 기회를 준 데 대해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플라워숍에 다녀온 학생들은 예쁜 꽃으로 꽃다발을 만들어 부모님께 드릴 수 있도록 해줘서 고맙다는 편지를 쓰기도 했다.

손용자 태평중 교사는 “자유학기제가 도입된 뒤로 1학년 학생들에게 진로·직업 체험이 필수 과정이 됐지만 탐방할 기업을 섭외하는 데 너무 힘이 든다”며 “청바지 프로젝트 덕에 학생들이 손쉽게 체험을 할 수 있게 됐지만, 3년에 한번밖에 기회가 없어 아쉽다”고 말했다.

글·사진 김학준 선임기자 kimh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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