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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서울과학고 학생, 의대 지원하면 교육비 1500만원 토해낸다

등록 2019-12-02 13:53수정 2019-12-03 02:31

교육비·장학금 환수, 교내 수상실적도 취소키로
내년 신입생부터 적용…의대 지망 재학생은 전학 권고
서울과학고 누리집 갈무리
서울과학고 누리집 갈무리

과학 분야 영재를 키우기 위한 영재학교인 서울과학고등학교가 내년 신입생부터 의학계열 대학에 지원하기만 해도 교육비·장학금을 환수하고, 교내수상 실적을 취소하기로 했다. 교육비 강제 환수 조항 설치는 전국 8개 영재학교 가운데 부산 한국과학영재학교에 이어 두 번째로, 유독 높은 의대 진학률을 기록하고 있는 학교 사정을 반영한 조처로 해석된다.

서울시교육청 산하 서울과학고는 시교육청과 협의를 거쳐 이런 내용이 담긴 ‘2021학년도 서울과학고 선발제도 개선 및 이공계 진학지도 강화’ 방안을 2일 발표했다. 이를 보면, 서울과학고는 내년 신입생부터 의학계열 대학에 지원하기만 해도 3년간 1500만원에 달하는 교육비를 돌려받기로 했다. 영재학교 학생이 내는 등록금은 국공립 일반고와 똑같지만, 정부는 영재교육진흥법에 따라 박사급 교원 채용, 첨단 기자재 운영, 연구활동 지원 등을 위해 1인당 연간 500만원을 이 학교에 더 투자하고 있다. 학생이 개인별로 받은 장학금도 마찬가지로 돌려받는다. 이와 함께 서울과학고는 이공계 진학지도를 강화해 내년부터 재학생 전체를 대상으로 의대를 지망하는 경우 일반고 전학을 권고할 예정이다.

그동안 교육계 안팎에서는 영재학교 졸업생 상당수가 이공계가 아닌 의학계열 대학에 진학한다는 문제점이 지속적으로 지적됐다. 이찬열 바른미래당 의원이 지난 10월 공개한 국정감사 자료를 보면, 2016~2019년 4년 동안 영재학교 졸업생의 평균 8.2%가 의학계열로 진학했다. 특히 서울과학고는 최근 4년 사이 의학계열로 진학한 졸업생 비율이 22.8%로 가장 높았다. 2019년 졸업생 130명 가운데서는 30명이 의학계열로 진학했다.

학교가 손을 놓고 있었던 것만은 아니다. 시교육청의 설명을 종합하면, 그동안 서울과학고는 입학생에게 ‘이공계로 진학하고 의대 진학땐 불이익을 감수하겠다’는 각서를 받아왔다. 의대 지원 때 교사 추천서를 써주지 않거나, 실제 진학 땐 장학금을 환수하기도 했다. 그런데도 의대 진학률이 떨어지지 않자, 지원만 해도 교육비를 환수하는 조처를 들고나온 것이다.

서울과학고는 ‘지역 인재 우선선발 제도’도 확대한다. 전국 영재학교 2019학년도 입학생 834명 가운데 70.1%(585명)가 서울(38.2%)·경기(31.9%) 지역의 중학교를 졸업한 것으로 나타나는 등 특정 지역 쏠림 현상에 우려가 커진 탓이다. 이에 서울과학고는 16개 시·도, 서울 25개 자치구당 1명 이내였던 우선선발 인원을 2021학년도 입학생부터는 2명까지 늘린다. 이 밖에 선행학습 효과를 줄이고 사교육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열린 문항’ 출제를 확대하고 해마다 평가 문항을 학교 누리집에 공개하는 등 평가 내용과 방식도 계속 개선해나갈 예정이다.

이번 방안이 영재학교가 본연의 취지를 찾아가는 데 ‘좋은 자극제’가 될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의견도 나온다. 구본창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국장은 “학교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방침으로 보인다”면서도 “고소득층 자녀가 대거 영재학교에 입학하는 현실을 감안할 때 학부모들은 1500만원을 토해내더라도 의대 진학율이 높은 영재학교를 선호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유진 기자 yj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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