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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가족 화목해지고 아이들 독서 실력도 ‘쑥쑥’

등록 2020-01-13 18:24수정 2020-01-14 02:36

매주 독서토론 하는 가족 이야기

아이들 중학교 들어갈 무렵
스마트폰 등으로 책 읽기 소홀
온 가족 모여 독서로 탈출구

이젠 아이들이 더 적극적
상식 늘고 성적도 상위권
‘중1 독서습관’ 책으로 펴내
<중1 독서습관>의 공동저자인 김정은·유형선 부부가 책에 관해 설명을 하고 있다. 김학준 선임기자
<중1 독서습관>의 공동저자인 김정은·유형선 부부가 책에 관해 설명을 하고 있다. 김학준 선임기자

초등학교 저학년 때는 책 읽기를 좋아하던 아이도 고학년이 되거나 중학교에 들어가게 되면 책과 멀어지기 십상이다. 이때가 아이들이 스마트폰이나 게임에 빠질 시기다. 또 주위의 아이들이 본격적으로 학원에 다니는 등 점차 입시 준비에 들어가는 탓도 있다. 학벌사회이다 보니 남들보다 뒤떨어질까 염려하는 마음이 커진다. 당장 성적에 도움이 안 되는 책만 읽어서는 안 될 것 같은 생각이 불현듯 엄습한다. ‘너 그래서 대학 가겠니’ 하고 엄마 아빠가 거들기도 한다. 초등학교 때는 1년에 수십권씩 읽던 책이 중고로 올라가면서 10권이 채 안 되는 학생들 독서 실태가 설명된다. 책도 읽고 성적도 올리는 방법은 없을까? <중1 독서습관>을 쓴 김정은·유형선씨 부부는 “방법이 있다”고 말한다. 이 책은 저자들이 초·중학생 자녀들과 함께 매주 한 권씩 책을 골라 읽고 토론한 ‘가족 토론’ 다이어리(주간 기록)다. 독서토론의 동기와 추진 과정, 토론 내용 등을 자세히 담았다.

이들이 가족 독서토론을 시작한 것은 책 읽기가 시들해진 중학교 1학년 큰아이 때문이다. 원래 책 읽기를 좋아하던 아이가 스마트폰과 게임에 재미를 붙이기 시작했고, 주변 아이들이 고등학교·대학교 진학에 관심을 두는 것을 보면서 흔들리기 시작했다. 중학교 1학년이 자유 학년이라 책 읽기에 딱 좋다는 생각도 크게 작용했다. 보통 아이들이 초등학교 때는 기쁘게 책을 읽는데, 중학교에 가면 책 읽기를 그만둔다. 책을 읽더라도 성적이나 진학을 위한 책을 읽으라고 하는 주변의 잔소리 탓이다. 유형선씨는 “신체적으로 정서적으로 성장 급등의 시기를 지나고 있는 중학생이 책을 가까이한다면, 책 읽는 습관이 뼈와 근육에 새겨질 것이며 평생 ‘읽는 인간’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그들에게 책 선택이 가장 큰 고민이었다. 인문학 고전이 좋겠다는 점에서는 부부 사이에 이견이 없었다. 먼저 정보가 많은 인터넷을 뒤져 청소년에게 좋은 책을 찾는 작업을 시작했다. 유씨는 평소 고전을 많이 읽었지만, 넘쳐나는 자료 속에서 보물을 찾는다는 게 쉽지는 않았다고 실토했다. 인터넷에 나도는 추천도서라는 것을 찾아보면 기준도 없고 수준도 맞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목록을 만든 사람도 책을 안 읽었다, 그리고 청소년 교육도 안 해봤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목록을 보다 허무하다는 생각이 들어 직접 서점, 도서관, 출판사를 돌아다니면서 책을 물색했다. 의외로 청소년을 위해 쉽게 풀어쓴 책을 많이 발견했다. 고전을 그린 만화책과 청소년용 고전 위주로 책을 골랐다.

일단 성공적으로 책을 골랐다. 그러나 곧바로 책 읽기에 들어가지는 않았다. 아이에게 책을 읽으라고 (강요)하기 전에 접하기 쉬운 곳, 거실, 식탁, 아이 방, 화장실 등에 책을 깔아놨다. 언제든지 손만 뻗으면 닿을 수 있도록 했다. 그리고 아이가 책을 골라 읽을 때까지 기다렸다. 책을 선택해 ‘너 이 책 읽어’ 하는 것은 책을 멀리하도록 하는 지름길이다. 아이가 책을 읽기 시작했을 때 ‘재미있니? 엄마 아빠도 읽으면 좋겠니?’ 물은 뒤 아이 반응이 좋아 ‘그래 그러면 다음주에 토론할까’ 하고 진도를 나갔다.

이들 가족은 우선 밤 9시 이후에는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를 하거나, 텔레비전을 보지 않기로 했다. 책을 읽거나 얘기를 나누는 시간이다. 준비가 무르익어감에 따라 토론하는 날을 정하는 데 머리를 맞댔다. 일요일 저녁을 디데이로 정했다. 아이들은 월요일 학교 가기 싫어서, 아빠는 회사 가기 싫어서 일요일 저녁 기분이 이상해지는데, 저녁 식사를 하고 나서 집 근처의 케이크가 맛있거나 쿠키를 잘 굽는 카페 등을 찾아 나선다. 분위기 전환에도 안성맞춤이다. 그때 4학년인 둘째 아이도 간식을 먹으러 따라나섰는데, 지금은 곧잘 책을 읽고 토론에도 참여할 정도가 됐다. 김씨는 “유대인이 책에 꿀을 발라 아이들이 책을 좋아하도록 유도했듯, 가족 독서토론에도 같은 이유로 간식거리가 필요하다”며 웃었다.

한번은 아이의 제안으로 <소크라테스의 변명>을 쉽게 풀어쓴 <소크라테스의 변명―진리를 위해 죽다>를 읽고 토론했다. 학교에서 책을 가져오라 해서 집어 든 것이 이 책이었는데, 학교에서 읽어보니 의외로 재미있었다고 한다. 엄마 아빠도 아이 덕분에 소크라테스에 대해 깊이 탐구하는 계기가 됐다. 아이는 소크라테스는 아테네가 스파르타 같은 국가가 되길 원했는데, 그가 왜 허약한 아기를 들판에 버리는 체제를 가진 나라를 좋아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아마 그가 건강했기 때문에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지 않았는가 하고 추정했다. <기억전달자>는 이런 정치체제의 문제점을 잘 드러낸 작품이라고 평했다. 엄마 아빠는 아이의 날카로운 분석에 깜짝 놀랐다고 전했다.

가족 독서토론이 어느덧 2년을 넘었다. 지난해엔 책을 쓰느라 너무 바쁘고 힘들었지만, 아이들이 계속하길 원해 한 번도 거르지 않았다. 처음엔 엄마 아빠가 고른 책이 전부였는데, 이제는 아이가 고른 책이 점점 늘어 산더미처럼 불었다. 또 사교육을 시키지도 않았는데 아이의 성적은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부부는 독서토론의 성과라고 보고 있다. 아이는 “시험이나 수행평가에 지문이 길게 나오고, 글쓰기도 많은데 독서토론을 한 게 큰 도움이 된 것 같다. 장문의 글을 쉽게 이해할 수 있고, 글을 쓸 때 근거를 갖춰 논리적으로 풀어나가는 게 쉬웠다. 앞으로도 독서토론을 계속할 생각”이라고 한다. 큰아이가 정리한 고전 읽기의 장점이다. ‘주제에 대해 깊이 생각하는 힘이 길러지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만들어보고 싶은 마음이 생기고, 교과서를 비판적으로 생각하는 습관이 생겼으며, 한 가지 주제에도 다양한 관점이 있다는 점을 깨달았다.’

이 책은 하마터면 빛을 보지 못할 뻔했다. 출판사에 원고를 보냈는데 팔릴 가능성이 적다는 이유로 거절당했다. 그렇게 포기하고 있었는데 다른 출판사에서 연락이 왔다. 한번 출판해보자고. 이메일 등으로 자신들의 경험을 전하는 글을 써서 공유했는데, 그 출판사 대표가 보고 다행히도 제안한 것이다.

글·사진 김학준 선임기자 kimh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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