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 회원들이 지난 20일 중구 환경재단에서 청소년의 정치활동 자유 보장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들은 만 18세부터 선거가 가능해졌지만, 만 18살 청소년 또는 학생의 선거운동은 제한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
서울시교육청은 21일 논란이 된 모의선거 교육과 관련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협의해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또 앞으로 진행될 ‘학교 내 선거운동’은 교육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는 부분에 한해서만 적절히 제한하도록 가이드라인을 조속히 마련하자는 의견을 냈다. 만 18살 선거권 획득 이후 ‘교실 정치화’ 우려가 나오고 있는데, 소모적인 위반 논란은 사전에 걷어내자는 취지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입장문을 내어, “최근 쟁점이 된 모의선거와 관련해 선관위가 그 허용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한 것에 대해 이후 선관위의 판단을 존중하고 협의하면서 (모의선거 교육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18살 선거권 부여와 모의선거 등 미래세대를 위한 참정권 교육이 필요하다는 입장과) 별도로 후보자들의 과도한 선거운동이 교원과 학생들의 학습권을 침해하는 사례가 발생하지 않을까 하는 현실적 우려가 있어, 학교 내 선거운동에 대한 적절한 제한에 대한 검토도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후보자들의 선거운동을 어떤 기준으로 허용하거나 제한할 것인지를 두고 혼란이 가중되는 것을 방지하고 학생들이 (선거법 위반으로) 선의의 피해자가 되지 않도록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서울시교육청은 이날 과거 판례 혹은 선관위의 기존 사례 예시집 등을 활용해 몇가지 쟁점 사항의 판단 기준을 제시했다. 우선 ‘호별’로 방문하는 선거운동을 금지하는 공직선거법 106조 1항에 근거해 ‘학교 전체’에 대한 방문을 ‘호별 방문’으로 보고, “후보자들이 학교 내부의 사무실이나 학교를 방문해 선거활동을 하는 것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판단해달라”는 의견을 냈다. 실제로 “일반인의 출입이 통제된 관공서나 공공기관 사무실, 일반 사무실이나 학교 교무실에 방문해 명함을 배부하거나 지지 호소를 하는 행위”가 ‘호별 방문’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례가 있다.
연설·대담 장소를 규정한 공직선거법 80조는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소유하거나 관리하는 건물·시설”에서 연설·대담을 금지하고 있지만, 학교는 “기타 다수인이 왕래하는 공개된 장소”로서 예외 지역으로 규정해놨다. 서울시교육청은 “이는 과거 선거 때 공립학교 운동장을 연설 장소로 써야 할 현실적 필요성에 따라 만들어진 조항”이라며 “학교가 ‘호별 방문’ 금지 장소라면 연설·대담 장소로도 허용되어선 안 된다”는 의견을 냈다. 이에 더해, 선관위에 “교사와 학교 구성원들의 선거 시기 언행과 관련해 선거법상에 저촉되는지 경계가 모호한 지점들이 있다면 이를 명확하게 해주는 가이드라인을 조속히 설정해달라”고도 요청했다.
일부에선 이런 논의가 자칫 후보자가 아닌 ‘학생 유권자’의 활동에 제한을 두는 방식으로 접근해선 안 된다는 우려도 나온다. ‘학생’이지만 ‘유권자’로서 당연히 누려야 할 정치활동과 선거운동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는 지난 20일 기자회견을 열어 선관위가 마련할 지침 등에서 “학생이라는 이유로 선거운동의 자유를 부당하게 제한받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단체의 배경내 공동집행위원장은 “후보자나 정당이 학교를 방문하는 데 있어 절차적 제한이 필요할 수는 있다. 다만 ‘면학 분위기’나 ‘과잉 정치화’ 등을 앞세워 학생 유권자의 자유로운 정치활동을 막는 방향으로 가선 안 된다”고 말했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