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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아이가 학원을 바꾸고 싶어한 이유는

등록 2020-02-03 18:23수정 2020-02-04 02:07

연재ㅣ연탄샘의 십대들 마음 읽기​

“학원 가는 게 정말 싫어요. 학원 선생님 얼굴만 봐도 화나고, 공부도 안 돼요.”

중학교 2학년인 선이(가명)는 얼마 전 학원 선생님과 친구들에게 상처받는 일이 있었다고 했다. 학업 성적이 좋은 편이 아니었던 선이는, 학원 친구들에게 은근히 무시를 당해 왔다. 그런데 얼마 전 학원에서 자신을 대놓고 무시하는 아이의 말에 학원 선생님까지 덩달아 맞장구를 쳤다고 한다.

선이가 너무 속상해서 울자 학원 선생님은 장난이었다고 말했지만, 선이는 전혀 장난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평소에도 학원 선생님은 성적이 좀처럼 오르지 않는 선이와 다른 친구들을 비교해 자존심을 상하게 했고, 정신을 차려야 한다며 강의실 뒤에 서서 수업을 듣게 해 창피를 주었기 때문이다.

선이는 학교 성적을 올리고 싶어서 간 학원에서마저 “성적으로 차별을 당하고 부당한 대접을 받는다고 생각하니 속상하고 화가 난다”고 했다. 그런 학원이라면 부모님께 말씀드려서 학원 쪽에 항의하고 학원도 옮기면 되지 않겠느냐고 묻자, 아이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엄마는 제가 공부하기 싫어서 학원을 그만두고 싶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전부터 학원에 대해 불만을 이야기했는데도 제 이야기는 귀담아듣지 않으셨어요. 학원 선생님과 전화 통화하시면서 제가 숙제를 잘 안 해 간다는 말만 기억하시는 것 같아요.”

선이처럼 학원에서 받은 상처로 인해 상담하는 아이들이 있다. 대부분의 중고등학생이 학원 한두 곳 이상은 다니고 있고, 학원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다 보니 그 안에서 발생하는 갈등도 많을 수밖에 없다. 특히 학원은 아이들의 성적을 향상시키는 것이 목적이라 학교보다 더 철저히 성과 중심일 수밖에 없고, 성적으로 아이들을 평가하거나 차별하는 일도 흔히 생긴다.

학원에서 일어난 문제는 부모님과 의논해서 충분히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아이들은 부모님이 “내 편이 아니라 오히려 학원 선생님 편”이라고 하소연한다. 잘 가르친다고 소문이 난 인기 학원일수록 학원에 대한 부모들의 신뢰는 높다. 공부하기 싫어하고 공부를 잘하지 못하는 자녀들 말보다는 학원 쪽 이야기나 학원 강사의 말을 더 믿고 싶어 한다. 그러다 보니 아이들은 학원에서 자신이 받은 상처를 부모에게 꺼낼 수도 없고, 꺼내고 싶지도 않다.

한 어머니는 자녀가 모멸감을 느끼면서 학원에 다니고 있었다는 사실을 나중에야 같은 반 친구 어머니로부터 전해 듣고서 알았다고 한다. “그동안 아무것도 모르고 아이만 나무랐다”면서 “아이에게 너무 미안하다”고 눈물지으셨다. 이 모두 성적 지상주의 사회가 빚어낸 일인 것 같아 안타깝다.

겨울방학이다. 아이들은 학기 중보다 더 많은 학원에 다니느라 바쁘다. 아이들이 어느 날 “학원 바꾸고 싶어”라고 하면, 지나치지 말고 주의 깊게 아이의 말을 들어보자. 처음에는 이유를 물어봐도 자세히 설명하지 않고 “그냥”이라며 짜증만 낼 수도 있다. 그저 공부하기 싫다는 투정쯤으로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 아이를 믿어주고 아이 편이 되어 주자.

[사례는 내담자 보호를 위해 재구성했습니다.]

이정희 ㅣ 청소년상담사·전문상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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