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산 신청을 당할 정도로 재정 건전성에 문제를 드러냈던 학교법인 명지학원에, 교육부가 임원 12명의 ‘취임승인 취소’ 처분을 내렸다. 앞으로 임시이사가 법인 운영을 맡게 될 전망이다.
교육부는 3일 명지대학교와 명지전문대학교를 운영하는 학교법인 명지학원의 전체 임원 12명(이사 10명과 감사 2명)에게 임원 취임승인 취소 처분을 내렸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명지학원 임원들이 재정 관리 부실로 채무가 발생하였음에도 재정 건전을 위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했다”고 처분 사유를 밝혔다. 사립학교법을 보면, “임원간 분쟁, 회계부정 및 현저한 부당 등으로 인해 학교 운영에 중대한 장애를 야기한 때” 교육부가 학교법인에 시정 요구를 하고, 이에 응하지 않으면 임원 취임승인을 취소할 수 있게 규정하고 있다.
교육부는 “학교 운영이 어려울 정도로 재정 문제가 심각하여 지난해 자구책을 마련하도록 했지만, 명지학원이 제출한 자구책으로는 이를 해결하기 어렵다고 최종 판단했다”고 밝혔다. 2018년 교육부가 명지학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회계감사 결과 등을 보면, 명지학원은 지난 2004년 경기 용인시 명지대 캠퍼스 안에 노인복지주택(실버타운)을 지었으나 미분양 등으로 해마다 적자를 냈다.
‘분양 사기’ 소송에도 휘말렸다. 당초 “골프장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고 홍보하며 실버타운을 분양했는데, 실제론 골프장을 짓지 않아 계약자들한테 손해배상 소송을 당한 것이다. 법원은 이들에게 임대보증금을 반환하라고 판결했지만, 명지학원은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 2017년 관할 시의 사업폐지 처분, 교육부의 기관 경고가 잇따랐지만 끝내 임대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은 명지학원은 계약자들에게 파산 신청까지 당했다. 명지학원은 이 건 말고도 재정 건전성에 문제가 되는 대목들이 더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임원 취임승인 취소 처분에 따라, 앞으로 학교법인의 운영은 사학분쟁조정위원회에서 선정하는 임시이사(10명)가 맡게 된다. 교육부는 조만간 임시이사 선임과 관련한 절차를 밟을 계획이다. 임시이사 체제가 학교 운영 자체에 별다른 영향을 주진 않는다.
교육부는 이날 한국외대(동원육영회), 숙명여대(숙명학원), 가야대(대구학원), 삼육보건대(삼육학원) 등 4개 학교법인을 대상으로 실시했던 회계부분 감사 결과도 내놨다. 이 가운데 한국외대 학교법인은 법인 수익사업체인 주식회사 ‘외대어학연구소’와 관련해 경징계, 경고 등의 처분을 받았다.
교육부는 한국외대가 최근 3년 동안 유학업체 4곳을 통해 외국인 유학생을 유치하면서, 외대어학연구소에 다른 업체보다 수수료를 10~20%포인트 더 많이 지급한 사실을 밝혀내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보직 교수를 포함해 이 학교 교수 7명이 총장의 허가 없이 외대어학연구소의 대표이사 및 사외이사를 겸직한 것은 “허가받지 않은 영리업무에 종사한 것”이라는 지적도 내놨다. 또 외대어학연구소가 별도의 심의 없이 학교 명칭과 유아이(UI)에 대한 권리를 위임받고 5건의 서비스표를 특허청에 출원·등록해 사용해온 것도 문제로 지적했다.
퇴임하는 처장 3명에게 ‘퇴임 전별금’ 명목으로 현금 900만원과 금 15돈을 줬던 사실도 드러났다. 보직이 만료된 처장단 9명에겐 회의비 예산을 빼어 격려금으로 전체 300만원을 주기도 했다. 내부 품의도 없이 식대, 골프장 이용료 등으로 1억4400여만원을 ‘업무추진비’ 명목으로 교비회계 법인카드에서 쓰고, 이사회 승인 없이 석좌교수 8명의 급여(8억5500여만원)와 운영비(4500여만원)를 교비에서 집행한 사실 등도 드러났다.
최원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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