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제 교사들의 애환을 다룬 <티브이엔>(tvN) 드라마 <블랙독> 페이스북 갈무리.
올해부터 서울 공·사립 학교에서 일하는 기간제 교사들은 책임이 무거운 감독업무를 하는 보직교사를 억지로 떠맡지 않아도 된다.
서울시교육청은 “기간제 교사에게 보직교사의 임용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정규직 교사에 비해 불리하게 업무를 배정하지 않도록 권장하는 공문을 일선학교에 내려보냈다”고 11일 밝혔다. 이같은 내용은 올해 ‘계약제 교원 운영지침’ 개정판에도 담겼다.
그동안 기간제 교사들은 학생 지도를 관장하는 생활지도부나 담임 등 기피 업무에 상대적으로 내몰린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교육공무원법 32조 2항은 기간제 교사(퇴직 교원 제외)는 책임이 무거운 감독 업무의 직위에 임용될 수 없다고 정하고 있지만 법과 학교 현장 사이에 괴리가 컸다. 지난해 보직교사를 맡은 서울 기간제 교사 52명 가운데 25명이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 업무를 담당하는 생활지도부장을 맡고 있었다. 지난해 국정감사 당시 박찬대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전국 기간제 교사 가운데 담임교사 비율은 2015년 42.4%에서 2019년 49.9%로 늘었다.
이에 따라 서울시 교육청은 담임 역시 정규직 교사가 우선적으로 맡도록 하되, 불가피한 경우에는 기간제 교사 본인이 희망하거나 최소 2년 이상의 교육경력을 가지고 1년 이상 계약된 경우에만 한정하도록 다시 한번 강조했다.
기간제 교사의 최소 채용기간은 기존 3개월에서 6개월로 늘었다. 또 7일 이내로만 가능하던 일반병가는 정규직 교사와 동일하게 최대 60일까지 가능해졌다. 특별휴가에 유산·사산·임신검진휴가가 추가됐고 그동안 불가능했던 육아휴직도 6개월 이상 근무 요건을 채우면 자녀 1명당 최대 1년을 신청할 수 있게 됐다.
기간제 교사 보호도 한층 강화됐다. 이번 지침 개정으로 교육활동 침해 행위와 교육활동 중에 발생한 사고 처리에 있어서 기간제 교사도 정규직 교사와 동일한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됐다. 기간제 교사의 1급 자격연수도 가능해졌는데 이는 2018년 대법원 판결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이번 지침 개정이 기간제 교사 현실 개선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박혜성 기간제교사노조 위원장은 “기간제 교사들에게 책임이 무거운 업무를 원칙적으로 금지한다고 밝힌 점은 환영한다”면서도 “실질적인 강제 조항이 없는 한 일선 학교에서 과연 제대로 지켜질 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육아휴직 허용에 대해서도 “기존에 허용됐던 출산휴가나 자녀돌봄휴가도 실제로는 제대로 쓰지 못하고 있는데 육아휴직 역시 기간제 교사가 신청하기가 무척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위원장은 “담임을 맡지 않은 기간제 교사의 경우에는 ‘쪼개기 계약’에 내몰리는 등 되레 처우가 더 열악해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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