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승태 메가수학 대표가 자신이 개발한 새로운 수학 인터넷 학습사이트 및 화상 과외시스템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메가수학 제공
요즘 초중고 학생들은 방과 후에 학원을 다니는 게 일상화됐다. 학교 수업에서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한 것이다. 학원에 다니지 않는 학생들은 ‘인강’으로 보충을 한다. 인강은 인터넷을 이용한 원격 수업을 가리키는 말이다. 학원이나 인강은 대체로 많은 수의 학생들을 상대로 하기 때문에 개개 학생의 특성이나 취약점 등을 파악하기는 어렵다. 잘하는 학생이야 문제가 없지만 중하위권 학생들은 강의를 따라잡기가 버겁다.
이런 틀을 깨고 나온 ‘메가수학’이 주목을 받고 있다. 학생이 주도적으로 학습하고 교사는 문제 해결을 도와주는 보조적 역할을 하는 것이 기존 학원·인강과의 가장 큰 차이다. 학생들은 메가수학 학습사이트에 들어와서 초·중·고 단원별, 수준별로 문제를 풀어나간다. 기존의 방법과 다른 것은, 수학 학습에서 가장 중요한 개념원리에 해당하는 하나하나의 요소들뿐만이 아니라 단원에 나오는 모든 유형의 원리까지 공부한다는 점이다. 지금까지는 강의를 듣고 공부할 개념원리 요소들을 찾아서 공부해 왔는데, 이게 수학을 어렵게 만든 것이다. 메가수학은 1차에서 틀린 문제 유형을 골라 다시 학습시킨다. 여기서도 틀리면 3차로 간다. 개념원리 학습 과정이 충실하게 되어 있어, 1, 2, 3차에 걸친 테스트를 통해 개념원리를 저절로 암기할 수 있도록 해준다. 개념원리 학습이 끝나면 이 개념이 문제에 어떻게 적용되는지 이해하는 훈련과 연산훈련을 한다. 개념원리 요소를 정확하게 암기한 상태에서 같은 유형을 반복풀이함으로써 문제를 이해해서 풀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학생이 수동적으로 듣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내용을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도록 함으로써 수학 공부 자체를 수월하게 해준다. 자기 주도 학습도 손쉽게 이뤄지는 것이다.
이런 학습사이트에서 부족함을 느끼는 학생들을 위한 화상 과외도 준비돼 있다. 스마트폰이나 카메라와 화상솔루션을 이용해 1 대 1부터 1 대 4까지 과외를 한다. 이 과외 방식도 기존 것과는 크게 다르다. 학생이 학습사이트를 통하여 숙제를 해 오면 과외 담임이 제대로 공부해 왔는지 학생이 설명하게 하고 모르면 개별지도를 한다. 기존의 학원이나 인강처럼 모든 것을 선생님이 설명하는 방식보다 학습효과가 크다. 1 대 1 과외는 숙제를 통해 자기 주도 학습을 제대로 해 온 학생에게 알맞다. 1 대 3이나 1 대 4 과외는 수업 시간에 자기 주도 학습을 하는 것이 다른 점이다. 답이 막힐 때마다, 또는 풀이가 잘못될 때마다 교사가 맞춤형 지도를 해준다.
과외 지도의 질을 높이기 위해 서울의 일류 대학생들을 뽑아 특별 교육을 한 뒤 과외 담임으로 투입하고 있다. 이들은 대학입시에서 수능 1등급으로 검증되었기 때문에 실력 면에서 안심할 수 있다. 또한 입시를 치른 지 얼마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수능에 대한 감각도 여전하다.
이 시스템을 개발한 백승태 대표는 “양방향 소통을 하는 학습이라 소도시나 벽지 지역 학생들에게 아주 유용한 학습 방법”이라고 자랑한다.
학생들과 교사들 사이에서도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고 있다. 메가수학에서 과외를 받았던 한 학생은 “수학 성적이 7등급에서 2등급으로 뛰어올랐고, 수학이 쉬워졌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김지수 서울 용문고 수학부장은 “기존 인강과 달리 개념원리 학습단계, 유형 학습단계 등 단계별로 수업하고 한 단계를 끝내지 못하면 다음 단계로 넘어가지 않는다. 또 양방향 소통으로 학생이 이해할 때까지 지도하는 것이 특징이다”라고 평했다.
백승태 대표는 서울대 사범대 지리교육과를 졸업한 뒤 강화도에서 지리와 수학 교사로 첫발을 내디뎠다. 지리를 전공했지만 재학하는 동안 학원에서 수학 강사를 해 학비를 번 경력으로 수학 교사가 됐다. 교직은 오래가지 못했다. 그는 교사를 그만두고 조그만 출판사를 차렸다. 힘만 들고 벌이가 안 됐다. 그는 출판사를 그만두고 학원을 차렸다. 그는 자신이 학원 강사를 하면서 썼던 개념원리를 도입해 학생들을 가르쳤다. 수학뿐만 아니라 모든 과목에 적용했다. 당시 중위권 학생들이 대거 상위권으로 올라가면서 수강생들이 몰려들었다. 자기 주도 학습이 수월하게 이루어질 수 있게 하는 노하우가 있었기 때문이다.
백 대표는 학원을 그만두고 자신의 전문 분야인 수학 학습에 대해 연구를 했다. 학원을 하면서 터득한 개념원리 학습법을 표준화한 새로운 방법이다. 학원의 경우 오는 학생들만을 상대로 하는 것이지만 화상 교육은 전국 어디서나 수업이 가능하다. 특히 스마트폰이 초등학교 고학년까지 없는 사람이 없을 정도여서 스마트폰을 이용한 학습도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그는 농어촌 지역의 학생들을 주로 염두에 뒀다. 좋은 학원도 드물고 좋은 강사도 찾기 힘든 지역이기 때문이다. 공부하고 싶어도 맞춤형 학습을 할 수 없는 아이들에게 기회를 주려는 생각에서다. 이 지역의 학생들이 “다른 지역에 비해 교육 기회가 많이 떨어진다. 기초를 단단히 잡아주거나 실력을 늘려주는 참고서나 문제집을 구하려 해도 쉽지 않다”고 하소연하는 것을 종종 들을 수 있다. 또 일부 지역에서는 지방자치단체 등으로부터 예산을 지원받아 서울 강남의 유명 학원 강사를 초청해 학생들에게 특강을 해 주기도 한다. 백 대표는 이런 지역의 학교를 찾아 메가수학 학습사이트에서 공부할 기회도 주고 있다. 전교생 중 중상위권 이상의 학습 의지가 있는 학생들 위주로 일정 기간 무료로 사용하도록 하는 공익 활동이다.
백 대표는 인강과 학원을 크게 운영하는 메가스터디의 합작 제의를 받아 수학교육을 전문적으로 하는 메가스터디수학교육을 설립했다. 그러나 그는 학원보다는 농어촌 지역의 학생들에게 보급해야겠다는 생각에 메가스터디와 결별을 했다. 메가수학이라는 이름은 메가스터디와 결별한 뒤에도 계속 쓰기로 합의했다.
환갑을 넘긴 그의 마지막 소망은 서울이나 대도시가 아닌, 학원이나 과외가 없는 지역에 사는 학생들도 맘껏 공부할 기회를 주는 것이다. 지난해부터 메가수학을 본격화했는데 하루빨리 전국의 학생들에게 자신의 노하우를 전수하기를 고대하고 있다.
“전국의 기숙학교, 전방 지역, 농어촌 지역 학생들은 교육 기회에서 많은 제한을 받았는데, 이제부터 수학 과목에서는 대도시 학생들과 당당히 경쟁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다.”
김학준 선임기자
kimhj@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