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도교육청은 충남의 38곳 직업계고 가운데 22곳을 혁신적으로 바꾸기 위한 재구조화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 4일 김지철 교육감이 재구조화에 대해 열띤 설명을 하고 있다. 충남도교육청 제공
충남도교육청은 지난해부터 직업계고의 재구조화 3개년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직업계고는 1970~80년대 우리나라 산업화와 선진화를 이끌어온 주역이었으나 정보화 시대로 바뀌면서 역할을 잃고 말았다. 충남교육청은 이에 따라 학생들의 역량 강화, 학과 개편, 지역 인재 육성 등 다각도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4일 오후 충남교육청에서 만난 김지철 교육감은 “산업화 시대가 저물면서 직업계고의 동력이 떨어졌다. 정보화 시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혁신적으로 변화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 충남교육청에서 직업계고 재구조화를 추진하고 있는데, 재구조화란 무엇인가.
“한마디로 하면 혁신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학생들에게 다양한 성공 경로를 제공하고 양질의 일자리를 지원하기 위한 방안으로, 기술전문가로 성장하기를 원하는 학생의 꿈을 지원하고 4차 산업혁명 시대가 요구하는 신산업 분야의 기술 인재 양성을 위한 방안이다. 충남의 38곳 직업계고 가운데 22곳을 전면 개편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과거와 같은 상태로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살아남을 수 없다. 미래 신산업, 충남 지역의 주력 산업 등과 연계해 조직과 시스템을 확 바꾸는 작업을 하는 것이다.”
- 재구조화 추진하는 배경은 무엇인가.
“첫째, 학생들이 자존감을 갖고 다양한 기술 전문가로 성장하도록 지원하기 위함이다. 전통적인 산업 시대 방식으로는 학생들의 다양한 꿈과 소질을 키우는 데 한계가 있다. 신입생 충원율과 취업률이 낮아지는 결과를 초래해 학생과 기업들로부터 선택받지 못하는 상황이 됐다. 둘째,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한 기술 인재 양성을 위함이다. 미래의 산업은 미래형 자동차, 첨단 신소재, 로봇, 에너지 신산업, 바이오·헬스, 항공 드론, 증강현실(AR)/가상현실(VR) 등과 연계한 인재 양성이 필요하다. 셋째, 일자리의 구조적 문제 해결을 통해 취업 중심의 직업계고 육성이 필요하다. 충남인적자원개발위원회 자료를 보면, 기업은 회사 직무 중 60%가량이 고졸자 직무로 인식하고 있음에도 직업계고 채용 희망은 9%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난다. 이런 일자리 미스매칭을 해결하는 것이 과제다.
그동안 학교 차원, 또는 교육청 차원에서 부분적인 변화를 시도했지만 성과는 미미했다. 이래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서 전면적인 혁신에 들어간 것이다.”
- 추진하는 내용을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우선, 미래 사회에 필요한 학과로 대대적인 개편을 추진할 계획이다. 지역 산업 수요와 신산업 분야에 필요한 기술 인재 양성에 목표를 두고 있다. 또 학생 취업·창업 역량을 높이기 위해 해외 현장체험학습(글로벌 현장학습)을 확대할 계획이다. 기존의 교실 내 창업에서 벗어나 학생들의 실질적 창업 지원을 위해 충남도 창조혁신경제센터와 협력해 창업 동아리의 스타트업을 지원하겠다. 이와 함께 지자체와 함께 협의체를 만들어 공공기관 지역 인재 채용을 확대할 계획이다. 고숙련 기술 인재 양성을 위한 도제학교와 일-학습 병행을 연계해 나아갈 계획이다. 직업계고에 대한 부정적 인식 개선을 위해 직업계고 홍보도 강화하겠다.”
- 교사들에게도 많은 변화가 요구될 텐데.
“당연하다. 직업계고 재구조화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교사다. 교사의 인식이 변화하고 역량을 높이는 것이 재구조화의 성과를 내는 게 가장 중요한 요인이다. 한국기술교육대, 충남기계산업진흥원, 충남인력개발원 등과 연계해 교사들의 연수를 진행해 교사의 전문성을 높이겠다.
이와 함께 또한 산업 현장 전문성을 갖춘 현장전문가를 도제교육 기업현장 교사, 산학 겸임교사로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충남인력개발원 등과 업무협약을 통해 전문기관의 교수 요원을 확보해 교수 자원 부족으로 학과 개편이 제한받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
- 3개년 계획이 완료되면 어떤 변화가 올까.
“이번 3개년 계획을 통해 학생, 학부모, 기업이 만족하는 직업계고로 새롭게 탄생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교육청과 학교가 직업계고 재구조화를 위해 역량을 결집하고, 교사들의 역량을 높이기 위한 연수 프로그램을 강화함과 동시에 산·학·관 협력체제를 구축해 직업계고의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 농업계인 천안제일고에 가봤는데 혁신을 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1990년대에 해직교사로서 우루과이라운드 협상 반대 시위를 많이 했다. 농업 개방 요구에 대항해 식량 주권을 지키기 위한 것이었다. 우리가 배고픔을 해결하려 노력하던 과거에는 농업이 크게 주목받았지만, 경제가 발전하고 배고픔이 어느 정도 해결된 다음에는 농업의 중요성을 망각해왔다. 특히, 자유무역 확대에 따라 농산물 수입이 늘어나고 풍족해지며 우리나라 농민들이 전통적인 농업만으로 생활할 수 없다는 인식도 커졌다. 그래서 농업계고의 재구조화에 더 신경을 쓰고 있다. 천안제일고에 미래의 농업인 스마트팜을 위해 첨단 실습장을 만들고 컴퓨터와 스마트폰으로 자동제어와 원격제어를 할 수 있도록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지원에 많은 예산을 쓰고 있다. 전통적인 농업 방식을 벗어나 인공지능(AI)을 이용한 첨단 농업으로 발전하는 것이 목표다. 앞으로 신입생 모집 단위도 넓혀 전국의 인재를 끌어들일 계획이다. 제일고는 스마트팜뿐만 아니라 식품·바이오와 반려동물 분야도 특화할 계획이다. 앞으로 먹거리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하고, 미래 농업이 중요한 산업으로 다시 주목받을 것이다.”
- 모든 농업계고가 천안제일고처럼 혁신하는가.
“서울대학교에서 천안제일고를 중심으로 농업계 학교의 발전 방향을 연구하고 있다. 이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다른 농업계고의 발전 방향도 함께 만들어낼 예정이다. 연구 결과를 보고 3월 말에 학교별로 자체 학과 개편 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다. 발전 방안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지만 공주생명과학고는 정부의 시설·장비 예산을 받아 시설 현대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 농업계 고교의 혁신에 특별한 관심을 쏟는 이유는.
“
농업은 나라의 생명과 직결된 생명산업이며 모든 국민이 공감해야 할 내용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학생들이 어렸을 때부터 농업과 마을을 만나는 기회를 자주 가짐으로써 농업 농촌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서 충남교육청은 농촌체험학습과 학교 텃밭 정원 가꾸기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농업과 생명, 협동, 배려, 인성 등에 관한 교육활동 공간이 되고 있다. 학생들의 생애경쟁력과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농업교육을 포함한 직업교육이 국가적으로 문제의식을 가지고 교육에 접근해야 할 것이다.”
김학준 선임기자
kimhj@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