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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민수야, 너는 용돈 얼마 받아?”

등록 2020-03-16 18:21수정 2020-03-19 13:45

커버스토리 내 아이 경제교육 시작하기

언제부터 얼마나 줘야 하나
용돈기입장에 지출 내용 쓰고
영수증 챙겨 소비 규모 파악해야
자기주도적 경제습관 형성돼

용돈 계획 세우기 좋은 새 학년
아이와 함께 ‘돈 얘기’ 터놓기
실전형 교육 가능한 온라인 학습도

새 학년 새 학기를 맞아 경제교육을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막막하다는 보호자들이 많다. 경기 수원시에 사는 학부모 김민혜(37)씨는 “아이 이름으로 통장을 만들거나 체크카드를 만들어 용돈을 줘봤다. 더러는 장난감을 사는 데 다 쓰고, 군것질하는 데 다 써서 ‘용돈’의 의미가 없어진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김씨는 고교 졸업 뒤 가장 아쉬웠던 부분이 돈과 노동에 관한 개념을 잘 모르고 사회생활을 시작한 것이라고도 했다. “돈 모으고 불리는 법, 근로계약서 쓰는 법, 신용등급 관리하는 법 등을 공교육 과정에서 배우고 나왔다면 ‘경알못’(경제를 알지 못하는 사람)이 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있으면 쓰고, 없으면 못 쓰고. 이렇게 무계획적으로 사는 방식을 아이에게 물려주고 싶지 않아요. 적어도 ‘내게 들어온 돈과 쓸 돈은 내가 직접 관리한다’는 경제생활에 관한 개념을 꼭 가르쳐주고 싶습니다.”

■ 아이 용돈, 언제부터 줘야 할까?

전문가들은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할 때 용돈을 주기 시작하는 것이 가장 적절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복순 청소년금융교육협의회(청교협) 팀장은 “적은 돈을 컨트롤할 수 있어야 나중에 큰돈을 관리할 수 있다”며 “초등 고학년이 될수록 용돈 주는 주기를 늘려가는 게 좋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1~2학년은 1주일, 3~4학년은 2주일, 5~6학년은 한 달에 한 번씩 주는 것을 추천했다.

이 팀장은 “용돈 교육을 받으러 온 보호자와 아이들을 보면 액수 때문에 갈등을 겪는 경우가 많다”며 “처음 용돈을 주기 시작할 때 금액과 사용처 등을 아이와 함께 상의한 뒤 정해야 한다”고 했다. 학교 준비물이나 학용품, 간식비나 선물비 등을 용돈으로 충당할 것인지, 또 각 항목의 예상 지출 금액은 얼마인지 함께 예산을 짜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액수를 정할 때 넉넉하게 주는 것보다 약간은 모자라는 듯 주는 것을 권합니다. 그래야 지출을 할 때 꼭 필요한 물건인지 아닌지를 스스로 생각해보는 훈련이 됩니다.”

어린이 금융 체험 프로그램에 참가한 초등학생들이 용돈을 현명하게 쓸 수 있는 방법을 비롯해 소비와 투자에 대한 자신의 성향을 알아보는 ‘소비 금융 체험’을 하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어린이 금융 체험 프로그램에 참가한 초등학생들이 용돈을 현명하게 쓸 수 있는 방법을 비롯해 소비와 투자에 대한 자신의 성향을 알아보는 ‘소비 금융 체험’을 하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 용돈기입장은 경제교육 첫 단추

새 학년에 올라가면 초등학교 각 반에서는 ‘용돈을 얼마만큼 올려 받았는가’가 아이들의 지대한 관심사다. 이때 이리저리 보고 듣고 온 아이가 “옆집 민수는 일주일에 만 원을 받는다”며 무작정 올려달라 하기도 하고, 일주일에 천원이면 족하다는 아이도 있어 아이 성향에 맞는 경제교육의 감이 안 잡힌다는 보호자들이 많다.

이 팀장 등 경제교육 전문가들은 새 학년 새 학기 경제교육으로 ‘용돈기입장’ 마련을 추천한다. 가장 전통적인 방식의 경제교육이지만, 이것만큼 아이들이 자신의 ‘소비와 지출’을 한눈에 익히는 방법도 없다.

보호자가 매일 가계부를 쓰는 경우, 저녁 식사 뒤 가족들 모두 둘러앉아 각자의 ‘1일 경제생활’을 기록해보는 것을 권한다. 문구점 등에서 사 온 용돈기입장이나 수입·지출 등을 아이가 직접 적어 넣은 핸드메이드 용돈기입장을 준비해보자. 여기에 ‘오늘 하루는 어떤 것을 샀고, 왜 샀는지’ 써보게 하는 것이다.

아이에게 구체적인 지출 내용과 그 이유를 짧게라도 적어보게 해야 한다. 주 단위로 용돈을 받는 아이의 경우, 하루하루의 소비 생활을 적어보는 게 습관이 되면 점차 월·분기 단위로 경제 보는 시야가 넓어진다.

용돈기입장에는 흔히 수입과 지출 항목이 있는데 초등 저학년의 경우에는 날짜별 지출 항목만 적게 해봐도 효과는 충분하다. 언제, 어디서, 무엇을 돈 내고 샀는지 하루 이틀이 모여 한 달 치만 쌓여도 아이 스스로 소비와 지출 등 경제활동에 관한 감을 익힐 수 있다. 이때 용돈기입장에 ‘효율성’ 항목을 만들어 아이 스스로 소비의 효율성을 판단하게끔 해보자. 효율성은 상중하로 나뉘는데 충동구매한 항목은 ‘하’, 적절한 때 필요한 물건을 샀을 경우엔 ‘상’으로 표현한다. 자신의 소비 습관을 되돌아볼 수 있다는 점에서 추천하는 항목이다.

소비와 지출을 기록하는 기본 교육을 토대로, 단기 저축에 대한 계획을 세우는 것도 좋다. 예를 들어 ‘일주일에 용돈을 얼마씩 모아 ○○게임 칩을 사고 싶다’ ‘이번에 받은 세뱃돈의 80%는 통장에 저축한다’ ‘편의점에서 과자를 덜 사 먹고 비상금을 모은다’ 등의 목표를 먼저 정하는 것이다.

■ 시야 넓혀주는 영수증 기록장

초등 고학년이라면 ‘영수증 기록장’도 추천한다. 물건을 살 때마다 영수증을 받아와 그날 저녁에 용돈기입장과 함께 정리해보는 것이다. 영수증에는 아이가 산 품목, 시간, 날짜, 장소 등이 적혀 있다. ‘내가 가진 돈이 언제, 어디로 갔는지’ 흐름을 살펴볼 수 있다는 점에서 괜찮은 경제교육법이다.

용돈기입장을 매일 쓰기 힘들어하는 자녀에게는 영수증을 요일별로 모아둔 뒤, 주말 저녁에 총정리를 하게 하는 것도 좋다. 아이 스스로 관리해야 할 용돈 규모를 파악하고, 지출 항목을 확인해보면서 저축·소비 습관을 제대로 들일 수 있다. 이 과정을 몇 번 반복해보면 돈을 쓰는 데서도 자기주도성이 생긴다. 기분에 따라 감정적인 소비를 하는 게 자신에게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직감적’으로 알 수 있는 버튼이 생기는 것이다.

용돈을 주는 방법으로 그동안 많이 써온 ‘집안일(가사노동) 돕기’는 하지 않는 게 좋다. 가족이 함께 생활하는 장소인데 엄마가 집안일 하는 건 당연한 거고, 자기가 하는 설거지·청소 등 집안일에는 보상이 따른다고 생각하게 된다. ‘같이 사는 장소니까 함께 치워야 하고, 함께 먹었으니까 네가 설거지를 하는 것도 당연하다’고 이야기해줘야 한다. 설거지 500원, 이불 정리 1000원 등 이런 식으로 용돈을 주는 건 옛날 방식이다. 가정이라는 공동체 생활에서 당연한 걸 두고 경제적 보상을 하는 건, 아이 스스로 해야 할 일을 ‘대가’를 바라고 하게 한다는 점에서 생각해봐야 할 부분이 분명 있다.

아이들과 같이 경제교육을 시작할 때 보호자들의 가장 큰 골칫거리는 바로 어려운 경제용어다. 환율, 금리, 신용등급, 주식투자, 채권, 화폐 등 어렴풋이 알고는 있지만 막상 그 뜻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럴 때는 관련 누리집의 도움을 받고 보호자와 자녀가 함께 ‘우리집 경제 사전’을 만들어보는 것도 좋다. 게티이미지뱅크
아이들과 같이 경제교육을 시작할 때 보호자들의 가장 큰 골칫거리는 바로 어려운 경제용어다. 환율, 금리, 신용등급, 주식투자, 채권, 화폐 등 어렴풋이 알고는 있지만 막상 그 뜻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럴 때는 관련 누리집의 도움을 받고 보호자와 자녀가 함께 ‘우리집 경제 사전’을 만들어보는 것도 좋다. 게티이미지뱅크

■ 자녀와 ‘우리집 경제사전’ 만들어보자

<17살, 돈의 가치를 알아야 할 나이>를 펴낸 한진수 경인교대 사회과교육과 교수(경제학 박사)는 “머니 센스가 없으면 고교 졸업 뒤 신용카드를 무절제하게 쓰는 등 사회 초년생 때부터 신용불량자가 될 수 있다. 초등 시절부터 머니 센스를 갖출 수 있는 실전형 경제수업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데 아이들과 같이 경제교육을 시작할 때 보호자들의 가장 큰 골칫거리는 바로 어려운 경제용어다. 환율, 금리, 신용등급, 주식투자, 채권, 화폐 등 어렴풋이 알고는 있지만 막상 그 뜻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럴 때는 관련 누리집의 도움을 받고 보호자와 자녀가 함께 ‘우리집 경제 사전’을 만들어보는 것도 좋다.

먼저 신문 경제면에 나오는 기사를 스크랩해보자. 신문에 나온 짧은 경제기사 한두 개를 오린 뒤 노트에 붙여 용어 개념부터 차근차근 알아보는 것이다. 기사 내용에서 모르는 경제용어에 밑줄 친 뒤 아이와 함께 뜻을 알아보는 과정을 6개월만 해봐도 ‘경제 뉴스’라는 막막한 지도에서 길을 잃지 않게 된다.

참고할 수 있는 누리집도 많다. 아이들은 기획재정부 어린이 경제교실 누리집(kids.moef.go.kr)을 활용해보자. 우리 집에도 경제가 있어요, 금융과 신용은 친구예요, 경제 핵심 개념을 알아보아요 등 항목을 둘러보면 아이가 자신만의 경제 노트를 정리하는 데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한국은행 누리집(www.bok.or.kr)에 접속한 뒤 오른쪽 상단의 ‘경제교육’ 항목을 클릭해보자. ‘온라인 학습’ 범주에서 ‘청소년’을 선택하면 10분 안팎의 동영상이 경제 주제별로 나뉘어 있어 집에서도 쉽게 공부할 수 있다. 신용회복위원회 신용교육원(www.educredit.or.kr)에서는 어린이부터 성인을 위한 다양한 신용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어린이 국세청(www.nts.go.kr/kids), 서민금융진흥원 금융교육포털(edu.kinfa.or.kr)에도 청소년 대상 경제·금융 프로그램이 알차게 마련돼 있다. 위 누리집에서 신용관리의 중요성과 불법대출의 위험성, 세금의 개념 등을 함께 배울 수 있다. 기획재정부 경제 배움이(www.econedu.go.kr)에 접속하면 동영상, 웹툰 등으로 구성된 자료와 시사 경제용어 사전, 나에게 맞는 경제교육 등이 올라와 있어 양육자에게도 도움이 된다. 경제배움이 누리집에서는 전국 15곳에 있는 경제교육센터 일정을 알 수 있고, 특히 ‘경제 체험하기’ 항목에서 주택 구입하기, 자동차 구매 플랜 등은 양육자들이 참고할 수 있도록 쉽게 구성돼 있다.

접하기 쉬운 책을 이용한 경제교육도 추천한다. <돈이 자라는 나무>(박정현, 한겨레아이들)는 아이들 눈높이에서 ‘돈을 내 편으로 만들어서 잘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이 담겨 있다. 씨앗을 통통하게 만드는 저축, 잠자는 돈·일하는 돈, 돈의 가격 ‘금리’, 오르락내리락 환율 등 보호자와 아이 모두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정리돼 있다. 이 책을 쓴 박정현 교사는 “경제활동은 어른들만의 것이 아니다. 초등학교에 들어가면서부터 이미 경제활동은 시작된 것”이라며 “그런데 돈에 대해서 어른들이 알려준 적이 없다. 가족의 생활비는 어떻게 만들어지고 은행과 어떤 거래를 하고 있는지, 나라에 내는 돈은 우리에게 어떤 모습으로 돌아오는지 등을 알게 해주는 것 자체가 훌륭한 경제교육”이라고 덧붙였다. “아이들에게 무조건 ‘용돈 아껴 써!’라고 하는 건 입 아픈 잔소리일 뿐입니다. 아이가 어른들과 나눠야 할 진짜 얘기는 왜 돈을 아껴 써야 하고, 어떻게 아껴 쓰는지가 되어야 합니다.”

김지윤 기자 kimjy13@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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