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2019 학생 창업 유망팀 300 경진대회’ 출정식을 하는 드론비 팀. 왼쪽부터 강지은 김성주 문소윤 홍채원 정은지 강호성 학생. 청심국제고 제공
“드론이 꿀벌을 대신해 꽃가루받이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청심국제고 드론비 팀은 이런 생각을 가지고 꿀벌의 감소 문제를 해결하려고 나섰다. 팀장인 2학년 홍채원 학생을 비롯해 김고은(졸업), 강지은, 정은지, 강호성(이상 3학년), 문소윤, 김성주(이상 2학년) 등 7명의 학생으로 구성된 이 팀은 드론을 이용해 벌을 대신해 꽃가루받이를 하는 방법을 연구해 왔다. 지난해에는 한국과학창의재단에서 주최하는 대회에 ‘수분에 활용 가능한 인공지능 꿀벌 드론’이라는 탐구 주제로 참여하여 본선에 진출하는 한편 ‘2019 학생 창업 유망팀 300 경진대회’에도 나가 기업·대학생 등 60팀이 겨루는 본선에 올랐다. 경진대회에서는 시연에 나선 중고생 3팀 가운데 유일하게 도전상을 탔는데, 농업과 인공지능을 결합한 도전정신이 넘친다는 평가를 받았다. 관객 등의 투표로 뽑는 인기상까지 받는 영광을 누렸다.
지난해 8월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19 학생 창업 유망팀 300 경진대회’ 출정식에서 문소윤(왼쪽), 김성주 학생이 드론비 홍보를 하고 있다. 청심국제고 제공
이들은 최근 급격히 줄어들면서 위기감이 돌고 있는 꿀벌을 걱정하고 있다. 환경 변화와 농약, 바이러스 등이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꿀벌의 감소는 농업 생산성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농작물은 꽃가루받이를 해야 하는데 그 역할을 하던 꿀벌이 줄어든 탓이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전세계 작물의 63%가 꿀벌의 꽃가루받이에 의존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꿀벌의 감소는 인류에 재앙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드론은 수벌이라는 말에서 왔다. 드론비 팀의 아이디어는 간단하다. 인공지능 기술을 이용해 드론이 꽃에 가까이 접근해 벌이 하던 꽃가루받이를 대신 시켜주도록 하는 것이다. 여러 가지 꽃 중에서 수분을 하려고 하는 꽃을 정확히 구분하는 기술과 꽃에 해를 주지 않으면서 접근한 뒤 다른 꽃으로 옮겨가는 기술이 핵심이다.
지난해 11월 ‘2019 학생 창업 유망팀 300 경진대회’에서 강호성(왼쪽), 홍채원 학생이 팀이 수상한 도전상을 들어 보이고 있다. 청심국제고 제공
원래 목표는 드론 자체에 꽃 인식 기능을 탑재하여 스스로 꽃의 생식을 돕고 전력이 부족할 경우 자율주행으로 착륙하여 충전이 완료되면 다음 임무를 계속 수행하는 반영구적인 꿀벌 드론을 만들 계획이었으나, 드론비에 탑재한 광학 인식 프로세서가 속도가 느린데다 너무나 많은 전력을 소모했고 발열도 심각했다. 그래서 와이파이를 이용하는 방식으로 변경했다.
이들은 현재까지 드론으로 들어온 시각정보를 와이파이를 통하여 컴퓨터 스테이션에 전달하고, 이 시각정보를 처리하여 원하는 꽃의 형태와 공간상의 위치를 파악한 다음에 특정 꽃의 수술 위치에 꽃가루받이 봉을 접촉시켜 꽃가루를 채취한 뒤 다른 꽃의 암술로 가서 꽃가루받이를 시키고 원위치로 돌아오는 수준까지 인공지능 드론을 구현했다. 이들의 연구에는 해바라기 조화를 이용했다. 이 청년 과학도들은 태양열 충전을 이용하는 기술을 연구하고 있는데 앞으로는 더 오랫동안 날아다니면서 꽃가루받이를 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홍채원 팀장은 “수작업에 의존하는 과수원의 꽃가루받이 작업을 손쉽게 하기 위해 드론비를 연구하게 됐다”며 “국민의 관심을 끌고 창업 자금도 얻기 위해 창업대회에 도전했다”고 그간의 연구 과정을 설명했다.
드론비 팀은 교내 동아리인 과학융합동아리(RID)가 주축이 돼서 만든 창업팀이다. 졸업한 김고은 학생이 창시자 격이다. 생명과학과 크라우드펀딩 분야에 관심이 많은 그는 애초 효소를 이용해 꿀벌의 바이러스 병을 치료하는 방법을 연구했다. 그러나 여러 가지 장애로 연구가 어려움을 겪자 드론을 이용한 꽃가루받이로 방향을 바꿨다. 벌을 살리는 일은 중요한 일이지만 그 일이 쉽지만은 않았기 때문이다. 일본에서도 드론을 이용한 수분을 연구했으나 사람이 직접 드론을 조종해 가루받이를 하는 식이어서 사람이 하는 예전 방식이 더 효율적이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라고 한다.
김고은 학생은 수리능력에 뛰어난 강지은, 생체모방 기술에 탁월한 정은지 학생과 함께 한국과학창의재단에서 지원을 받아 드론비 연구를 심화시켰고, 재단이 주최하는 2019년 융합인재 창의연구(STEAM R&E) 대회의 본선에까지 올랐다. 이들은 과학과 기술적인 연구에 집중했는데 드론의 자율주행 등이 완벽한 상태는 아니었다.
지난해 11월 ‘2019 학생 창업 유망팀 300 경진대회’에서 드론비 홍보를 하고 있는 홍채원(왼쪽), 문소윤 학생. 청심국제고 제공
여기에 환경디자인과 경영을 공부하는 홍채원, 코딩과 네트워크를 담당한 강호성, 드론 기술 및 경제학 분야의 김성주, 유전학과 생태학 분야에 뛰어난 역량을 지닌 문소윤 학생 등이 합류하면서 창업팀이 완성됐다. 과학이나 인공지능 프로그램을 넘어서 사회·경제적인 문제에 대한 조사뿐만 아니라 회사를 만들어 경영을 하는 문제도 포함시켰다.
이들은 드론의 성능을 높이기 위해 직접 사과나 배를 생산하는 과수원을 찾아가 실태를 조사했다. 전망을 알아보고자 우리나라와 세계의 농업 실태와 시장성도 조사했다. 발전 가능성은 무한했다. 드론과 프로그램을 업그레이드하면서 드론의 안정성과 정확성이 높아지고 속도도 빨라졌다.
김성주 학생은 “토종벌이 사라지면 야생화, 나무, 풀이 사라지고 식물을 먹고 사는 가축, 동물도 위기에 빠진다”며 “인간의 환경 간섭으로 발생한 자연생태계의 수분 매개자인 꿀벌 군집 붕괴라는 생물학적 문제를 최신 네트워크 및 드론 기술로 해결하는 방안을 제시하고자 했다”고 프로젝트를 정의했다.
드론비 팀은 드론비가 꽃가루받이뿐만 아니라 앞으로 생육환경 감시, 유해동물 퇴치, 농작물 질병 감시 등의 활동을 벌여 농업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이제 고3이 된 3명의 학생이 모두 국제반이어서 창업동아리가 제대로 활동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외국 대학에 가기 위해서는 봄에 에스에이티(SAT) 시험 등 본격적인 준비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동아리 지도를 맡고 있는 홍현창 교사는 “각기 다른 분야에 대한 자연과학적 또는 사회과학적 지식과 경험을 가진 학생들이 협업을 바탕으로 놀라운 연구 성과를 거뒀다”며 “같은 교내 동아리에서 다양한 활동으로 지속적으로 협업을 해왔기 때문에 최적의 팀워크를 발휘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학준 선임기자
kimhj@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