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성 이렇게 말해 보세요
초등학교 2학년 딸을 둔 엄마가 다급한 표정으로 상담실을 찾았다. “우리 딸처럼 어린 나이에도 생리를 할 수 있는 것인지 도무지 믿겨지지 않는다”고, 심지어 “왜 우리 딸에게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했다. 어린 아이라고만 생각했던 딸이 생리를 하면서 겪어야할 일들을 생각하니 같은 여자로서 마음이 아프다고도 했다.
상담자인 나 역시 ‘이렇게 빨리 생리를 시작하는 아이들도 있구나’하는 생각에 조금 당황해서, 여느 때처럼 “딸의 생리를 축하하고 파티를 열어 주라”는 말이 쉽사리 나오지 않았다. 다만 요즘 아이들은 신체적으로 빨리 성숙해서 부모 세대가 자랄 때와는 달리 2차 성징이 나타나는 시기가 앞당겨지고 있다는 사실, 그리고 초경이 일찍 시작되더라도 몇 개월 또는 몇 년 뒤에나 규칙적으로 생리를 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해 주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아이가 또래보다 일찍 초경을 경험하는 경우 부모의 부정적인 감정이 아이에게 전달되지 않도록 조심하는 것이다. 친구들보다 일찍 2차 성징을 겪으면 당사자는 불안하고 외롭고 복잡한 심정이 된다. 이럴 때 부모가 곁에서 따뜻한 친구가 되어줘야 한다.
아이들이 사춘기를 맞는 시기가 빨라지고 있다. 대체로 여자 아이들은 초등 4∼5학년, 남자 아이들은 5∼6학년이 되면 생리와 몽정을 경험한다. 그러나 개인차가 무척 커서 빠르면 빠른대로, 늦으면 늦는대로 또래 친구와 자신을 비교를 하면서 심한 스트레스를 느끼곤 한다. 학교와 친구들의 분위기에 따라 초경을 한 사실을 자랑스럽게 떠벌리면서 ‘이제 나도 할 것을 한다’식의 훈장처럼 여기는 분위기가 있는가 하면, 여전히 ‘쉬쉬’하면서 창피하고 쑥스럽게 여기는 경우도 있다.
초등학교 2~3학년 자녀를 둔 부모라면 아이들에게 사춘기를 준비할 수 있도록 대비시켜야 할 듯하다. 다양한 성교육 내용 중에서 적어도 생리와 몽정의 원리에 대한 과학적인 지식을 알려줘야 하고, 생리와 몽정이 시작되면 단순히 축하만 해줄 것이 아니라 아이가 스스로 다른 사람과 똑같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수용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친구들과 다른 시기에 사춘기를 경험 하는 아이라해도, 누구에게나 2차 성징이 나타나게 마련이고 개인차가 클 수 있다는 점을 미리 잘 알고 있는 아이들은 심각한 스트레스 없이 자기만의 사춘기 수용방식을 모색해 가기 때문이다. 이명화/아하!청소년성문화센터 센터장 bright@ymca.or.kr
이명화/ 아하! 청소년성문화센터 센터장 bright@ymc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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