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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흑사병 유행 당시 뉴턴처럼, 코로나 시대 책읽기 어때요?

등록 2020-04-20 19:09수정 2020-04-21 10:13

인터뷰 ㅣ 안찬수 ‘청소년 책의 해’ 실행위원장

입시에 치이고 스마트폰에 밀려
청소년 독서율 갈수록 떨어져
다시 책과 가까워질 기회 만들려
‘책의 해’ 정해 다양한 사업 벌여

청소년들의 자발적 참여 유도로
문학상·지역 책 축제 등 이끌어
‘책 읽는 소년원’ 사회복귀 지원

안찬수 ‘2020 청소년 책의 해’ 실행위원장이 대학로 사무실에서 책의 해 상징물을 들어 보이고 있다. 2020 청소년 책의 해 네트워크 제공
안찬수 ‘2020 청소년 책의 해’ 실행위원장이 대학로 사무실에서 책의 해 상징물을 들어 보이고 있다. 2020 청소년 책의 해 네트워크 제공

올해는 ‘청소년 책의 해’다. 책의 해로 정한 게 2018년. ‘2년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또다시 책의 해라니’ 하는 사람도 있었을 것 같다. 입시와 관련된 책 외에는 거의 담을 쌓고 살다시피 하는 청소년들을 독서의 세계로 이끌기 위한 취지다. 그래서 청소년 책의 해 실행위원회도 현장에서 활동하는 독서, 출판, 도서관, 서점 등 청소년 독서 관련 기관·단체들로 꾸렸다. 지난 16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 사무실에서 안찬수 실행위원장(책읽는사회문화재단 상임이사)을 만나 운영 방향 등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그는 “새로운 시대에는 새로운 과제를 만들어갈 수 있는 능력이 있는가가 미래를 가른다. 미래의 주역인 청소년들이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청소년 책의 해로 정한 이유는 무엇인가?

“통계를 보면 사람들이 점점 책을 읽지 않고 있다. 초등학교 때는 많이 읽다가도 중·고등학교에 들어가면 급격히 떨어진다. 대학에 가서는 다시 반짝 올랐다가 취업을 한 뒤에는 아예 떨어져 다시는 회복이 안 된다. 나이 들었다고 지식이 많고 지혜롭다고는 못 한다. 그건 농경시대적 관념이다. 한번 책과 멀어지는 시점에서 붙들지 않으면 회복이 안 된다는 생각이다. 책과 다시 만날 기회를 줘야 하는데 청소년들이 책을 만나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도록 하자는 관점에서 캠페인을 시작하게 됐다.”

―불과 2년 전이 책의 해였는데….

“문화체육관광부에서 2018년을 책의 해로 정하고 대대적인 행사를 했다. 그러나 한 해 했다고 변화가 일어나지는 않는다. 한 10년은 해야 틀이 잡힌다고 할 수 있다. 올해만이 아니라 지속해서 추진해나갈 계획이다. 아동의 발전에 결정적 시기는 생후 6개월에서 18개월 사이라고 한다. 아이들의 인성을 키우는 데 중요한데, 엄마·아빠가 신체적 접촉을 하고 목소리와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다. 청소년기는 자아가 형성되고 시민으로 성장하는 데 결정적인 시기다. 여기에는 많은 자양분이 필요하다. 이런 시기를 놓치지 않아야 한다.”

―입시 위주의 교육이 발목을 잡고 있는데,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입시가 우리 사회를 강력하게 장악하고 있다. 학력 자본 사회이기 때문이다. 학교에 도서관이 많이 있지만 입시 공부를 하는 독서실 역할밖에 못 했다. 이걸 해결하고자 하는 역사적 과정에 있다. 다 같이 머리를 맞대고 풀어보자는 의미다.”

―어떤 데에 주안점을 두고 추진하고 있는가?

“청소년의 자발성, 주도성이 가장 중요하다. 청소년들에게 강제로 책을 읽게 할 수도 없지만 효과도 없다. 청소년들은 자기와 맞고 재미가 있으면 읽는다. 어른이 환경을 만들어주고 기다려야 한다. 재미를 느끼는 그 첫 단계가 어렵다. 누군가 물꼬를 터줘야 한다. 그래야 당위로서의 책 읽기가 아니라 즐기고 누리는 책 읽기 문화가 열린다.”

―주요 사업들을 소개해 달라.

“지난해 현장 경험이 많은 분들이 논의해 과제를 설정했다. 책과 관련된 인터넷 사이트는 많은데 청소년이 읽을 만한 책을 얘기하는 곳이 없었다. 그래서 국내 최초의 청소년 책 추천 사이트 ‘북틴넷’(bookteen.net)을 열었다. 이 누리집에서는 온라인 환경에 익숙한 청소년들을 위해 8명의 전문 필진이 연간 200여 건의 북 큐레이션을 제공할 예정이다. 이외에도 청소년 큐레이터들의 투고를 받으며, 청소년들이 스스로 책을 읽고 추천을 할 수 있다.

또 청소년들이 직접 선정하는 청소년문학상을 추진한다. 청소년들이 청소년 문학 작품을 직접 읽고 후보 도서를 선정하여 심사, 시상까지 한다. 작가를 초청해 대화하면서 깊이 있는 탐구도 아울러 진행한다. 청소년 심사위원은 전국 중·고교 및 청소년 관련 단체, 시설 등을 대상으로 하며 28개 팀으로 구성해 진행할 예정이다. 1차로 전문가가 추천한 15권의 책을 선정했다.

이와 함께 청소년들이 책으로 노는 문화를 경험하고, 직접 만들어가도록 지원하는 ‘청소년 북 페스티벌’을 전국적으로 펼치려고 한다. 청소년들이 주체가 돼 지역에서 책 축제를 벌이는 것이다. 지역의 청소년 독서동아리 등이 함께 모여서 공동 작업을 한다.

학교 밖 청소년들에게도 특별한 관심을 쏟고 있다. ‘책 읽는 소년원’ 프로젝트인데 우선 정심여자중고등학교(안양여자소년원)를 대상으로 교내 독서문화공간을 조성하고, ‘함께 읽기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다. 40주의 장기 계획을 세웠는데 코로나 때문에 시작을 미룬 상태다. 책을 접할 기회가 많지 않은 소년원생들에게 독서 경험을 제공하고, 정서 안정과 성공적인 사회복귀를 도울 목적이다.”

―코로나 때문에 캠페인에 지장이 많을 듯하다.

“캠페인이 많이 지연되고 있다. 그래서 긴급회의를 한 결과 아이들에게 책을 선물하고 싶은 담임 선생님의 사연을 모으자는 아이디어가 나와 추진을 하고 있다. ‘코로나 시대, 담임샘의 사랑법―2020권의 책을 학생들에게 나눠드려요!’로 이름을 정했다. 800여명의 교사들이 사연을 보내왔다. 모든 청소년에게 책을 선물하고 싶지만 예산이 부족해 못 하는 것이 안타깝다.

유명한 과학자 아이작 뉴턴이 17세기에 흑사병이 돌아 학교가 문을 닫는 바람에 고향으로 돌아갔는데 거기서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했다. 코로나 때문에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되는데 집에 있는 학생들이 좋은 책을 보는 데 투자를 했으면 좋겠다.독일에서도 문화 활동이 우리 삶의 본질적 요소라고 강조하면서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다. 정신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깨우쳐주는 사례다.”

―어떤 효과를 기대하는가?

“지금의 청소년들은 밀레니엄 세대다. 스마트폰이 필수 아이템이 된 디지털 환경에서 자랐다. 단편적이고 파편적인 지식을 쉽게 구할 수 있는 시대다. 그러나 깊이 있는 사고와 성찰과 판단, 그리고 사회문화적 대안을 만들지 않으면 앞으로 나간다고 할 수 없다. 신문 등 긴 호흡의 읽기가 필요하고 자기 생각을 정립할 시기인데, 스마트 기기는 사고력을 길러주는 데는 한계가 있다. 어릴 때부터 이야기를 듣고 책을 읽고 언론을 만나고 신문 논조를 비교하는 그런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읽기는 우리 사회의 미래를 위한 힘이다. 이게 작동이 돼야 길을 찾을 수 있다.”

김학준 객원기자 kimh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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