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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학교 운동장 떼어내 체육관을 짓는 이유는?

등록 2020-05-11 18:12수정 2020-05-12 02:36

초등학교 터가 작은 탓에
운동장·주차장 등 떼어내
미세먼지 막을 체육관 건설

택지개발 때 터 작게 산정
세월 흐르면서 문제점 드러내
장기 안목 없어 생겨난 부작용
운동장 일부에 체육관을 짓고 있는 파주시 한 초등학교의 모습. 운동장이 크게 줄어들어 야외 활동이 지장을 받게 됐다. 김학준 기자 kimhj@hani.co.kr
운동장 일부에 체육관을 짓고 있는 파주시 한 초등학교의 모습. 운동장이 크게 줄어들어 야외 활동이 지장을 받게 됐다. 김학준 기자 kimhj@hani.co.kr

경기도 파주시 ㅊ초등학교는 이번주 실내체육관 준공식을 열 예정이다. 지난해 9월부터 반년 넘게 공사를 벌인 끝에 공사가 완료됐다. 작년 2학기부터 공사 관계로 운동장 사용이 제한을 받았고, 올해는 때아닌 코로나 때문에 장기 방학을 했던 아이들이 개학을 하게 되면 운동장은 물론 미세먼지 농도가 높아도 새로운 시설에서 맘껏 운동을 할 수 있게 됐다. 오랫동안 뛰어놀지 못해 답답했던 아이들은 “체육관이 생겨 앞으로 마음놓고 운동을 할 수 있을 것 같아 정말 좋다”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반년 넘게 건설 과정을 지켜보고, 최근 완공을 앞둔 체육관을 둘러보면서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이 학교 교문을 들어서면 체육관이 육중한 몸집으로 운동장을 가로막고 있어 가슴을 답답하게 한다. 터가 없어 운동장 한켠을 떼어내 체육관을 지은 탓이다. 교문과 반대편 쪽은 아파트 단지가 있어서 고려 대상에서 제외됐다. 고육지책으로 체육관 밑의 공간을 필로티 형식으로 만들어서 아이들이나 차량이 운동장 쪽으로 통행을 할 수 있게 했다. 그러나 이 때문에 체육관의 덩치는 커지고 활용 가능한 공간은 좁아지는 결과를 불러왔다. 필로티가 없었을 때에 비해 높이가 높아졌고, 학교를 가리는 꼴이 됐다.

택지를 개발할 때부터 체육관을 생각하지 않고 학교 터의 크기를 결정했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학교의 공간이 부족했다. 한적한 수도권 외곽지역의 택지지구치고는 학교 터가 너무 작다. 그런 좁은 학교에 체육관을 지으려니 공간 마련에 애를 먹게 마련이다. 이런 탓에 그나마 작은 운동장의 3분의 1 이상이 줄어들었다. 남은 운동장은 가로세로가 각각 50m 정도로 서울 도심에 있는 학교와 다를 바 없다. 게다가 건설기간 동안 안전을 위해 담장을 치는 바람에 체육 수업도 지장이 많았다. 이 학교는 30여 학급에 800여명의 학생이 있는데, 아이들이 수업을 하거나 쉬는 시간에 놀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이 학교 교사들은 “학부모와 교사, 전문가 등이 모여 합의를 이룬 뒤 공사에 들어갔다. 공사 절차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 초등학교 인근에 있는 ㅅ초등학교도 지금 운동장에 체육관을 짓느라 부산스럽다. 체육관 면적은 870㎡로 좀 크고 2층으로 설계해 공간을 다양하게 쓸 여유는 있어 보였다. 이 학교 교장은 “다행히 운동장이 좀 큰 편이서 체육관 공간은 충분하다. 이왕 짓는 거라 효과적으로 이용하고자 면적을 애초 설계보다 키웠고 어떻게 이용할지 고민을 많이 했다”고 했다. 지도에서 계산해 보니 남은 운동장 크기는 ㅁ초등학교와 별반 다를 바 없어 보인다. 그 전에는 축구를 하기에 넉넉했었는데 이제는 풋살경기장 정도의 공간이 됐다. 공사 기간은 7월 말 정도까지 예정돼 있어 아이들은 2학기나 되어야 체육관에서 활동을 즐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ㅁ초등학교는 운동장이 작아 학교 건물 앞의 주차장으로 쓰던 공간에 체육관을 짓고 있다. 워낙 좁은 터에서 공간을 짜내다 보니 이 학교의 체육관은 다른 두 학교에 비해 200여㎡가 작은 640여㎡에 불과한 실정이다. 게다가 학교 교실 건물과 너무 가까워 다른 건물의 앞면을 가려 미관상으로도 좋지 않고, 교실이 어둡고 답답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접도로와 간격이 너무 좁은 것도 문제다. 작은 골목길이어서 다행이지만 작은 집들이 모여 있는 곳에 큰 건물들이 자리해 어색하기 짝이 없다.

이 택지지구에는 초등학교가 하나 더 있는데, 이 학교는 이번 체육관 신축 대상에서 빠져서 학교 교사와 학생들이 다소 실망한 상태다. 학교 실정을 알아보러 한번 들렀는데 어디에 체육관을 지을 수 있을지 의아했다. 운동장은 다른 학교들보다 작거나 비슷해 더 이상의 여유 공간이 없고, 주차장으로 쓰는 공간도 좁고 길쭉해서 도저히 건설이 불가능해 보였기 때문이다. 학교 관계자는 “지난번 선정 때는 체육관 건설 대상에서 빠졌는데 조만간에 건설할 기회가 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어디로 터를 결정할지 논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몇년 사이 미세먼지가 사회문제가 되면서 정부는 학교 교실에 공기정화 장치를 설치하는 한편, 정상적인 체육 수업을 위해 체육관 없는 학교에 재정 지원책을 마련했다. 교육청과 지방자치단체까지 힘을 합친 덕에 일사천리로 사업이 이뤄지고 있지만, 오래된 문제점이 드러난 것이다.

15년 전 개발된 이 택지개발지구는 분양 직후 수용한 땅값의 7배가 넘는 값으로 분양해 공기업이 폭리를 취했다는 비난을 받았던 수도권 택지지구 중의 하나다. 당시에는 대부분 논밭이어서 헐값에 땅을 사들이고도 도로나 녹지, 학교시설 등은 수용 인구보다 너무 작게 만들었다. 보통 신도시라고 할 경우, 도로가 넓고 공원과 녹지가 많아 안락한 도시 생활을 꿈꾸기 마련인데, 이곳은 그런 생활과는 거리가 한참 멀다. 인근에 운정신도시가 완공되면서 일부 문제점들은 이제 많이 보완되기는 했다.

인허가를 맡은 파주시나 파주교육지원청이 큰 문제 제기 없이 수동적으로 받아들인 탓도 있다. 개발 단계에서부터 도시의 확장 가능성과 쾌적한 환경을 위해 좀 더 넓은 터를 요구했다면 이런 부작용은 덜했을 듯하다. 수도권의 다른 지역 학교도 체육관을 지으면서 비슷한 문제에 부닥쳤을 가능성이 높다. 파주교육지원청 관계자는 “좁은 터에 체육관을 짓느라 정말 어려움이 많았다”며 “택지개발 당시 사정은 잘 모르지만 운정신도시의 학교들도 형편이 비슷하다”고 말했다.

글·사진 김학준 기자 kimh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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