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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아이와 관계 회복하기

등록 2020-06-01 17:39수정 2020-07-07 11:23

최이선의 ‘부모 연습장’

Q. 4살 딸아이를 둔 워킹맘입니다. 최근에 이사도 했고, 코로나19 이후로 어린이집이 문을 닫아 갑자기 아이돌봄 가정집에 맡겼습니다. 아이는 그 이후로 더 예민해지고 어느 날은 안 간다고 펑펑 울기도 했습니다.

지쳐 퇴근하여 아이를 보면 반갑다가도 말 안 듣는 행동에 화가 납니다. 폭력을 쓰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머리를 때리기도 했습니다. 요즘 아이는 엄마인 저보다 남편을 더 잘 따릅니다. 아빠랑 노는 모습을 보면 엄마인 나를 좋아하지 않나 고민이 됩니다. 어떻게 해야 하나요?

A. 현대사회에서 여성들은 직업과 육아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게다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하면서도 아이의 적응을 책임져야 하는 부모의 위치이기 때문에 더욱 스트레스가 많지요.

코로나19 사태 이후로 직장을 그만두어야 하는 것 아닌가, 이대로 아이를 기관에 맡기는 게 맞는가 하는 자책감도 들었다고 합니다. 엄마의 스트레스 수치를 0에서 100 사이의 숫자로 표현한다면 95 이상으로 치달았을 것이라고 보입니다. 정말 힘든 과정을 잘 견디셨습니다.

먼저 4살 아이의 입장으로 가봅니다. 4살 아이는 자신의 마음이 형성되어 가는 상태라 부모에게는 더 이상 쉬운 존재가 아닙니다. 계속 아이는 “내가 할 거야”라든가 “싫어, 안 해” 하고 막무가내로 표현하는 경우가 많아집니다. 게다가 이번 코로나19로 인해 엄마 손에 이끌려 낯선 기관으로 가게 되고 친한 아이 하나 없는 곳에서 종일 엄마를 기다립니다. 낯선 공간과 낯선 친구들 사이에서 눈치도 보게 됩니다. 아이도 점점 예민해집니다.

저녁 6시가 다 되어 자신을 찾으러 온 엄마가 반갑지만, 엄마를 보자 기쁜 마음에 놀이터에서 더 놀자고 조릅니다. 엄마는 집에 가자고 하고 아이는 더 놀자고 떼를 씁니다. 피곤하고 지친 엄마는 아이가 반가우면서도 예전과 다른 아이 모습에 화를 버럭 내고 아이를 끌고 옵니다. 쥐어박기도 했습니다. 아이는 이런 엄마를 이해할 수 없습니다. 이런 일상이 반복됩니다.

이제 아이는 엄마가 좀 불편합니다. 여전히 사랑하긴 하지만 엄마는 반가워서 놀아달라는 자기 마음을 모르고 늘 바쁘고 화가 난 사람 같습니다. 아이는 불안한 마음에 아빠에게 매달립니다. 아빠의 위로가 더 편하고 안정적인 것 같습니다. 잘 때도 아빠와 자면 빨리 자라고 재촉하지 않아서 그런지 좀 편하기도 합니다. 엄마는 아빠와 아이가 친해져 가는 모습이 좋기도 하면서 불편하기도 합니다. 자신이 좋은 엄마가 아닌 것 같다고 느낍니다.

이제라도 아이는 아빠와 새로운 경험을 하고 애착을 맺고 신뢰하고 안정감을 가질 수 있어 참 다행입니다. 온전히 엄마에게만 의지했던 발달 단계에서는 배고파도 엄마를 찾고 화가 나도 엄마를 찾고 졸려도 엄마를 찾고 그랬다면, 여러 경험을 하고 자기주장이 생기면서 아빠에게서 위로받고 좀 더 안전한 아빠와 가까워진 것으로 보입니다. 아이에게도 아빠에게도 바람직하고 필요한 발달입니다.

엄마를 온종일 보지 못했어도 사랑이 체화된 순간을 특별하게 경험한 아이는 엄마의 사랑이 내재화되기 마련입니다. 여러분도 자신을 사랑했던 엄마와의 순간이나 감촉, 냄새 등이 기억나는 것이지 온종일 놀아주던 엄마가 기억나는 것은 아니거든요. 고민하지 마시고 오늘 당장 해보시기 바랍니다. 참고로 로션을 싫어하는 아이라면 맨손으로 우리 쭈니 엄지손가락, 두번째 손가락 하면서 차분히 만져주는 것만으로도 진정되고 편안해진답니다. 이것이 접촉의 힘이기도 합니다. 게티이미지뱅크
엄마를 온종일 보지 못했어도 사랑이 체화된 순간을 특별하게 경험한 아이는 엄마의 사랑이 내재화되기 마련입니다. 여러분도 자신을 사랑했던 엄마와의 순간이나 감촉, 냄새 등이 기억나는 것이지 온종일 놀아주던 엄마가 기억나는 것은 아니거든요. 고민하지 마시고 오늘 당장 해보시기 바랍니다. 참고로 로션을 싫어하는 아이라면 맨손으로 우리 쭈니 엄지손가락, 두번째 손가락 하면서 차분히 만져주는 것만으로도 진정되고 편안해진답니다. 이것이 접촉의 힘이기도 합니다. 게티이미지뱅크

하지만 중요한 대상인 엄마와의 관계가 틀어진다면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의사소통을 반복할 수도 있기 때문에 아이와 관계를 회복하는 것은 참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엄마가 화를 내거나 때린 것이 몇 번이라도 반복되었다면, 아이가 어리다고 해도 아이에게 사과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쭈니야, 엄마가 때렸을 때 많이 아팠지? 그때는 엄마가 좀 화를 참기가 어려웠어. 많이 미안해” 하고 아이를 안아줍니다. 그리고 매일 밤 아빠와 아이가 잘 놀고 있을 때는 기꺼이 아빠에게 양육을 부탁하고요. 자는 시간이 되어 갈 때는 놀이를 좀 차분한 놀이로 바꾸어주기 바랍니다. 아이의 각성을 낮추어 잠자는 것을 준비해야 하니까요.

그리고 아이가 잠자려고 누웠을 때 엄마는 향기 좋은 로션을 가지고 와서 아이 눈을 들여다보며 자장가와 함께 아이 손에 ‘이쁜 쭈니별 엄마별 아빠별’을 로션으로 그려주면서 아이와 머무릅니다. 양손에 천천히 그려주고 자장가도 불러줍니다. 이런 순간이 아이에게 체화된 사랑의 경험들을 주고 엄마도 아이와 함께하는 순간이 기쁘게 느껴집니다. 관계 회복의 순간입니다.

엄마를 온종일 보지 못했어도 이런 순간을 특별하게 경험한 아이는 엄마의 사랑이 내재화되기 마련입니다. 여러분도 자신을 사랑했던 엄마와의 순간이나 감촉, 냄새 등이 기억나는 것이지 온종일 놀아주던 엄마가 기억나는 것은 아니거든요. 고민하지 마시고 오늘 당장 해보시기 바랍니다.

참고로 로션을 싫어하는 아이라면 맨손으로 우리 쭈니 엄지손가락, 두번째 손가락 하면서 차분히 만져주는 것만으로도 진정되고 편안해진답니다. 이것이 접촉의 힘이기도 합니다.

최이선 닥터맘힐링연구소 소장·교육학(상담 및 교육심리) 박사

- 최이선 소장에게 묻고 싶은 얘기가 있으면 보내주세요.

mamhealing@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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