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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뚱뚱하지 말라고?…관심도 거절

등록 2020-06-08 18:18수정 2020-06-09 09:46

연재ㅣ문미정의 ‘10대를 위한 자기방어수업’

어디에서나, 너무 쉽게, 너무 자주, 외모에 대해 평하는 말들이 오간다. 특히 뚱뚱함에 대해 말을 할 때에는 건강에 대한 관심이라며 짐짓 당당하기까지 하다. 게티이미지뱅크
어디에서나, 너무 쉽게, 너무 자주, 외모에 대해 평하는 말들이 오간다. 특히 뚱뚱함에 대해 말을 할 때에는 건강에 대한 관심이라며 짐짓 당당하기까지 하다. 게티이미지뱅크

언제부터 뚱뚱하다는 말이 비난하는 말이 되었을까? 말만 놓고 보자면, 홀쭉하다는 표현과 더불어, 도드라지게 살집이 많거나 적은 특징을 짚어낸 말이 아닌가. 잘남과 못남, 옳고 그름에 대한 표현이 아니다. 그런데 모두가 알다시피 뚱뚱하다는 말은 비난하는 말이 된 지 오래다.

어디에서나, 너무 쉽게, 너무 자주, 외모에 대해 평하는 말들이 오간다. 특히 뚱뚱함에 대해 말을 할 때에는 건강에 대한 관심이라며 짐짓 당당하기까지 하다. 내 건강에 관한 문제라면 앞뒤 상황을 가리지 않고 누구나 각자의 의견을 내어도 될 주제는 아니다.

불쑥! “너 요즘 뚱뚱해진 것 같아” 하는 말을 들었다면, ‘내가 뚱뚱한가?’ 하는 생각에 갇혀버리지 말고, 곧바로 고개를 들고 쳐다본다. 어느 정도로 반응할 것인지를 가늠해본다. 진지하고 차분하게 반응할 수도 있고, 단호하게 거부할 수 있으며, 더 강하게 받아칠 수도 있다.

우선은 진지하게 대화해보고 싶을 수도 있다. 상대방에게 실수를 바로잡을 기회를 주고 싶거나, 정말로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궁금하다면 말이다. 부드러운 웃음을 지어 보이려 애쓸 필요는 없다. 다만 차분하고 진지하게 “왜 그런 말을 하는 거야?”라고 물어보면 된다. “난 기분이 나빠. 이건 굉장히 무례한 행동이라고 생각해”, “그런 말은 나에 대한 침범이야”라고 말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대방은 건강에 대한 걱정이었다고 둘러댈 가능성이 있다. 진심이 아니라 핑계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면 물러서지 말고 다시 한번 진지하게 말한다. “네 걱정은 고맙지만 나에게는 비난하는 말로 들려. 더 이상 내 외모에 대해서 평가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떼를 지어 덤비는 ‘집단공격’일 때는 참 쉽지 않다. 공격자들과 같은 생각으로 스스로를 몰아붙이게 되기도 쉽다. 둘러보면, 외모에 대한 찬사와 비난, 평가가 넘쳐나고 있다. 서로의 외모에 대해 지적하고 염려하고 ‘바로잡으려’ 든다. 사실 이러한 문화 자체가 ‘집단 공격’의 모습을 띤다. 문화를 바꾸어 나가는 일은 혼자 하는 일은 아니다. 지치지 않을 방법, 함께할 누군가를 만날 수 있는 방법도 생각하면서 길게 보아야 한다.

공격, 비난, 비웃음의 의도가 분명하다고 생각한다면 더 단호하게 대처하는 것도 방법이다. 같은 말이라도 더 큰 소리로, 더 분명하게, 더 강인한 몸짓으로 말한다. 지금 이 순간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면 실전을 대비하는 연습을 시작하자. 뭐라고 말하면 좋을지 종이에 써보고, 더 짧은 문장으로 바꾸어보자. 거울을 보고 소리를 내어 연습을 해볼 수도 있다. 바로 이때, 거울은 진짜 내 모습을 보여준다.

뚱뚱하다는 것은 상태를 가리키는 표현이다. 행동에 대해서와 달리, 상태에 대해서는 애초에 찬성과 반대를 할 수 없다. 하라거나 말라는 요구 또한 할 수 없다. “쳐다보지 마!”라는 요구는 가능하지만 “뚱뚱하지 마”’라는 요구는 불가능하다. 일방적인 외모 평가는 “뚱뚱하지 마”라는 요구와 같은 것이다. 말이 안 되는 요구라는 뜻이다.

문미정 ㅣ 여성주의 자기방어훈련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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