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여파로 1학기 내내 비대면 수업이 이뤄져 학습권을 침해당했다는 대학생들의 반발이 거세진 것과 관련해 건국대는 총학생회와 8차에 걸친 등록금심의소위원회를 열어 등록금 환불 방안 등에 대해 논의하고 이번 주 내로 최종 금액을 확정 짓기로 했다. 연합뉴스
코로나19로 ‘대학 등록금 반환’ 요구가 거세지는 가운데, 건국대학교가 석달 동안 학생들과 협의를 벌인 끝에 등록금 일부를 사실상 감면하는 방안에 합의했다. 코로나19로 등록금을 반환하는 첫 사례로, 다른 대학들에 어떤 영향을 줄지 관심이 쏠린다.
15일 건국대 쪽은 “그동안 대학본부와 총학생회가 ‘등록금심의소위원회’를 열어 등록금 환불 요구 관련 논의를 해왔으며, 최근 1학기에 납부한 등록금을 2학기 등록금에서 일정 금액 깎아주는 방식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최종 합의한 방식은 ‘환불성 고지감면 장학금’으로, 1학기 재학생이 다음 학기를 등록할 때 학업지원비 등 장학금 명목으로 등록금을 깎아주는 것이다. 다만 구체적인 감면 비율(규모)은 아직 합의를 이루지 못했으며, “이번주 중으로 결론이 날 것으로 보인다”고 건국대 관계자는 말했다. 1학기가 마지막인 학생들에게는 별도의 반환 방안이 마련될 전망이다.
코로나19로 온라인 강의를 진행하고 교내 공간을 사용하지 못하게 되는 등 대학에서 교육 서비스가 제대로 제공되지 못한 데 대해, 대학생들은 “학습권 침해이므로 등록금을 일부 반환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정부와 대학은 “등록금을 반환할 법적 근거가 없다”, “대학들의 재정 여건이 어렵다”며, 그동안 등록금 반환의 재원은 물론 그 형식을 마련하는 데에도 뾰족한 대안을 내놓지 못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의 “정부가 대학혁신지원사업비의 용도 제한을 풀어주면, 이를 통해 재정을 아낀 대학들이 특별장학금 같은 형식으로 대학생들을 지원할 수 있다”는 주장 정도가 나온 바 있다. 이에 대해 정부는 “등록금 반환과는 전혀 관계없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용도 제한 해제를 추진하는 모양새다.
이런 상황에서 나온 건국대의 합의는, 정부 결정과 무관하게 대학과 학생들이 머리를 맞대고 직접 등록금 반환의 형식과 재원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총학생회는 지난 4월 대학본부에 등록금심의소위원회를 통해 이 문제를 논의하자고 제안했고, 양쪽은 지금까지 8차례에 걸쳐 협의를 진행했다. 학생들이 ‘예산 확대’를 요구하자, 대학본부는 코로나19 상황에서 쓰지 않게 된 예산들을 모두 끌어모으기로 했다. 예컨대 1학기 평가방식을 절대평가로 바꾼 데에 따라 집행하지 않게 된 성적장학금 등을 등록금 반환 예산으로 쓸 수 있다는 것이다.
대학생 단체인 ‘코로나대학생119’는 이날 성명을 내어 “등록금 환불이 불가하다는 수많은 대학들 사이에서 ‘할 수 있다’는 선례가 될 일”이라며 대학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나 대학 내 공식기구에서 등록금 반환 문제를 다루고 있는 대학은 아직까지 건국대 말곤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임은희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건국대의 사례처럼 대학들이 임시 등록금심의위원회 등 공식적인 창구를 통해 이 문제를 풀어가려는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대학교육연구소는 지난 12일 낸 논평에서 “이번 갈등은 코로나19와 별개로 교육을 서비스, 대학을 공급자, 학생을 수요자로 간주하는 ‘수익자부담원칙’과 불투명한 대학 운영에 그 배경에 있다”고 짚기도 했다.
한편 대학 총학생회 모임인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전대넷)는 이날부터 5박6일 동안 교육부에서 국회까지 릴레이 행진을 벌이며 정부 차원의 대안 마련을 촉구할 계획이다.
최원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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